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훈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장이 지난 12일 국회에서 열린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LH의 부채 증가와 관련한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집값이 당장이라도 급락할 만큼 시장이 하향 안정화 단계라면 왜 실수요자의 주거 사다리까지 위협하는 고강도 대출 규제가 더 필요한가. 반대로 대출 규제를 더 조여야 할 만큼 시장의 상승 압력이 거세다면 “곧 집값이 꺾이는 건 시간문제”라는 말은 대체 무슨 근거에 기반한 낙관인가. 시장 불안을 막겠다고 서민 대출을 조이자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기다리면 떨어진다”는 건 자가당착이다.
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발언의 가벼움이다. 이 사장은 “집값이 안 잡히면 사퇴하겠느냐”는 의원의 질의에 망설임 없이 “그렇다”고 답했다. 그러나 공공기관장의 사퇴는 책임을 지는 행위가 아니다. 예측이 틀려 집값이 더 오르면 그 대가는 평생 모은 돈으로도 집을 구하지 못하거나 더 큰 빚을 짊어져야 하는 무주택 서민의 몫이다. 잘못된 시장 신호를 믿고 내 집 마련을 미뤘다가 기회를 놓친 국민의 피해를 사장직 사퇴로 어떻게 보상하겠다는 말인가.
정작 LH는 내부 살림도 버거운 상황이다. 올해 목표로 내건 공공주택 착공 실적은 목표치에 한참 미달하며 국감장에서 거센 질타를 받았다. 2030년 부채가 300조원을 훌쩍 넘길 것이라는 재무 경고등과 조직 개혁이라는 난제 앞에서는 국토교통부 눈치만 보며 답을 미뤘다. 자신에게 부여된 진짜 시험지는 텅 비워둔 채 권한도 없는 금융 규제와 시장 예측이라는 남의 시험지에 장황한 답을 적고 있는 셈이다.
LH 사장은 국민 주거 안정을 책임지고 수많은 무주택자의 내 집 마련 기회를 현실로 만들어야 하는 자리다. “2028년이면 공급을 체감할 것”이라는 공허한 말 대신 국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숫자로 성과를 증명해야 한다. 무책임한 사퇴 배수진으로 국민의 주거 불안을 담보 잡지 말고 본연의 공급 책무부터 다하길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