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민주당이 중간선거에서 상원 다수당을 탈환하면서 가상자산 시장의 규제 체계를 정할 '클래리티법'의 입법에도 난항이 예상된다. 공화당이 주도하던 상원에서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가상자산 사업을 둘러싼 이해충돌 논란으로 법안 처리가 무산된 만큼, 민주당이 입법 주도권을 쥐는 차기 의회에서는 규제 내용을 둘러싼 협상이 더욱 까다로워질 전망이다.
4일 A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민주당은 3일(현지시간) 치러진 미국 중간선거에서 상원 다수당을 탈환했다. 하원에서도 과반 확보에 다가서고 있다. 내년 1월 출범하는 차기 의회에서는 클래리티법 심사에 민주당의 영향력이 커질 전망이다.
클래리티법은 지난 9월 상원 절차 표결에서 막힌 상태다. 현 의회에서 처리하지 못하면 차기 의회에 다시 발의해야 한다. 민주당이 요구해 온 공직자 이해충돌 방지와 소비자 보호, 불법 자금 차단 장치를 놓고 협상을 다시 벌여야 할 가능성이 커진 셈이다.
양당 대립의 핵심에는 트럼프 대통령 일가의 가상자산 사업이 있다. 공화당은 가상자산 시장에 명확한 규칙을 마련해야 한다며 입법을 추진했지만, 민주당은 대통령이 자신이 감독하는 산업에서 이익을 얻는 문제부터 해결해야 한다고 맞섰다.
공화당도 표결을 앞두고 연방 선출직 공직자 등의 디지털자산 발행을 제한하고, 일정 규모 이상의 관련 이해관계를 처분하거나 백지신탁 하도록 하는 윤리 조항을 수정안에 반영했다.
그러나 민주당은 수정안으로도 이해충돌을 충분히 막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민주당 마크 워너 상원의원은 당시 성명에서 "법 집행과 국가안보 관련 쟁점에서는 합의에 가까워졌지만, 대통령의 이해충돌 문제를 해결하지 못해 법안 진행에 찬성할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결국 지난 9월 15일 법안 심의를 시작하기 위한 상원 토론 종결 표결은 찬성 49표, 반대 50표로 부결됐다. 당시 공화당은 상원 53석을 보유했지만, 절차 진행에 필요한 60표를 확보하지 못했다.
차기 의회에선 민주당이 공화당 안에 찬성표를 보탤지를 결정하는 데 그치지 않고 법안 내용을 직접 주도할 수 있다. 기존 윤리 조항의 실효성을 높이고 소비자 보호와 불법 자금 차단 규정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수정 요구가 커질 수 있다. 공화당이 이를 얼마나 수용하느냐가 재추진의 관건이다.
다만 민주당도 가상자산 관련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는 입장은 있는 만큼, 입법 필요성보다 구체적인 보호장치와 규제 범위를 둘러싼 협상이 핵심이 될 전망이다.
가상자산 업계도 이번 선거에서 거액의 정치자금을 투입했다. CNBC에 따르면 업계 관련 단체들의 이번 선거 정치 후원금은 2억 달러를 넘었다. 코인베이스와 리플 등이 후원하는 슈퍼팩 '페어셰이크'는 공화당 19명과 민주당 14명 등 하원 후보 33명을 지원했다.
입법이 늦어질수록 업계가 기대한 규제 불확실성 해소도 미뤄진다. 클래리티법은 디지털자산의 증권·상품 구분과 증권거래위원회(SEC)·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의 감독 권한을 정하는 법안이다. 거래소 등 사업자에게 어떤 규칙을 적용할지를 명확히 하는 것이 핵심이다.
사업이 미국 밖으로 옮겨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글로벌 금융서비스 기업 에이펙스그룹의 피터 휴스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는 "클래리티법 처리가 지연되면 기업들이 다른 지역에서 대안을 찾을 수 있다"며 "아시아와 중동 등이 미국의 공백을 메울 수 있다"고 관측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