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양복으로 갈아입은 코인시장…법인투자는 여전히 '깜깜이'

재테크

뉴스1,

2026년 October 12일, AM 06:40


가상자산 업계에서 오래 일한 한 관계자는 최근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자신의 옷차림을 두고 웃었다. 3년 전만 해도 편한 옷을 입고 블록체인 행사를 다녔는데, 요즘은 양복을 입다 보니 아는 사람들도 자신을 잘 알아보지 못한다고 했다.

최근 행사장을 둘러보면 그만의 변화가 아니다. 3년 전과 비교해 양복 차림의 참석자가 눈에 띄게 늘었다. 전통 은행들이 부스를 차리고 사업을 소개하고, 일과 후 저녁에 이뤄지는 사이드 이벤트도 금융사 관계자들을 쉽게 만날 수 있다. 가상자산 업계 사람들의 달라진 옷차림이 시장의 변화를 압축해 보여주는 듯했다.

최근 열린 코리아블록체인위크(KBW) 행사장도 이러한 풍경이 눈에 띄었다. 금융권이 가상자산을 바라보는 관심의 온도가 달라졌다. 행사장을 찾은 금융사들은 자산 토큰화와 투자·운용, 디지털자산을 활용한 기업 재무전략에서 사업 기회를 살피고 있었다.

그러나 국내외 기업 사이의 간극도 드러났다. 해외 기업들은 이미 시작한 새로운 먹거리 전략들을 소개했다. 반면 국내 금융사들은 앞으로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살폈다. 같은 행사장에서 한쪽은 '실행 경험'을, 다른 한쪽은 '가능성'을 이야기하고 있었다.

국내 금융사들의 의지가 부족해서일까. 행사장을 방문한 관계자들을 만나면 전혀 그렇지 않다. 관심이 사업으로 이어지려면 시장에 발을 담글 길이 있어야 한다. 한국은 길이 아직도 열리고 있지 않다.

금융위원회는 지난해 하반기 상장법인 및 전문투자사 약 3500곳에 가상자산 매매를 허용할 계획이었다. 금융사는 직접 매매 허용 대상에서 제외됐다.

처음부터 제한적인 개방이었지만, 드디어 한국도 법인이 투자할 수 있는 길이 열리는 점에서 금융·가상자산 기업들의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올해가 반년이 넘었지만, 약속은 지켜지지 않고 있다.

물론 일반 법인과 금융사의 가상자산 매매는 구분해서 논의할 필요가 있다. 금융권으로의 리스크 전이 가능성을 고민한 금융당국의 우려도 이해는 한다.

다만 이미 허용한다고 발표한 상장사·전문투자사의 법인투자마저 이뤄지지 않는 현실은 국내 규제가 어디에 멈춰 있는지 보여준다. 정부가 2년 연속 '경제성장전략'에 공개한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허용도 아직 법 개정을 추진하는 단계다. 기관이 참여할 통로가 수년째 지연되는 동안 해외 기업은 이미 사업을 키우고 있다.

법인투자 허용은 단순히 가상자산을 사라고 권하는 일이 아니다. 정해진 요건 아래에서 투자 여부를 판단하고 책임질 기회를 주는 것이다. 당국이 할 일은 참여 요건과 책임을 명확히 하고, 발표한 계획을 실행하는 것이다.

법인이 시장에 들어와야 자산을 보관하고 거래를 지원하는 서비스도 고객을 확보할 수 있다. 투자 제한은 기업이 비트코인을 사지 못하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금융사와 블록체인 기업이 함께 만들 수 있는 사업의 기반까지 좁힌다. 행사장에서 오가는 협업 논의가 실제 계약과 서비스로 이어지기 어려운 이유다.

지난해 하반기로 제시한 일정이 지났다면 어떤 쟁점이 남았고, 언제까지 해결할 것인지 설명해야 한다. 기업은 발표된 정책을 바탕으로 인력과 자금을 투입한다. 기다림에도 비용이 든다.

한국은 개인 투자자의 활발한 거래로 '리테일 강국'이라는 이름을 얻었다. 이제 현장에서는 기관의 투자와 금융서비스를 이야기한다. 참석자들의 옷차림만 달라진 것이 아니다. 시장이 찾는 고객과 사업도 달라지고 있다. 시장의 발전을 개인의 거래량에만 기대는 것은 변화를 담아내기 어렵다.

양복을 입은 업계 관계자를 사람들이 못 알아본다는 이야기는 웃으며 들었다. 하지만 달라진 시장을 제도가 알아보지 못하는 현실까지 웃어넘길 수는 없다. 국내 기업도 행사장에서 사업을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그 첫걸음은 지난해 약속한 법인시장 개방을 실행하는 것이다.

chsn12@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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