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는 토큰화 '천지개벽'인데…네이버·두나무 결합 1년째 첫발도 못 뗐다

재테크

뉴스1,

2026년 October 07일, PM 05:20

© 뉴스1 양혜림 디자이너

네이버파이낸셜과 업비트 운영사 두나무의 기업결합이 결국 해를 넘기게 됐다. 지난해 두 회사의 결합 추진 사실이 알려진 뒤 1년여가 흘렀지만 기업결합은 아직 첫 관문인 정부 심사를 통과하지 못했다.

당초 올해 상반기였던 거래 종결 목표는 9월, 12월에 이어 내년 3월까지 밀렸다. 올해 들어서만 세 번째 일정 연장이다. 내년에또 미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실정이다.

그 사이 글로벌 디지털자산 시장은 급변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로빈후드와 코인베이스 등 대형 플랫폼들이 주식·증권의 토큰화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경쟁에 나섰고, 규제당국까지 기존 권한을 활용해 새로운 사업이 시장에서 먼저 시험될 수 있도록 길을 터주고 있다.

반면 국내에서는 디지털자산 기본법 제정이 거의 방치된 상태며 시장을 뒤흔들 대형 기업결합마저 장기간 심사에 묶이면서 사업자들의 시간표도 함께 밀리고 있다. 디지털자산 산업의 주도권 경쟁에서 한국이 '골든타임'을 놓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는 이유다.

상반기 끝낸다더니 내년 3월로…올해만 세 번째 연기
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네이버는 이날 네이버파이낸셜과 두나무의 포괄적 주식교환을 위한 주주총회와 거래 종결 일정을 내년 3월로 변경했다고 공시했다.

주식교환 안건 의결을 위한 양사의 주주총회는 기존 11월19일에서 내년 2월26일로, 주식교환·이전 등 거래 종결 일정은 12월31일에서 내년 3월31일로 각각 미뤄졌다.

두 회사의 결합 추진 사실이 시장에 처음 알려진 것은 지난해 9월이다. 당시 네이버는 네이버파이낸셜과 두나무가 주식교환과 스테이블코인 등 다양한 협력 방안을 논의하고 있지만 구체적으로 확정된 것은 없다고 밝혔다.

이후 같은 해 11월 양사는 이사회를 열고 네이버파이낸셜과 두나무 간 포괄적 주식교환을 공식 결의했다. 네이버파이낸셜이 두나무 지분 100%를 확보해 완전자회사로 편입하는 방식이다.

당시 양사가 제시한 거래 종결 목표는 올해 상반기였다.

하지만 일정은 거듭 밀렸다. 관련 인허가와 법령 정비 등을 이유로 거래 종결 목표가 9월 말로 늦춰졌고 이후 12월 말로 한 차례 더 연장됐다. 이번에는 다시 내년 3월 말로 미뤄졌다. 올해 들어서만 세 번째 일정 변경이다.

기업결합은 현재 공정거래위원회 심사 단계에 머물러 있다. 양사는 공정위 기업결합 승인뿐 아니라 대주주 변경 승인과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에 따른 두나무의 대주주 변경신고 수리 등 정부의 각종 인허가 절차도 거쳐야 한다.

문제는 내년 3월이라는 새 시간표 역시 확정된 종착점이라고 장담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남아 있는 심사와 인허가가 언제 마무리될지에 따라 일정이 다시 조정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합쳐도 규제가 안 보인다…거래소 지분·스테이블코인 모두 '미정'
기업결합이 끝나더라도 불확실성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두 회사가 결합 이후 어떤 지배구조로 사업을 운영하고 어떤 디지털자산 신사업을 할 수 있을지를 결정할 '디지털자산 기본법' 입법 역시 늦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핵심 쟁점 가운데 하나가 가상자산 거래소 대주주 지분 제한이다.

현재 계획대로 주식교환이 완료되면 네이버파이낸셜은 두나무 지분 100%를 보유한다. 하지만 향후 법률에 거래소 대주주 지분 제한이 도입될 경우 결합 이후 소유구조를 다시 조정해야 할 가능성이 생긴다.

기업결합 승인을 받더라도 이후 만들어지는 법에 따라 지배구조가 다시 영향을 받을 수 있는 셈이다.

