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스테이블코인 규제 시행 '초읽기'…韓 원화코인은 법안도 못 냈다

재테크

뉴스1,

2026년 October 27일, AM 11:15


미국이 스테이블코인 규제체계의 핵심 하위규정을 확정하고 내년 1월 본격 시행을 앞둔 가운데 한국은 원화 스테이블코인 도입의 근거가 될 디지털자산기본법 정부안조차 국회에 제출하지 못하고 있다. 글로벌 스테이블코인 시장이 미국의 지니어스법(GENIUS Act) 제정 이후 15개월간 16% 넘게 성장하는 사이 양국의 제도화 속도 차이가 벌어지는 모습이다.

美 지니어스법 내년 1월 시행…준비자산·상환 기준 확정
27일 탈중앙화금융(DeFi) 데이터 분석업체 디파이라마(DefiLlama)에 따르면 전날 기준 글로벌 스테이블코인 시가총액은 약 3003억4000만 달러로 집계됐다. 지난해 7월 미국 지니어스법 제정 당시 약 2581억9100만 달러와 비교하면 16.3% 증가한 규모다.

스테이블코인은 달러 등 법정화폐에 가치를 연동하도록 설계된 디지털자산이다. 가상자산 거래를 넘어 결제와 해외 송금 등으로 활용 범위가 확대되면서 시장 규모도 커지고 있다.

미국은 시장 확대에 발맞춰 스테이블코인 제도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미국 통화감독청(OCC)은 지난 21일 지니어스법 시행을 위한 최종 규정을 발표했다. 지난해 7월 18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법안에 서명한 지 약 15개월 만이다.

지니어스법과 이번 OCC 최종 규정은 내년 1월 18일부터 시행된다. 이번 규정에는 스테이블코인 발행사의 준비자산 관리와 유동성 확보, 발행·상환 절차, 위험관리 및 감독 등에 관한 세부 기준이 담겼다.

발행사는 유통 중인 스테이블코인 가치에 상응하는 준비자산을 1대1로 보유해야 한다. 이 가운데 최소 5%는 요구불예금 등 즉시 인출할 수 있는 고유동성 자산으로 확보하도록 했다.

스테이블코인 보유자에게 이자나 수익을 지급하는 행위도 발행사에 대해 금지된다.

다만 거래소 등 제3자가 제공하는 보상 프로그램의 규제 적용 여부는 개별 구조에 따라 판단할 전망이다. OCC는 당초 발행사가 계열사나 제3자를 통해 우회적으로 이자를 지급하는 것으로 추정하는 규정을 검토했으나 최종안에서는 제외했다. 대신 실제 지급 주체와 발행사의 관여 여부, 거래의 경제적 실질 등을 살펴 규제 위반 여부를 판단하기로 했다.

미국의 스테이블코인 규제 정비가 모두 끝난 것은 아니다. 자금세탁방지(AML)와 제재 관련 세부 규정 등은 별도 마련될 예정이다. 다만 발행사 인가와 준비자산, 상환 등 핵심적인 감독 기준이 구체화되면서 제도 시행을 위한 기반은 갖춰지고 있다.

미국은 스테이블코인 외 디지털자산 전반으로도 규제체계 정비를 확대하고 있다. 디지털자산 시장구조를 규율하는 클래리티법(CLARITY Act)의 입법이 지연되는 가운데 증권거래위원회(SEC)는 토큰화 주식 거래에 대한 규제 특례를 추진하고 있다.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 역시 디지털자산 거래를 기존 금융시장 감독체계에 편입하기 위한 별도 규칙 마련에 나섰다.

美 시행 준비 속 韓 정부안도 미제출…발행 주체 놓고 이견
반면 한국에서는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과 유통을 규율할 법적 기반이 여전히 논의 단계에 머물러 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7월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연내 디지털자산기본법 마련 방침을 밝혔지만, 아직 정부안을 국회에 제출하지 못했다.

핵심 쟁점은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발행 주체다. 현재 은행이 지분의 '50%+1주' 이상을 보유한 컨소시엄에 발행을 허용하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지만 은행 중심의 발행 구조와 비은행 사업자의 참여 범위 등을 놓고 이견이 이어지고 있다.

한국은행은 민간 원화 스테이블코인 도입에 원칙적으로 찬성하면서도 은행 주도의 발행 방식을 지지하고 있다.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12일 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민간 원화 스테이블코인 도입에 대해 "기본적으로는 찬성하는 입장"이라며 "방식은 정부와의 합의안대로 민간 은행 주도로 컨소시엄을 구성하는 방식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억원 금융위원장도 지난 22일 국회 정무위원회 종합감사에서 디지털자산 관련 법안이 막바지 협의 단계에 있다며 조속히 논의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국회에서도 국정감사 종료 이후 관련 법안 심의가 본격화할 가능성이 거론되지만 구체적인 일정은 확정되지 않았다.

업계에서는 미국이 스테이블코인 발행과 유통에 관한 규제 기준을 구체화하는 동안 국내 기업의 시장 진입이 늦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 주체를 둘러싼 이견이 장기화할 경우 국내 결제·송금 시장에서 해외 사업자의 영향력이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황석진 동국대 국제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제도화가 늦어질수록 국내 기업은 시장에 진입할 기회를 잃고 해외 기업이 먼저 구축한 결제 생태계에 종속될 가능성이 커진다"며 "특히 국내 입법에서는 은행 중심의 안정성과 핀테크 중심의 혁신성을 대립적으로 볼 것이 아니라 위험에 비례한 규제를 통해 다양한 사업자가 참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형구 한양대 파이낸스경영학과 교수는 "입법을 서두르는 동시에 준비자산의 안전성과 액면가 상환, 공시 등 규제 기준을 명확히 해야 한다"며 "이를 충족하는 핀테크와 플랫폼 등 다양한 사업자에 시장 참여 기회를 열어 경쟁과 혁신을 촉진해야 한다"고 밝혔다.

yellowpaper@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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