영화 '소셜네트워크'에서 페이스북 창업 아이디어를 둘러싸고 마크 저커버그와 대립했던 '하버드 쌍둥이' 윙클보스 형제가 이번엔 지캐시(ZEC)에 승부수를 던졌다.
페이스북을 둘러싼 분쟁 이후 비트코인에 일찌감치 투자해 막대한 부를 쌓고 가상자산 거래소 '제미니'까지 설립한 형제는 최근 대표적인 프라이버시 코인 지캐시로 투자 영역을 빠르게 넓히고 있다.
지캐시 개발 조직에 자금을 지원하고 지캐시를 대량 보유하는 상장사에 투자한 데 이어 채굴 사업에까지 뛰어들었다. 이번에는 지캐시 가격을 추종하는 현물 상장지수펀드(ETF)를 직접 출시하기로 했다.
'소셜네트워크' 그 쌍둥이…비트코인 초기 투자로 가상자산 거물로
7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따르면 윙클보스 형제가 설립한 윙클보스 애셋 서비스는 지난 6일(현지시간) '윙클보스 지캐시 ETF'의 증권신고서(S-1)를 제출했다.
지캐시 가격을 추종하는 현물 ETF로, 나스닥에 종목코드 'WINK'로 상장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연간 운용 수수료는 0.25%로 제시했다.
지캐시는 대표적인 '프라이버시 코인'이다. 프라이버시 코인이란 블록체인 상 거래에서 송금인, 수취인, 거래 금액 등의 정보를 암호화 기술로 숨겨 익명성을 보장하는 기능이 있는 가상자산을 말한다. '비트코인의 프라이버시 보완재'로 각광받으면서 지캐시 가격은 1년 전인 지난해 10월 초 대비 700% 이상 오른 상태다.
2018년부터 지캐시 지지…"비트코인의 보완재"
윙클보스 형제와 지캐시의 인연은 8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형제가 설립한 미 대형 가상자산 거래소 제미니는 지난 2018년 5월 뉴욕주 금융서비스국(NYDFS)으로부터 지캐시 거래·보관 서비스 승인을 받았다. 제미니는 같은 달 지캐시 거래도 지원하기 시작했다.
당시 타일러 윙클보스는 "비트코인은 강점이 많지만 프라이버시는 그 중 하나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비트코인이 갖추지 못한 거래정보 보호 기능을 지캐시가 보완할 수 있다는 설명이었다.
비트코인은 거래에 실명을 직접 표시하지 않지만 보내는 주소와 받는 주소, 금액은 블록체인 상에 남는다. 반면 지캐시는 영지식증명 기술을 활용해 이런 정보를 숨기는 '실드 거래'를 지원한다. 거래가 유효하다는 사실은 검증하면서 구체적인 거래 내용은 공개하지 않는 방식이다. 대신 정보가 공개되는 '투명 거래'도 함께 지원한다.
제미니는 지난 2020년 9월 지캐시의 실드 출금도 지원하기 시작했다. 고객이 거래소에서 실드 주소의 개인 지갑으로 지캐시를 옮길 때 블록체인 상에서 수취 주소와 거래 금액 등을 숨길 수 있게 한 것이다.
다만 이는 공개 블록체인에서 거래 정보를 보호하는 기능으로, 거래소 내부에도 고객 신원이나 출금 내역이 숨겨진다는 의미는 아니다. 당시 제미니는 적절한 통제 장치를 갖추면 규제를 준수하면서도 프라이버시 기능을 제공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개발 지원도 이어졌다. 지캐시 개발을 지원하는 독립 조직 실디드 랩스에 따르면 윙클보스 형제는 2023년 처음 기부한 데 이어 올해 1월에도 지캐시 3221개를 기부했다. 약 120만 달러 규모로, 네트워크 보안과 장기 운영을 위한 개발에 쓰도록 했다.
또 지난해에는 지캐시를 대량 보유하는 상장사에도 자금을 투입했다.
지난해 10월 형제의 투자사인 윙클보스 캐피탈은 당시 바이오 기업이던 리프 테라퓨틱스의 약 5888만 달러 규모 자금 조달을 주도했다. 회사는 지캐시를 매입·보유하는 전략을 시작했고, 그 다음달 사명을 사이퍼펑크 테크놀로지스로 바꿨다. 기존 바이오 연구개발 사업은 자회사에서 이어갔다.
사이퍼펑크는 이후 지캐시 보유량을 늘렸다. 올해 8월 회사 발표 기준 보유량은 약 32만 3394개로, 지캐시 당시 유통량의 약 1.92%에 해당했다. 목표로 제시한 보유 비중은 유통량의 5%다.
이에 더해 사이버펑크는 윙클보스 캐피탈과 지캐시 채굴 사업도 시작했다고 밝혔다. 확보한 채굴 설비의 연산 능력은 지캐시 네트워크 전체의 약 18%에 달한다. 시장에서 지캐시를 사들이는 것에 더해, 직접 채굴해 보유량을 늘리는 수단까지 마련한 셈이다.
ETF에 지캐시 관련 사업 총동원…최대 1억 달러 투자 계획도
지캐시 로고.
이에 지캐시 성장세의 배경에 윙클보스 형제의 강력한 지지가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윙클보스 형제가 가상자산 업계에서 영향력 있는 인물이라는 점도 이 같은 평가에 힘을 더한다. 윙클보스 형제는 그간 비트코인의 초기 투자자이자 제미니 창업자로 업계에서 이름을 알려 왔다.
이번 ETF를 신청할 때도 윙클보스 형제는 그동안 구축한 지캐시 관련 사업들을 함께 등장시켰다. 제미니 트러스트가 ETF의 지캐시를 보관하며, 사이퍼펑크는 지캐시 기술 및 생태계에 관한 자문을 제공하는 파트너로 참여한다.
또 윙클보스 형제의 투자 회사인 윙클보스 캐피탈 펀드는 이 ETF에 최대 1억 달러를 투자하겠다는 계획까지 내놨다. ETF를 상장시키는 것을 넘어 유동성까지 직접 끌어올리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한편 국내 거래소에서는 지캐시를 거래할 수 없다. 금융당국은 2021년 가상자산사업자에 자금세탁방지 의무를 부과하면서 거래내역 파악이 어려워 자금세탁 위험이 큰 가상자산, 이른바 '다크코인(프라이버시 코인)'의 취급을 금지하는 방침을 밝혔다.
최근에는 프라이버시 코인 프로젝트들 사이에서 거래 내용을 모든 사람에게 공개하지 않으면서도 감사기관, 금융회사, 거래소 등 제도권 내 기관에는 정보를 제공하는 '선택적 공개' 기술이 발전하고 있다. 이에 국내 당국이 '프라이버시 코인 금지' 기준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 바 있다.
hyun1@news1.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