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가상자산 거래소 바이낸스에서 63억 달러(약 8조 4000억 원)의 가상자산을 탈취한 해커가 여전히 32억 달러(약 4조 2700억 원) 이상의 자산을 통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스테이블코인 발행사들의 자산 동결을 피하기 위해 탈취 자금을 이더리움 등으로 교환하고 탈중앙화금융(디파이·DeFi) 대출까지 활용한 것으로 파악됐다.
블록체인 분석업체 엘립틱은 31일 보고서를 통해 "바이낸스 해킹 공격자는 약 32억 3000만 달러의 동결되지 않은 가상자산을 보유하고 있다"며 "해당 자산은 비트코인, 이더리움, 엑스알피(XRP), 트론 등으로 수십 개 지갑 주소에 분산돼 있다"고 밝혔다.
앞서 스테이블코인 발행사들은 지난 30일(한국시간) 바이낸스 해킹 발생 이후 탈취 자산 동결에 나섰다. 테더는 탈취 자금이 공격자의 주요 이더리움 지갑에 유입된 지 37분 만에 약 11억 8000만 USDT를 동결했다. 서클도 3분 뒤 같은 지갑의 약 8억 2300만 USDC를 동결했으며 리플 등 다른 발행사들도 동결 조치에 나섰다. 바이낸스가 밝힌 전체 동결 규모는 약 30억 달러다.
해커는 자산 동결을 피하기 위해 스테이블코인을 이더리움 등으로 교환했다. 엘립틱은 공격자가 약 4억 3400만 달러 상당의 USDT를 이더리움으로 바꾸는 과정에서 시장가격보다 12~26% 낮은 조건을 감수했다고 분석했다. 손실을 감수하면서도 동결이 어려운 가상자산으로 신속히 전환하는 데 집중했다는 설명이다.
디파이 대출 서비스도 자금 이동에 활용됐다. 공격자와 연관된 지갑은 탈중앙화 대출 플랫폼 에이브(Aave)에 약 6000만 달러 상당의 USDT를 담보로 예치하고 약 4460만 달러 상당의 랩드이더리움(WETH)을 빌렸다.
엘립틱은 "과거 바이비트 해킹 자금의 세탁 사례를 고려하면 탈취 자산은 여러 지갑과 크로스체인 브리지, 믹서, 교환 서비스를 거칠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후 장외거래(OTC) 중개업체와 거래소를 통해 현금화를 시도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한편 바이낸스는 이용자 피해를 전액 보상하겠다는 방침을 밝히고 수사기관 및 블록체인 분석업체 등과 협력해 탈취 자산의 추적과 회수를 진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