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온라인 '가즈아 법당'의 비트코인 기도실에서 동자승 캐릭터들이 비트코인 시세 차트를 바라보며 상승과 하락을 기원하고 있다. 화면 중앙에는 매수·매도세의 대결을 표현한 '호가 전쟁'이 펼쳐지고 있다. 사진=가즈아 법당 갈무리.
"비트코인 10만 달러 가즈아!" 4일 오후 2시께 찾은 온라인 '비트코인 기도실'. 법당 정면에는 불상 대신 대형 비트코인 시세 차트가 걸려 있었다. 그 앞에서는 빨간색과 파란색 승복을 입은 동자승들이 연신 절을 올렸다. 누군가는 가격 상승을, 다른 누군가는 하락을 기원하는 '진풍경'이었다.
최근 온라인 사찰이 화제를 모으는 가운데 주식·가상자산 투자자들의 애환을 담은 3차원(3D) 가상 공간 '가즈아 법당'이 등장해 눈길을 끌고 있다. 실제 사찰을 연상시키는 공간에서 투자 성공을 기원하고, 손실을 참회하거나 서로를 위로할 수 있도록 만든 웹 서비스다.
비트코인 차트 앞에서 절하고 굿까지…'롱숏 기도 대결'
직접 비트코인 기도실에 접속하자 흰색 승복을 입은 동자승 캐릭터가 나타났다. '상승기원 절하기'를 누르면 빨간 승복으로, '하락기원 절하기'를 누르면 파란 승복으로 갈아입고 절을 올린다. '굿하기' 버튼을 누르면 굿을 하는 동작도 선보인다. 소원등을 띄워 투자 소망을 남길 수도 있다.
법당 정면의 대형 화면에는 비트코인 실시간 가격이 표시된다. 화면 아래에서는 빨간색 '롱 매수벽'과 파란색 '숏 매도벽'이 맞붙는 호가 전쟁이 벌어진다. 작은 병사들이 성을 사이에 두고 전투를 벌이는 모습으로 매수·매도세의 대결을 표현했다.
단순한 오락용 화면만은 아니다. 세계 최대 가상자산거래소 바이낸스의 비트코인·테더(USDT) 현물 시장 실시간 호가를 반영해 매수·매도세의 움직임을 보여준다.
온라인 '가즈아 법당'의 비트코인 기도실에서 동자승 캐릭터가 가격 상승을 기원하며 절을 올리고 굿을 하는 모습.사진=가즈아 법당 갈무리
화면 한쪽에서는 '롱숏 기도 대결'도 펼쳐진다. 상승과 하락을 기원하는 이용자 수와 순위가 실시간으로 집계된다. 취재 당시 상승 기원 비율은 약 68%, 하락 기원은 32%였다. 기도실에 모인 이용자도 70명 안팎에 달했다. 같은 차트를 바라보면서 정반대의 결과를 바라는 투자자들이 한 공간에서 절을 올리는 셈이다.
법당 왼쪽 벽에는 이른바 '코인 5대 보살'도 모셔져 있다. 비트코인 창시자 사토시 나카모토를 비롯해 비탈릭 부테린 이더리움 공동 창시자, 창펑 자오 바이낸스 창업자, 마이클 세일러 스트래티지 의장,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의 사진이 걸려 있다.
특히 정체가 밝혀지지 않은 사토시 나카모토의 자리에는 얼굴 대신 물음표가 그려져 웃음을 자아낸다. 법당 오른쪽에는 이더리움·리플(XRP)·솔라나 시세도 표시돼 기도하는 와중에도 시장 상황을 살펴볼 수 있다.
4일 온라인 '가즈아 법당'의 비트코인 기도실 전경. 법당 안에서는 이용자들이 절을 올리고, 밖에는 손절 작두와 물타기 우물, 소원 향로 등 투자자들을 위한 이색 체험 공간이 마련돼 있다. 사진=가즈아 법당 갈무리.
"엄마 미안해" 손실 참회하고 '존버 수행'…개미들 애환 담았다
법당 밖에는 투자자들의 웃지 못할 사연을 담은 공간이 곳곳에 마련돼 있다.
'손절 작두'에서는 손절하고 싶은 종목을 입력하면 작두로 미련을 잘라낸다. '참회실'에서는 투자 실패담을 털어놓고 다른 이용자들로부터 '토닥'이라는 위로를 받을 수 있다.
실제 게시판에는 "엄마 미안해", "레버치지말랬는데 2.5배 쳤습니다" 등의 글이 올라와 있었다. 투자 손실을 자조적으로 털어놓으면서 서로를 위로하는 모습이다.
'존버 동굴'에서는 주식을 팔지 않고 버티는 이른바 '존버'를 수행에 빗댔다. 가만히 앉아 있으면 수행 시간이 쌓이는 방식이다. 취재 당시 1위 이용자의 수행 시간은 10분이었다.
이 밖에도 '물타기 우물', 소원을 남기는 '소원 향로', 한강 수온을 보여주는 '한강 입수장' 등 투자자들의 심리를 유머로 풀어낸 공간이 마련돼 있다.
가즈아 법당은 지난달 30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비트코인 등 3개 기도실로 출발했다. 이후 이용자들의 요청에 따라 코루(KORU·국내 증시 추종 미국 상장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 미국주식, 속슬(SOXL·미국 반도체 기업 주가 추종 레버리지 ETF), 미국 중간선거 기도실이 추가됐다.
현재 운영 중인 기도실은 모두 7곳으로, 이 가운데 비트코인 기도실의 이용자가 가장 많다.
개발자 엄진섭 씨(36)는 "저도 직접 투자하고 있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비트코인을 중심으로 먼저 가즈아 법당을 만들었다"며 "지난달 30일 처음 공개한 이후 이용자들의 요청에 따라 다른 기도실도 추가했다"고 말했다.
yellowpaper@news1.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