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주택공급 속도전…건설사는 사업성 악화에 ‘진퇴양난’

재테크

이데일리,

2026년 October 20일, PM 02:21

[이데일리 이다원 기자] 정부가 주택공급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민간 건설사들은 공사비 부담과 미분양 우려로 신규 주택사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분양가를 높이면 수요 확보가 어렵고 낮추면 수익성이 떨어지는 상황이다. 서울에서도 사업성이 부족한 일부 정비사업에 건설사들이 참여를 주저하면서 정부의 공급 확대 정책이 실제 착공과 분양으로 이어지기 쉽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 한 아파트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들이 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이데일리 이영훈 기자)
서울 한 아파트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들이 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이데일리 이영훈 기자)
20일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9월 민간아파트 분양시장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전국 민간아파트 신규 분양 물량은 9657가구로 지난해 같은 달(1만 4339가구)보다 32.7% 감소했다. 전월(1만 924가구) 대비로도 11.6% 줄었다. 수도권은 2388가구로 전년 동월보다 68.5% 급감했다. 서울에서는 신규 분양이 없었고 경기와 인천은 각각 2353가구, 35가구에 그쳤다.

향후 분양시장 전망도 어둡다. 주택산업연구원에 따르면 10월 전국 아파트 분양전망지수는 82.3으로 전월보다 4.0포인트 하락했다. 수도권은 92.0, 비수도권은 80.2로 모두 기준선인 100을 밑돌았다. 서울만 105.7로 3개월 만에 기준선을 넘어섰다. 분양전망지수가 100보다 낮으면 시장을 부정적으로 보는 주택사업자가 더 많다는 의미다.

분양시장 전망은 악화했지만 가격 상승 압력과 미분양 우려는 커졌다. 10월 전국 분양가격전망지수는 114.3으로 전월보다 5.5포인트 상승했고 미분양물량 전망지수도 108.6으로 2.7포인트 올랐다. HUG가 집계한 9월 말 기준 최근 1년간 전국 민간아파트 평균 분양가격은 ㎡당 615만 3000원으로 전년 동월보다 4.2% 높았다. 국토교통부도 지난달 분양가상한제 주택에 적용하는 기본형건축비를 4.07% 인상했다.

건설사들은 늘어난 공사비와 토지비를 분양가에 반영해야 하지만 가격을 높이면 미분양 위험이 커진다. 반대로 분양가를 낮추면 사업 수익성을 확보하기 어렵다. 특히 주택 수요가 부족한 지역에서는 분양 이후 자금 회수에 대한 불확실성까지 부담해야 한다.

중견 건설사 A사 관계자는 “공사비는 어떻게든 맞출 수 있지만 미분양 가능성이 큰 지역에서는 사업을 추진하기 어렵다”며 “비수도권은 미분양 우려가 커 신규 사업에 신중하게 접근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이 같은 사업성 문제는 서울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아파트 매매가격이 상승하고 주요 정비사업 단지의 청약 수요가 유지되더라도 모든 사업장의 수익성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공사비와 금융비용 부담이 큰 일부 재개발·재건축 사업에서는 건설사들이 시공 참여를 주저하고 있다. 특히 전용면적 84㎡를 초과하는 중대형 주택은 높은 분양가가 수요 확보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중견 건설사 B사 관계자는 “서울에서도 사업성이 나오지 않는 일부 재개발·재건축 단지는 건설사들이 참여를 꺼리고 있다”며 “분양가를 높이면 미분양 위험이 커지고 낮추면 건설사 입장에서는 사업을 하지 않는 것만 못한 상황이 된다”고 말했다. 이어 “서울도 이런데 경기와 인천은 물론 지방은 더 어려울 수밖에 없다”며 “지방에서는 사업지가 나와도 참여하지 않으려는 분위기가 강하다”고 설명했다.

서울의 일반분양 물량 증가도 신규 주택사업 전반의 회복으로 보기는 어렵다. 부동산 플랫폼 직방에 따르면 올해 서울 아파트 일반분양 계획 물량은 1만 887가구로 지난해(3979가구)보다 173.6% 증가했다. 그러나 지난해에서 올해로 분양이 미뤄진 물량과 대규모 재건축 단지의 공급이 증가분에 포함됐다.

올해 서초구 ‘아크로 드 서초’와 ‘오티에르 반포’, 용산구 ‘이촌 르엘’ 등이 분양에 나섰고 다음 달에는 반포주공1단지 1·2·4주구를 재건축하는 ‘디에이치 반포124’가 일반분양 1832가구를 공급할 예정이다. 올해 서울 전체 분양 계획 물량에서 일반분양이 차지하는 비중은 36.0%로 전국 평균(66.3%)보다 30.3%포인트 낮다. 정비사업의 조합원 배정 물량이 많은 만큼 일반분양 증가를 신규 개발사업 확대로 해석하기는 어렵다.

사업을 연기하더라도 비용 부담은 남는다. 이미 토지를 매입했거나 프로젝트파이낸싱(PF)으로 자금을 조달한 사업장은 분양이 늦어질수록 이자 등 금융비용이 누적된다. 분양가를 높이기도, 사업 일정을 미루기도 어려운 상황에서 신규 사업 착수에 신중해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 같은 상황은 정부의 주택공급 확대 정책에도 부담이다. 인허가 절차를 줄이고 건축 규제를 완화하더라도 민간 사업자들이 충분한 수익성을 확보하지 못하면 신규 사업 착수로 이어지기 어렵기 때문이다. 특히 공급할 수 있는 주택 수를 늘리는 것과 실제 수요가 뒷받침되는 주택을 공급하는 것은 별개라는 지적이 나온다.

한 부동산학과 교수는 “정부가 공급 목표를 세우고 인허가 절차를 완화하더라도 민간 사업자의 수익성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실제 공급 확대로 이어지는 데 한계가 있다”며 “중요한 것은 주택을 얼마나 많이 짓느냐보다 수요자들이 선호하는 지역에 원하는 주택을 공급하면서 사업성을 확보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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