양사가 결합 이후 추진하려는 신사업의 밑그림 역시 제도에 달려 있다.

네이버가 가진 결제·커머스·AI 생태계와 두나무의 블록체인·디지털자산 인프라를 결합할 경우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비롯한 새로운 디지털 금융 서비스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기대가 컸다.

그러나 스테이블코인을 누가 발행할 수 있는지, 어떤 업무까지 허용할지 등 핵심 규칙조차 아직 법률로 확정되지 않았다.

기업은 합치기 위한 승인을 기다리고, 합친 뒤 무엇을 할 수 있을지를 결정할 법도 기다려야 하는 상황인 셈이다.

한국이 기다린 1년…미국은 '토큰화 금융' 현실로
한국의 시계가 멈춰 있는 사이 글로벌 시장의 시계는 빠르게 돌아갔다.

특히 미국에서는 가상자산과 전통 금융의 경계가 빠르게 허물어지고 있다. 가상자산 거래소와 핀테크 기업들은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 거래를 넘어 주식·증권을 블록체인 위에서 거래하는 '토큰화' 시장으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

더 눈에 띄는 것은 규제당국의 대응이다.

미국에서도 디지털자산 시장구조를 규율하는 클래리티 입법이 완료되지 않았다. 하지만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법이 완성될 때까지 시장을 멈춰 세우는 대신 현행법상 권한을 활용해 새로운 사업을 시험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

SEC는 지난달 일정 요건을 갖춘 '토큰화 증권 거래장소(TSV)'가 미국 증시에 상장된 주식을 토큰화해 거래할 경우 증권거래법상 '거래소' 정의 적용을 5년간 조건부로 면제하는 '혁신 면제'를 시행했다.

기존 제도가 새로운 기술과 정확하게 맞지 않는 부분에 한시적으로 예외를 적용해 사업을 먼저 허용하고, 실제 시장에서 축적되는 데이터를 향후 제도 개선에 활용하겠다는 취지다.

폴 앳킨스 SEC 위원장은 혁신 면제를 발표하면서 미국 자본시장을 '온체인'으로 옮기기 위한 조치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법이 완성될 때까지 기다리지 않고 규제기관이 기존 권한으로 시장에 먼저 '실험 공간'을 만들어준 것이다.

"법도 기다리고 승인도 기다리고"…韓 기업들 골든타임 놓칠라
가상자산 거래소와 대형 플랫폼의 결합은 시장 집중과 소비자 보호, 이해상충 등 여러 문제를 낳을 수 있는 만큼 충분한 심사가 필요하다.

다만 기술과 시장 변화 속도가 빠른 디지털자산 산업에서 제도 마련과 심사가 장기간 지연될 경우 그 비용을 국내 기업들이 고스란히 떠안게 된다는 지적이다.

특히 디지털자산 경쟁의 무대가 단순한 가상자산 매매에서 스테이블코인과 토큰화 증권, 결제, AI 에이전트 금융 등으로 빠르게 확장되면서 시장 선점의 중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특정 국가가 아닌 초국가적인 시장이란 점도 중요하다.

한 번 글로벌 이용자와 유동성, 인프라가 특정 플랫폼에 모이면 후발주자가 이를 되찾기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

네이버와 두나무가 처음 손을 잡겠다고 나선 이유 역시 여기에 있다. 네이버의 결제·커머스·AI와 두나무의 블록체인·디지털자산 역량을 결합해 국내 시장을 넘어 글로벌 디지털금융 시장에서 경쟁하겠다는 구상이었다.

하지만 추진 사실이 알려진 지 1년이 넘도록 두 회사는 아직 결합 자체를 완료하지 못했다. 당초 올해 상반기였던 목표는 어느새 내년으로 넘어갔다.

그 사이 해외에서는 기존 금융자산을 블록체인 위로 옮기는 토큰화 경쟁이 현실이 되고 있다.

국내 업계 관계자는 "디지털자산 시장은 국가 통화 경쟁력 관점에서도 매우 중요하고, 무엇보다 골든타임을 놓치면 주도권을 다시 가져오기 어렵다"며 "제도적 지원이 부재하다면,최소한 국내 기업들이 우선적으로 자율적인 합병과 협업을 통해 몸집을 키우고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길이라도 터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hyun1@news1.kr

추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