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가상자산 거래소 바이낸스에서 약 8조 4000억 원 규모의 보안 사고가 발생하면서 가상자산 업계의 역대 대형 해킹 사건들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이번 사고의 초기 추정 피해 규모는 지난해 발생한 바이비트 해킹 피해액의 4배를 웃돈다. 최종 피해 규모가 확인되면 가상자산 업계 사상 최대 해킹 사건으로 기록될 전망이다.
31일 바이낸스에 따르면 이번 보안 사고의 전체 영향 규모는 약 63억 달러(약 8조 4344억 원)로 추산된다. 바이낸스는 블록체인 업계 파트너들과 협력해 현재까지 약 30억 달러(약 4조 원) 상당의 자산을 온체인상에서 동결했다고 밝혔다. 다만 실제 탈취 규모와 최종 손실액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바이낸스의 초기 조사에서는 개발·운영 담당 엔지니어의 노트북이 침해되면서 공격자가 내부 서비스 시스템에 접근해 무단 출금 거래를 실행했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현재까지 지갑 개인키가 유출됐다는 증거는 발견되지 않았다.
바이낸스는 이용자 보호 기금(SAFU)과 회사 자금으로 손실을 전액 보전하겠다는 방침이다.
바이비트 15억달러·코인체크 5.3억달러…해외 거래소 해킹 잇따라 이번 사고의 초기 추정 규모는 종전 최대 거래소 해킹 사건으로 꼽히는 지난해 2월 바이비트 사고의 약 4.2배에 달한다.
당시 바이비트에서는 약 15억 달러 상당의 이더리움 관련 자산이 탈취됐다. 공격자는 거래 승인 과정의 취약점을 악용해 자산을 외부 지갑으로 빼돌린 것으로 파악됐다. 미국 연방수사국(FBI)은 북한을 공격 배후로 공식 지목했다.
2018년 1월 일본 코인체크에서는 약 5억 3000만 달러 상당의 넴(NEM) 가상자산이 유출됐다. 당시 일본 금융청(FSA)은 코인체크에 업무개선명령을 내리고 다른 가상자산 거래소에도 보안체계에 대한 긴급 점검을 요구했다. 이 사건은 일본의 가상자산 거래소 보안 감독을 강화하는 계기가 됐다.
2016년 8월에는 비트파이넥스에서 약 11만 9756개의 비트코인이 탈취됐다. 사고 당시 피해액은 약 7200만 달러였지만 이후 비트코인 가격이 급등하면서 탈취 자산의 가치도 크게 불어났다.
2020년 9월 쿠코인에서도 약 2억 8000만 달러 이상의 가상자산이 유출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쿠코인은 다른 거래소 및 블록체인 프로젝트들과 협력해 상당 부분을 회수했으며, 나머지 손실은 자체 자금과 보험기금으로 충당했다고 밝혔다.
가상자산 거래소 해킹의 대표적인 사례로는 2014년 일본 마운트곡스 사태도 꼽힌다. 당시 세계 최대 비트코인 거래소였던 마운트곡스는 약 85만 개의 비트코인이 사라졌다고 신고한 뒤 파산 절차에 들어갔다. 다만 이 사건은 장기간에 걸친 자산 유실과 관리 부실 문제가 얽혀 있어 단일 해킹 사고와는 구분할 필요가 있다.
국내도 업비트·빗썸 수백억원 유출…반복되는 보안 사고 국내 주요 가상자산 거래소도 대형 해킹 피해를 겪었다.
업비트는 지난해 11월 솔라나 계열 가상자산 약 445억 원이 외부 지갑으로 무단 전송되는 사고를 겪었다. 운영사 두나무는 피해액 전액을 회사 보유 자산으로 충당해 고객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당시 수사당국은 북한 해킹 조직 라자루스의 연루 가능성을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비트는 앞서 2019년 11월에도 약 34만 2000개의 이더리움을 탈취당했다. 당시 피해액은 약 580억 원에 달했다.
빗썸에서도 2018년 6월 해킹으로 약 350억 원 상당의 가상자산이 유출됐다. 거래소는 사고 이후 입출금을 일시 중단하고 피해 자산 회수와 고객 보호 조치에 나섰다.
이처럼 국내외 거래소에서 대규모 자산 탈취 사고가 반복되면서 고객자산 보관 체계뿐 아니라 내부 시스템 접근권한과 출금 승인 절차 등 전반적인 보안 관리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특히 이번 바이낸스 사고는 지갑 개인키 유출이 확인되지 않은 상황에서도 내부 운영 시스템에 대한 침해를 통해 거액의 무단 출금이 발생했을 가능성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거래소의 보안 관리 범위를 자산 보관 지갑뿐 아니라 개발·운영 환경과 업무용 단말기까지 확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