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은 6일 서울 강남구 빗썸라운지 전광판에 표시된 비트코인 가격. 2026.10.6 © 뉴스1 김진환 기자
세계 최대 가상자산거래소 바이낸스에서 8조 원대 해킹 사고가 발생하면서 국내 가상자산거래소들의 보안 대응 역량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국내 주요 거래소들은 최근 수년간 정보보호 투자액을 꾸준히 늘려왔으며 일부 거래소는 대형 증권사를 웃도는 금액을 보안에 투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해킹 수법이 갈수록 고도화하는 만큼 보안 투자 확대와 함께 실질적인 사고 예방·대응 체계를 갖추는 것이 중요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두나무 보안 투자 5년 새 4.3배…대형 증권사도 웃돌아
2일 한국인터넷진흥원(KISA) 정보보호 공시 포털에 따르면 업비트 운영사 두나무의 지난해 정보보호 부문 투자액은 243억 4152만 원으로 집계됐다. 2024년 147억 7875만 원보다 64.7% 증가한 규모다.
두나무의 정보보호 투자액은 △2021년 56억 5171만 원 △2022년 86억 8222만 원 △2023년 92억 272만 원 △2024년 147억 7875만 원으로 꾸준히 늘었다. 지난해에는 240억 원을 넘어서면서 2021년 대비 약 4.3배로 증가했다.
빗썸도 정보보호 투자를 확대했다. 빗썸의 지난해 정보보호 부문 투자액은 123억 6921만 원으로 전년(106억 4255만 원) 대비 16.2% 늘었다. 업비트와 빗썸 두 거래소가 지난해 정보보호에 투입한 금액만 약 367억원에 달한다.
주요 가상자산거래소의 정보보호 투자 규모는 국내 대형 증권사와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다. 지난해 한국투자증권의 정보보호 투자액은 187억 6047만 원, 신한투자증권은 171억 55만 원으로 집계됐다. NH투자증권은 124억 86만 원, KB증권은 122억 2736만 원, 하나증권은 100억 4456만 원을 각각 투자했다.
두나무의 정보보호 투자액은 이들 증권사 5곳을 모두 웃돌았다. 빗썸도 KB증권과 하나증권보다 많은 금액을 투입했으며 NH투자증권과는 비슷한 수준을 기록했다.
보안 전문 인력도 확대했다. 지난해 말 기준 두나무의 정보보호 전담 인력은 총 43.9명으로 2021년(9.9명) 대비 4배 이상 증가했다. 빗썸 역시 2021년 10.1명에서 지난해 42.2명으로 약 4.2배 늘었다.
바이낸스 8조 원대 해킹…거래 승인·접근통제 중요성 부각
거래소들이 보안 투자에 공을 들이는 것은 가상자산 특성상 해킹 사고가 대규모 고객 자산 유출로 직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거래소는 고객 자산 보관과 입출금 서비스를 동시에 제공하는 만큼 외부 침입뿐 아니라 내부 시스템과 접근 권한 관리도 중요하다.
최근 발생한 바이낸스 해킹 사고는 이러한 보안 대응의 중요성을 다시 부각시켰다. 바이낸스에서는 지난달 29일 약 63억 달 러(8조 4000억 원) 규모의 가상자산이 무단 인출됐다. 바이낸스는 엔지니어의 노트북 해킹과 거래 승인 시스템의 취약점을 이용한 공격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이후 도난 자산의 95%를 복구했다고 밝히고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등 주요 가상자산의 출금 서비스를 단계적으로 재개하기로 했다.
5대 거래소 보험·준비금 1854억 원…사고 대응 체계 강화 과제
국내에서는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에 따라 거래소가 이용자 가상자산의 경제적 가치 중 80% 이상을 인터넷과 분리된 콜드월렛에 보관해야 한다. 해킹이나 전산장애 등에 따른 피해에 대비해 보험·공제에 가입하거나 준비금을 적립할 의무도 있다.
사고 발생 이후 고객 피해를 보전하기 위한 재원도 확대되는 추세다. 최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금융감독원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9월 말 기준 국내 5대 원화 거래소의 보험·준비금은 총 1854억 원으로 집계됐다.
거래소별로는 업비트가 800억 원으로 가장 많았고 빗썸 534억 원, 코인원 300억 원, 디지털엑스 190억 원, 스트리미 30억 원 순이었다. 업비트의 보험·준비금은 2024년 말 483억 원에서 올해 9월 말 800억 원으로 65.6% 증가했다.
다만 정보보호 투자액과 사고 대비 재원이 늘었다고 해서 해킹 위험이 완전히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이번 바이낸스 사고처럼 내부 시스템과 접근 권한이 공격에 악용될 경우 자산 보관 방식뿐 아니라 거래 승인 절차와 인력·기기 관리 등 전반적인 보안 체계가 중요해질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가상자산거래소의 보안 수준을 높이기 위해서는 단순한 투자 확대를 넘어 해킹 사고를 조기에 탐지하고 피해 확산을 최소화할 수 있는 실질적인 대응 체계를 갖춰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황석진 국제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가상자산거래소의 보안은 투자 규모보다 실제 해킹을 탐지·차단하고 피해를 최소화하는 대응 역량이 중요하다"며 "관리자 계정과 외부 연계 시스템의 접근통제를 강화하고, 개인키 관리와 자산 출금 승인 절차를 철저히 점검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AI 기반 이상행위 탐지와 24시간 보안관제, 정기적인 모의해킹 등을 통해 침해 사고를 조기에 발견하고 고객 자산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예방·탐지·대응·복구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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