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AI 시대, 공간정보 가치를 다시 보다

재테크

이데일리,

2026년 November 02일, AM 05:00

AI 시대, 공간정보 가치를 다시 보다
[어명소 LX한국국토정보공사 사장]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 아마존에 풀기 어려운 문제가 있었다. 고객이 주문한 물건을 아파트 현관문 앞까지 정확하게 배송하는 일이다. 주소도 알고, 길도 알고, 인공지능(AI)까지 갖췄는데 무엇이 문제였을까.

주소가 가리키는 곳과 실제 물건을 전달해야 할 곳이 일치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파트 단지에 출입구가 여러 개이고 건물 뒤편에 별도 배송공간이 있는 곳도 있다. 아마존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생성형 AI 기반 정밀지도 기술인 ‘웰스프링’을 개발했다. 위성영상과 도로망, 건물정보, 과거 배송기록 등을 결합해 배송 위치를 보다 정확하게 파악하도록 한 것이다.

세계 최고 수준의 AI 기술을 가진 기업이 왜 지도부터 다시 그렸을까. AI를 활용해 해결하고자 한 문제는 다름 아닌 공간정보였다. 인공지능이 아무리 뛰어나더라도 현실 세계의 공간을 정확하게 이해하지 못한다면 신뢰할 수 없는 정보를 제공할 수가 없다. AI 시대에 공간정보가 새로운 디지털 SOC(사회 간접 자본)로 주목받는 이유다.

공간정보의 전략적 가치는 이미 곳곳에서 확인되고 있다. 올해 3월 미국 10개 도시에서 주당 50만 건의 유료 운행을 기록한 웨이모의 무인택시는 차선과 신호등, 연석 위치까지 담은 3차원 정밀지도를 토대로 달린다. 지난 6월 서울 강남역 일대는 3차원 공간정보와 실시간 강우·관로 수위 자료를 결합해 10분 단위로 침수를 예측하는 도시침수예보가 도입됐다.

이러한 공간정보를 만드는 눈은 이제 우주에도 있다. 국토위성 2호가 지난 5월 추가 발사되면서 국토위성지도 갱신 주기가 평균 10개월에서 5개월로, 산불·홍수 때 긴급 촬영 주기는 이틀에서 하루로 단축될 전망이다. 이렇듯 자율주행이든 재난대응이든, 현실을 정확히 담는 공간정보가 있어야 제대로 작동한다. AI 시대에는 더욱 그렇다.

우리나라도 그동안 국가공간정보 인프라를 구축해왔다. 지적정보, 항공영상, 3차원 공간정보 등 다양한 데이터가 축적되었고 활용 분야도 넓어졌다. 그러나 데이터를 많이 확보하는 것만으로 산업 경쟁력이 높아지는 것은 아니다. 서로 다른 기관과 분야간 흩어진 정보를 유기적으로 연결하고 빠르게 갱신하며 민간이 이를 활용해 새로운 서비스를 만들어낼 수 있어야 한다. 이제 공간정보산업의 경쟁력은 구축한 데이터의 양보다 데이터의 품질과 활용 가치에서 판가름날 것이다. 공급 중심의 공간정보 정책에서 활용과 가치 창출 중심으로 시선을 옮겨야 할 때다.

이를 위해 필요한 것이 선택과 집중이다. 공공이 모든 데이터를 구축하고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식으로는 빠르게 변화하는 기술과 시장의 수요에 대응하기 어렵다. 공공은 국가가 반드시 책임져야 할 기초 공간정보의 정확성과 신뢰성을 확보하고 민간은 이를 토대로 혁신적인 기술과 서비스를 개발하는 역할 분담이 필요하다.

경영 여건이 어려운 지금, LX한국국토정보공사가 지키는 것도 이 원칙이다. 국민의 재산권과 직결되는 지적정보의 정확성과 신뢰성을 지키는 것이 공사의 본업이다. 공간정보 데이터는 민간 기업과 함께 구축하되, 공사는 그 데이터를 믿고 쓸 수 있도록 품질을 관리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그것이 본업을 지키면서 국가 공간정보산업의 성장을 뒷받침하는 길이다.

오는 11월 4일부터 6일까지 고양 킨텍스에서 국토교통부 주최, LX공사 공동 주관으로 ‘2026 K-지오(Geo) 페스타’가 열린다. AI 공간정보 대변혁의 시대, 공공과 민간이 각자의 역할을 확인하고 협력의 접점을 찾는 자리다. 공공이 쌓아온 기초 데이터와 민간의 기술이 한자리에서 만나 이미 시장에 나온 기술과 서비스가 공공 데이터와 만나 더 넓은 시장으로 뻗어 가는 전환점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아마존이 AI로 풀고자 했던 문제는 결국 현실의 공간을 정확하게 아는 일이었다. 정확하고 신뢰할 수 있는 공간정보, 그리고 그 위에서 함께 판을 키우는 공공과 민간, 그것이 AI 시대 공간정보산업의 경쟁력이다.

추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