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4일 서울 성북구 장위9구역 공공재개발 사업장을 시찰하고 있다. (사진=청와대통신사진기자단)
5일 이데일리가 서울시 내 공공재개발 사업장 현황을 분석한 결과 2021년 이후 후보지로 선정된 곳은 35곳이다. 이 가운데 사업계획을 확정하는 단계인 ‘사업시행인가’까지 진행된 곳은 4곳에 그쳤다. 조합원 별 새 아파트를 배정하고 분담금을 확정하는 ‘관리처분인가’를 받은 곳은 물론 착공에 들어간 사업장도 없다. 후보지 중 3곳은 주민 반대 등으로 사업이 취소돼 현재 32곳이 추진되고 있다.
공공재개발은 2021년 정부가 도심 주택 공급을 늘리기 위해 본격적으로 도입한 제도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서울주택도시개발공사(SH) 등 공공기관이 사업시행자로 참여해 정비사업을 주도한다. 용적률 인센티브 등을 제공하는 대신 공공주택을 공급해야 한다. 당시 정부는 각종 인허가에 10여 년이 걸리는 사업을 5년 내로 단축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이를 통해 수도권에 4만가구를 공급하겠다고 했다.
현재 사업시행인가를 받은 4곳은 △양평13(577가구) △신설1(299가구) △용두1-6(오피스텔 포함 1096가구) △거여새마을(1678가구)이다. 이 가운데 거여새마을의 후속 일정이 가장 구체적이다. 사업 시행자로 참여하는 LH는 올해 관리처분계획 인가를 위한 절차에 착수하고 2027년 이주·철거, 2028년 착공을 목표로 제시했다. 신설1구역은 보상계획 관련 절차가 진행되고 있고 용두1-6구역은 지난달에야 사업시행인가를 받았다.
공공기관이 시행자로 참여해도 주민 갈등을 해소하지 못해 좌초된 사례도 있다. △금호23 △연건동 305 일대 △구로동 252 일대가 공공재개발 후보지에서 제외됐다. 금호23구역은 2021년 후보지로 선정됐지만 지난해 말 해제된 이후 서울시 신속통합기획 후보지에서도 탈락했다. 연건동 305 일대와 구로동 252 일대도 후보지 단계에서 주민 반대를 넘지 못했다.
공공재개발을 반대하는 주민들은 사업성 부족을 주된 이유로 꼽는다. 정부는 당초 용적률을 법적 상한의 1.2배로 높이는 등 민간 정비사업보다 사업성을 개선하겠다고 했다. 다만 늘어난 용적률의 최대 50%는 공공임대로 지어야 한다. 공공재개발 도입을 고민했던 한 민간재개발 사업 조합 관계자는 “분담금을 낮춰야 하는데 민간 만큼 분양을 하지 못하다 보니 감당이 어려운 주민들 사이에서 끝까지 가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사업 추진 속도를 높이기 위해 후보지 선정 단계의 주민 동의율을 10%로 낮춘 점도 한계로 지적된다. 후보지 선정 초기에 명목상 동의율을 충족한 구역도 점차 반대 의견이 커져 사업이 좌초되는 것이다. 주민 반대가 30%가 넘으면 공공재개발 구역 해제 요청이 가능하다. 금호23 구역이 이 같은 수순을 밟았다.
◇“李 ‘공공 만능론’ 대신 ‘상호 보완’ 해야”
이러한 상황에서 이 대통령은 민간 중심의 정비사업 구조를 공공 중심으로 전환하겠다는 구상을 내놨다. 이 대통령은 4일 서울 성북구 장위9구역 공공 재개발 현장을 찾아 “공공이 하면 속도도 빨라지고 부정부패 소지도 줄어들고”라며 “여전히 민간 주도로 하려는 움직임이 많다. 이게 다 소위 부정부패 때문”이라고 했다. 이어 그는 “민간 재개발이 조합 만들어 하는 거 맨날 싸워서 지연된다”고 언급했다.
속도전도 주문했다. 공공 재개발 조기 추진 사업장에는 용적률과 금융 지원 등 인센티브를 강화하도록 하고 관련 법안의 신속한 처리도 당부했다. 민간 사업도 주민들이 원하면 기존 절차를 인정해 불이익이나 사업 지연 없이 공공 재개발로 전환할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을 검토하라고도 했다.
그러나 서울시는 5일 입장문을 통해 “공공과 민간을 이분법적으로 구분해 민간재개발을 죄악시하는 접근은 주택공급 확대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서울 재개발 계획물량의 약 90%를 차지하는 민간재개발이 위축되지 않도록 정부가 규제 개선과 사업성 지원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밝혔다.
실제 시가 지난 8월 대통령실에 제출한 정비사업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서울 주택 공급의 90% 이상을 민간 정비사업이 담당한 것으로 집계됐다. 시도 이날 자료를 내고 가용 부지가 부족한 서울의 특성상 민간 정비사업이 주택 공급의 핵심 축인 만큼 정부에 규제 완화와 행정 지원을 촉구했다.
전문가들도 ‘공공 만능론’에 선을 그었다. 공공과 민간을 대립적인 공급 방식으로 보기보다 사업 여건에 따라 역할을 나눠야 한다는 것이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공공이 사업을 주도하면 공공성은 강화되지만 주민의 재산권과 사업 자율성에는 한계가 생길 수 있다”며 “민간이 추진할 수 있는 곳은 자율성을 보장하고 사업성이 부족한 곳에 공공이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제경 투미부동산컨설팅 소장도 사업 방식 자체보다 주민 동의 확보와 사업성 개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소장은 “공공이라고 반드시 늦고 민간이라고 반드시 빠른 건 아니지만 공공이 민간보다 빠르다면 공공으로 바꿔달라는 요구가 나왔을 것”이라며 “과도한 기부채납과 공공기여 부담이 사업 지연의 원인이 될 수 있다”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