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나 많이 지어질 것인지에 앞서 누가 사용하고, 어떤 비용으로 운영하며, 시간이 흐른 뒤에도 가치를 유지할 수 있는지 물어야 한다.
(사진=챗GPT로 생성)
오피스와 물류센터의 수급을 이야기할 때 우리는 주로 면적을 본다. 공급되는 공간과 이를 사용할 수요를 비교한다. 데이터센터에서는 전력이 핵심 기준이다. 땅이 있고 건물을 지을 수 있어도 필요한 전력을 안정적으로 확보하지 못하면 사업을 진행하기 어렵다. 입지를 평가하는 기준부터 기존 부동산과 차이가 난다.
여기서 개발사업자가 신청한 전력량과 실제 시설을 사용할 기업의 수요를 구분해야 한다. 전력을 사용하겠다는 신청이 많다는 사실만으로 완공 후 임차 수요까지 충분하다고 판단할 수는 없다. 전력 확보와 개발 가능성, 최종 사용자 확보는 확인할 문제다.
수도권에 데이터센터가 집중된 배경에는 기업과 이용자, 통신 인프라와 운영 기반이 있다. 이용자와 가까운 곳에서 데이터를 처리해야 하는 수요도 있다. 전력 공급에 제약이 생기고 지방 분산 기조가 강해져도 수도권 수요가 쉽게 사라지기 어려운 이유다.
앞으로는 수도권의 중소형 데이터센터와 비수도권의 초대형 데이터센터가 함께 성장하는 구도가 뚜렷해질 것으로 본다. 수도권에서는 작은 규모의 개발이나 기존 건물의 전환이 이어지고, 비수도권에서는 대규모 전력을 사용하는 시설이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이때 초대형 시설의 핵심 위험은 임차인이다. 오피스는 특정 기업이 입주를 포기해도 다른 기업으로 대체할 여지가 비교적 크다. 반면 초대형 데이터센터를 사용할 기업은 제한적이다. 주요 사용자가 빠졌을 때 비슷한 규모의 수요를 곧바로 찾기 어렵다. 개발과 자금 조달 단계에서부터 ‘누가 쓰느냐’에 대한 답이 중요한 이유다.
시장 확대와 함께 운영사의 역할도 달라지고 있다. 기존에는 통신사 등이 시설 전체를 임차한 뒤 필요한 기업에 다시 제공하는 방식이 중심이었다. 이제는 사업주가 최종 사용자를 직접 확보하고 전문기업에 운영을 맡기는 구조도 나타나고 있다. 개발 능력과 함께 안정적인 운영 경험을 평가해야 한다.
◇완공 이후의 비용과 매각이 가치 갈라
투자 관점에서는 개발 이후를 더 엄격하게 살펴야 한다. 현재 데이터센터의 높은 평가에는 앞으로 수요와 수익이 계속 성장할 것이라는 기대가 반영돼 있다. 중요한 것은 그 기대가 실제 운영 성과로 이어지는 지다. 개발을 마친 뒤 다음 투자자에게 매각하는 시점에도 현재의 평가를 유지할 수 있어야 한다.
설비 교체 비용은 이 과정의 주요 변수다. 데이터센터는 전력과 냉각 설비를 쉬지 않고 가동해야 한다. 시간이 지나면 유지보수와 교체에 상당한 비용이 들어갈 수 있다. 임대료가 올라도 설비에 다시 투자해야 하는 비용이 더 빠르게 늘면 자산가치에 대한 계산은 달라진다. 수익의 증가 속도와 이를 유지하는 비용을 함께 봐야 한다.
따라서 모든 데이터센터에 같은 투자 기준을 적용하기는 어렵다. 수도권 중소형 시설은 상대적으로 다양한 수요를 바탕으로 기존 부동산의 관점에서 검토할 여지가 있다. 반면 비수도권 초대형 시설은 막대한 초기 투자와 장기간의 운영을 전제로 하는 인프라의 성격이 강해질 수 있다. 투자금 회수 기간과 위험을 평가하는 방식도 달라져야 한다.
물류센터 시장의 경험도 돌아볼 필요가 있다. 성장 산업을 뒷받침하는 시설이라는 기대 속에 투자가 몰렸지만, 이후 일부 시설은 공실과 용도 전환의 어려움을 겪었다. 데이터센터가 같은 경로를 밟는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다만 산업의 성장만으로 개별 개발사업의 수익성이 보장되지는 않는다는 교훈은 유효하다.
데이터센터 시장의 결말은 아직 열려 있다. 실제 운영 수익과 설비 교체 비용이 드러나고, 자산의 손바뀜까지 이뤄져야 가치 판단의 근거도 단단해질 것이다. 성장 가능성을 인정하면서도 그 기대를 얼마나 높은 가격에 사고 있는지 물어야 할 때다. 미래를 낙관할수록 투자 판단은 더 구체적이고 신중해야 한다.
이상준 알스퀘어 CRE컨설팅 본부장. (사진=알스퀘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