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10월 넷째 주 기준 서울 아파트값은 90주 연속 상승했다. 역대 최장 기록이다. 집값 하락 현상도 정작 서민들이 집을 구하는 시장에서는 좀처럼 나타나지 않고 있다. 강남구(-0.38%)와 서초구(-0.35%), 송파구(-0.22%)는 하락했지만 성북구(0.39%), 서대문구(0.36%), 강북구(0.32%) 등 나머지 22개 구는 모두 올랐다.
서울 성동구 상왕십리동의 한 부동산 중개업소의 모습.(사진=이데일리 노진환 기자)
더 뼈아픈 것은 집값뿐 아니라 전월세 부담까지 치솟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9월 서울 아파트 평균 월세는 166만1000원으로 1년 새 15.1% 뛰며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서울 25개 자치구 중 평균 월세가 100만원을 밑도는 곳은 중랑구 단 한 곳뿐이다. 집값 하락을 논하는 사이 세입자들의 주거비는 연일 최고치를 갈아치우고 있다.
집 살 생각이 없던 사람들까지 매수에 나선 배경이다. 전월세로 버티자니 보증금과 임대료가 오르고 기다리자니 집값이 더 뛸까 두렵다. 결국 모아둔 돈에 대출까지 보태 집을 사는 실수요자들이 생겨났다. 시세차익보다 당장 살 곳을 마련하기 위한 ‘생존매수’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대비한다는 집값 급락이 현실화하면 어떨까. 최근 빚까지 내 집을 산 실수요자들은 고스란히 고점에 물리게 된다. 역대급 하락장에 주식도 고점에 물려 속이 쓰린데 살려고 산 집마저 삶을 옥죄는 족쇄가 될 판이다. 주식은 손절이라도 할 수 있지만 주택은 투자 수익보다 당장 거주를 위해 마련한 삶의 터전이라는 점에서 사정이 다르다.
이런 가운데 정부가 집값 급락에 대비해 강구했다는 방안은 다름 아닌 주택을 대량매입해 공적임대로 활용하겠다는 것이다. 정부가 사들이는 집 중에는 대출 부담을 버티지 못한 누군가 눈물을 머금고 내놓은 집도 있을 수 있다. 정부에는 공적임대주택 한 가구를 확보한 성과로 기록되겠지만 누군가에게는 끝내 지키지 못한 내 집 한 채로 남을 수 있다.
집값 안정과 투기 억제는 필요하다. 그러나 투기를 잡겠다며 실수요자까지 벼랑 끝으로 내몰아선 안 된다. 집 살 생각이 없던 사람들마저 왜 빚내서 집을 사야 했는지부터 돌아봐야 한다. 집값이 오를 때도, 떨어질 때도 국민만 대가를 치른다면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누구를 위한 것인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