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킹 막으려다 출금 막힐라…'콜드월렛 확대'의 역설

재테크

뉴스1,

2026년 November 03일, PM 03:46

3일 서울 서초구 빗썸 라운지 강남점 전광판에 비트코인을 비롯한 가상자산 시세를 나타내고 있다. 북한은 김여정 노동당 부장 담화를 통해 바이낸스 해킹으로 가상자산을 탈취한 배후에 북한이 있다는 미 연방수사국의 발표를 부인했다. © 뉴스1 박세연 기자

금융당국이 글로벌 가상자산거래소 바이낸스 해킹 사고를 계기로 국내 거래소의 콜드월렛 보관 비중을 높이는 방안을 검토하면서 업계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해킹 위험을 줄이기 위한 조치지만 콜드월렛 비중을 지나치게 높일 경우 이용자의 가상자산 출금이 지연되는 등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자산 보유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은 중소 거래소에는 부담이 더욱 클 것으로 전망된다.

당국, 콜드월렛 비중 99% 상향 검토…거래소별 부담 차이
3일 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전날 주요 가상자산거래소 및 커스터디 업체 관계자들과 긴급 보안 점검 회의를 열고 콜드월렛 보관 비중을 상향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현재 일부 대형 거래소가 유지하고 있는 99% 수준까지 보관 비중을 높이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현행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은 가상자산사업자가 이용자 가상자산의 80% 이상을 인터넷과 분리된 콜드월렛에 보관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나머지 자산은 인터넷에 연결된 핫월렛 등에 보관하면서 이용자의 입출금 요청에 대응할 수 있다.

거래소별 콜드월렛 보관 비중은 차이가 크다. 업비트는 99%를 웃도는 반면 빗썸은 94%대, 코인원은 85%, 디지털엑스와 고팍스는 80% 초반 수준으로 알려졌다. 당국이 99% 수준의 보관 비중을 일률적으로 요구할 경우 상당수 거래소가 운영 방식을 조정해야 하는 셈이다.

핫월렛 물량 줄면 출금 지연 우려…중소 거래소 직격탄
문제는 콜드월렛 비중을 높일수록 즉각적인 출금에 사용할 수 있는 핫월렛 물량이 줄어든다는 점이다.

핫월렛은 거래소가 이용자의 출금 요청을 실시간으로 처리하기 위해 사용하는 지갑이다. 반면 콜드월렛은 인터넷과 분리돼 있어 상대적으로 해킹에 안전하지만 자산을 이동시키려면 별도의 승인과 서명 절차 등을 거쳐야 한다.

가령 이용자 자산 1만 개를 보유한 거래소가 콜드월렛에 80%를 보관한다면 최대 2000개를 핫월렛 등에 둘 수 있다. 하지만 보관 비중을 99%로 높이면 핫월렛 등에 둘 수 있는 물량은 100개로 줄어든다. 출금 요청이 한꺼번에 몰릴 경우 즉시 대응할 수 있는 여력이 크게 축소되는 것이다.

특히 중소 거래소는 대형 거래소에 비해 자산별 보유 물량이 적어 출금 수요가 집중될 경우 대응에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있다. 전체 자산의 1%라는 동일한 기준을 적용하더라도 실제 출금에 활용할 수 있는 절대 물량은 거래소마다 다르기 때문이다.

이는 이용자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 가상자산은 가격 변동성이 크고 거래소 간 가격 차이도 발생하기 때문에 투자자가 원하는 시점에 자산을 이동할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

특정 알트코인의 가격이 급락하는 상황에서 투자자가 다른 거래소로 자산을 옮겨 매도하려 하더라도 핫월렛 물량이 부족하면 출금이 지연될 수 있다. 콜드월렛에서 자산을 옮기는 동안 가격이 추가로 하락하면 투자자는 매도 기회를 놓치거나 손실이 커질 수 있다.

실제 콜드월렛 보관 확대에 따른 출금 지연 사례도 발생했다. 지난 8월 빗썸에서는 일부 알트코인의 출금이 약 13시간 지연되는 일이 있었다. 당시 빗썸은 핫월렛 물량 부족으로 콜드월렛에서 자산을 이동하는 과정에서 시간이 소요됐다고 설명했다.

콜드월렛 확대만으론 해킹 방지 한계…실효성 논란
보안 강화의 실효성을 둘러싼 의문도 제기된다. 이번 바이낸스 사고의 경우 임직원 업무용 노트북 침해를 통한 내부 시스템 접근과 거래 승인·서명 체계에 대한 비인가 접근 가능성이 사고 원인으로 거론되고 있다.

단순히 핫월렛에 보관하는 자산의 비중을 줄이는 것만으로는 내부 시스템 침해나 출금 승인 권한 탈취와 같은 보안 위협을 근본적으로 차단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업계 관계자는 "콜드월렛 보관 비중을 높여 보안을 강화하겠다는 당국의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비중 확대만으로는 근본적인 해킹 방지 대책이 될 수는 없다"며 "대형 거래소에서도 출금 지연 문제가 발생하는 상황에서 인력과 자본이 부족한 중소형 거래소에까지 일률적으로 높은 기준을 적용하면 상당한 부담이 될 수 있어 각 거래소의 운영 여건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yellowpaper@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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