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달러 뚫은 원화, 힘 못 쓰는 엔화…원·엔 환율 840원까지 '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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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2026년 October 13일, AM 05:01

[이데일리 이정윤 기자] 원·엔 환율이 100엔당 840원까지 떨어지며 약 18년 만에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원화는 달러 강세에도 반도체 수출 호조와 대규모 무역흑자로 가치가 오르고 있지만, 엔화는 고유가에 따른 무역적자와 미·일 금리차에 눌려 약세를 이어가고 있다.

일본은행의 추가 금리인상 기대에도 엔화 반등이 쉽지 않아 원·엔 환율이 더 내려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12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엔 재정환율은 장중 100엔당 840.64원까지 하락했다. 지난 2008년 1월 2일 기록한 저점(833.40원)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원·엔 환율은 8월 초 909원에서 9월 초 857원으로 내려온 데 이어 이달 들어 840원대 초반까지 떨어졌다. 두 달여 만에 100엔당 약 69원 하락한 수치다.

원화와 엔화의 엇갈린 움직임이 환율 하락을 이끌었다. 8월 말과 비교하면 원화 가치는 달러 대비 7.2% 상승한 반면 엔화 가치는 0.6% 하락했다. 같은 기간 달러인덱스가 2.3% 상승하는 등 글로벌 달러 강세가 나타났지만 원화는 오히려 강세를 보였다. 9월 말 이후에도 원화 가치 상승률은 2.8%로 엔화(1.2%)를 웃돌았다.

[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두 통화의 움직임이 엇갈린 주요 배경은 달러 수급이다. 한국은 반도체 수출 호조로 달러 유입이 크게 늘어난 데다 수출기업들이 보유 달러를 원화로 바꾸는 매도 물량까지 확대되고 있다. 미국의 고금리와 달러 강세에도 원·달러 환율이 하락하는 이유다. 원·달러 환율은 이날 1332.0원까지 하락해 약 2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반면 일본은 유가로 에너지 수입 부담이 커지면서 지난 8월까지 4개월 연속 무역적자를 기록했다. 8월 원유 수입액이 전년 동월 대비 58.7% 급증해 전자제품 등 수출 증가 효과를 상쇄했다. 원유 수입대금을 지급하기 위한 달러 수요가 늘면서 엔화 가치에 하락 압력을 가하고 있다.

변정규 다이와증권 코리아 본부장은 “최근 수출기업의 달러 매도 물량이 50% 이상 늘어나는 등 국내 외환 수급이 안정적”이라며 “한국은 글로벌 수요가 집중되는 반도체 수출로 달러를 벌어들이는 반면, 일본은 자동차가 주력이고 반도체 장비 수출 비중은 상대적으로 낮은 데다 원유 수입 부담까지 커지는 등 산업 구조적인 차이가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미국의 고금리도 엔화 반등을 가로막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추가 금리인상 전망으로 여전히 미·일 금리차가 높은 수준을 유지하는 가운데 일본은행의 금리인상 기대는 이미 상당 부분 시장에 반영됐다는 평가다.

시장에서는 현재 1.25%인 일본 기준금리가 내년 2분기까지 1.75%로 오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러나 일본의 확장적 재정정책과 해외투자 확대 흐름은 여전해 금리인상만으로 엔화 약세를 되돌리기는 쉽지 않다는 분석이다.

강영숙 국제금융센터 선진경제부장은 “일본의 금리인상 전망은 이미 상당 부분 선반영 돼 있어 추가로 매파적인 신호가 나오기 어렵다”며 “당분간 엔화 방향은 미국의 금리와 달러화 움직임에 크게 좌우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일본 당국의 외환시장 개입 경계감으로 달러·엔 환율이 160엔을 넘어서기는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향후 원·엔 환율 전망은 엇갈린다. 이민혁 KB국민은행 이코노미스트는 “원·엔 환율은 840원이 저점이 아닐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반면 변 본부장은 “엔화 약세는 끝물에 가까워지고 있다”며 “일본은행이 추가로 금리를 올리면 내년 중반부터는 엔화 흐름이 달라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어 “연말 달러·엔 환율은 155~160엔, 원·엔 환율은 850원대에서 등락할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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