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공급 관련 발언하는 이재명 대통령
이 대통령은 신도시 조성 현황을 보고받던 중 “(땅을) 파내고 기반을 다지고 분양하다 보면 건축업자들이 또 파고 한다”며 택지 조성과 주택 건설 과정에서 발생하는 중복 작업을 지적했다. 이성훈 LH 사장이 지반 처리에 시간이 걸린다고 설명하자 “최대한 공급을 앞당겨야 한다”고 주문했다.
원형지 분양은 도로·상하수도 등 기반시설을 갖추고 택지 조성을 완료한 뒤 토지를 공급하는 일반적인 방식과 달리 부지 조성을 마치기 전에 땅을 개발사업자에게 공급하는 방식이다. 통상 LH가 토지를 확보해 지반을 정비하고 택지를 조성한 다음 건설사에 넘긴다면 원형지 방식은 토지를 먼저 공급해 건축계획 수립 등 일부 절차를 앞당길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 대통령이 이처럼 택지 개발 절차까지 재검토하도록 한 배경에는 공급 공백에 대한 위기감이 깔려 있다. 이 대통령은 이날 2022년부터 지난해까지 신규 주택 인허가와 착공이 절반 가까이 줄었다고 지적했다. 이미 줄어든 공급량을 단기간에 되돌리기 어려운 상황에서 사업 절차를 병행해 조금이라도 공급 시기를 앞당기려는 취지로 풀이된다.
과거에도 비슷한 방식이 활용됐다. 2010년 세종시 개발 과정에서 원형지 공급이 추진된 바 있다.
그러나 원형지 분양에는 가격 산정과 개발이익 배분이라는 문제가 뒤따른다. 부지 조성이 끝나지 않은 땅은 일반 조성택지보다 낮은 가격에 공급되는데, 민간이 부담할 조성비와 기반시설 비용을 충분히 반영하지 않으면 개발이익이 특정 기업에 집중될 우려가 있다. 반대로 LH가 주요 기반시설 비용을 계속 떠안는다면 속도는 나도 공공의 사업비 부담은 기대만큼 줄지 않을 수 있다.
실제 2010년 세종시 개발 당시에는 대기업에 원형지를 저렴하게 공급하는 방안을 놓고 특혜 논란이 불거졌다. 당시 원형지 공급가격이 일반 조성토지보다 크게 낮아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공공이 조성한 택지의 개발이익을 민간에 넘기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됐다.
현 정부의 LH 개혁 방향과도 엇박자를 낼 수 있다. 국토교통부는 지난해 9·7 대책을 통해 LH가 조성하는 공공택지를 민간에 매각하는 대신 LH가 직접 주택사업을 시행하는 방향으로 전환했다. 민간 건설사가 부동산 호황기에는 개발이익을 누리면서도 불황기에는 착공을 미뤄 공급이 지연되는 문제를 막고 공공택지 개발이익을 공공이 환수하겠다는 취지였다.
원형지 분양은 이러한 기존 직접시행 확대 기조와 충돌할 수 있다. LH가 시행자 지위를 유지한 채 민간에 일부 조성 공정만 맡길 것인지, 민간에 토지 개발권 자체를 넘길 것인지도 아직은 불분명하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관건은 원형지 분양이 지난해 발표한 LH 직접시행 범위에 들어가는지 여부”라며 “민간참여사업에서 민간이 맡는 범위에 택지 조성까지 포함할 수 있는지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 주택 공급기간이 얼마나 줄어들지도 불확실하다. 토지를 일찍 공급하더라도 보상과 이주, 인허가 등이 지연되면 착공 시기를 앞당기는 데 한계가 있어서다. 민간 건설사 역시 토지를 확보한 뒤 분양시장 상황과 사업성을 고려해 착공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값이 싸면 토지를 살 수는 있지만 실제 사업을 진행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라며 “과거 경험을 바탕으로 봐도 원형지 분양이 주택 건설 속도를 빠르게 한다는 확신은 없다”고 지적했다.
반면 공급 부족이 현실화한 상황에서 활용할 수 있는 수단을 폭넓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지금은 주택 공급 시차를 최소화하는 것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공급기간을 단축할 수 있는 모든 방안을 추진하는 것은 바람직하다”고 평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