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 중심 주택공급, 계획은 넘치는데 착공은 없다[손바닥부동산]

재테크

이데일리,

2026년 November 07일, AM 07:01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 정부가 민간 중심의 정비사업 구조를 공공 중심으로 전환하겠다는 방향을 제시했다. 지난 4일 이재명 대통령은 서울 장위9구역 공공재개발 현장을 방문해 공공 중심의 정비사업 확대 필요성을 강조했다. 공공이 사업을 주도하면 조합 갈등과 부패를 줄이고 사업 속도를 높일 수 있다는 논리다. 그러나 현장의 실적은 이러한 기대와 상당한 거리가 있다. 공공이 사업을 맡는다고 반드시 공급이 빨라지는 것은 아니다.

서울시내 구주택 밀집지역 모습.(사진=뉴시스)
서울시내 구주택 밀집지역 모습.(사진=뉴시스)
공공재개발의 가장 큰 명분은 신속한 주택 공급이다. 공공기관이 사업시행자로 참여하면 인허가 절차를 줄이고 금융지원과 용적률 인센티브를 통해 사업성을 개선할 수 있다는 것이다. 민간이 사업성을 확보하기 어려운 노후 주거지에서는 분명 필요한 방식이다. 그러나 이러한 장점이 실제 공급 성과로 이어졌는지는 별도로 평가해야 한다.

2021년 이후 서울에서 선정된 공공재개발 후보지는 35곳이다. 이 가운데 사업시행인가를 받은 곳은 4곳에 불과하다. 관리처분인가를 받은 곳은 한 곳도 없고 실제 착공한 사업장 역시 없다. 후보지 3곳은 주민 반대 등으로 사업이 취소됐다.

공공재개발 도입 당시 내세웠던 신속한 사업 추진이라는 목표에 비춰보면 실망스러운 결과다. 공공기관이 참여하면 주민 갈등이 줄고 사업 기간이 단축될 것이라는 기대와 달리 주민 동의, 사업성, 개발이익 배분 문제가 여전히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도심공공주택복합사업의 추진현황에서도 비슷한 문제가 나타난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공개한 올해 3월 기준 자료에 따르면 전체 49개 지구, 약 8만7000가구 가운데 사업승인 단계에 도달한 물량은 약 1만3000가구로 전체의 14.9%에 그친다. 지구지정 단계가 3만5000가구, 예정지구 단계가 2만4000가구이며 나머지 약 1만5000가구는 후보지 등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다.

도심공공주택 복합사업 사업단계별 추진현황.(그래픽=도시와경제)
도심공공주택 복합사업 사업단계별 추진현황.(그래픽=도시와경제)
전체 계획 물량의 약 85%가 사업승인 이전 단계에 있다는 의미다. 사업승인을 받았다고 곧바로 착공하는 것도 아니다. 결국 발표된 공급 물량과 실제 주택시장에 공급될 물량 사이에는 상당한 시간적 간극이 존재한다.

물론 공공재개발과 도심공공주택복합사업은 서로 다른 제도다. 그러나 두 사업 모두 공공의 참여를 통해 공급 속도를 높이겠다는 정책목표를 갖고 있다는 점에서 실적을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다. 특히 공급계획을 발표하는 것보다 사업을 실제 착공과 입주로 연결하는 실행력이 중요하다.

민간 정비사업에도 문제가 있다. 조합 내부 갈등, 시공사와의 공사비 분쟁, 복잡한 인허가 절차 등으로 사업이 장기간 지연되는 사례가 적지 않다. 그러나 이러한 문제를 근거로 민간 중심의 공급구조 자체를 공공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리는 것은 지나친 일반화다.

서울시가 밝힌 최근 3년간 정비사업 공급실적을 보면 민간이 90% 이상을 담당했다. 서울은 신규 택지가 부족하고 토지소유 관계가 복잡한 도시다. 따라서 기존 주거지를 재정비하는 민간 재개발·재건축의 역할이 중요할 수밖에 없다.

더욱이 정비사업은 단순히 주택을 건설하는 사업이 아니다. 토지 등 소유자의 재산권과 개발이익, 조합원 분담금이 직접 연결된 사업이다. 공공이 용적률을 높여주더라도 임대주택과 공공기여 부담이 커지면 사업성이 충분히 개선되지 않을 수 있다. 결국 중요한 것은 공공기관의 참여 여부가 아니라 사업에 참여하는 주민들이 경제적 이익과 부담을 얼마나 수용할 수 있느냐다.

공공 중심의 개발이 확대되는 과정에서 민간의 사업 참여 유인이 약화되는 문제도 경계해야 한다. 주택 공급은 공공의 재정과 행정력만으로 해결할 수 없다. 민간의 자본과 사업기획 능력, 시공 역량이 함께 작동해야 충분한 물량을 공급할 수 있다.

따라서 정책의 방향은 공공이 민간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의 역할을 분명하게 구분하는 데 있어야 한다. 공공은 사업성이 낮아 민간이 추진하기 어려운 지역, 기반시설 확충이 필요한 지역, 공공임대주택 공급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반면 민간이 사업성을 확보할 수 있는 재개발·재건축은 규제 개선과 금융지원, 인허가 절차 단축을 통해 사업 속도를 높여야 한다.

특히 공공재개발에 제공되는 용적률과 금융지원 혜택을 민간 정비사업과도 비교해 합리적으로 조정할 필요가 있다. 동일한 주택 공급을 목표로 하면서 사업 주체에 따라 과도한 차별이 발생한다면 민간의 공급 유인을 떨어뜨릴 수 있기 때문이다.

주택 공급정책의 성과는 발표한 후보지 수나 계획 세대수로 판단해서는 안 된다. 사업승인과 착공, 준공과 입주로 이어진 실적으로 평가해야 한다. 공공이 빠르다는 주장도, 민간이 효율적이라는 주장도 결국 실제 사업 성과로 입증되어야 한다.

서울 공공재개발의 착공 실적이 6년 가까이 0곳이라는 사실은 공공 중심 공급정책이 해결해야 할 과제를 보여준다. 지금 필요한 것은 공급 주체를 바꾸는 정책보다 사업이 멈추는 원인을 제거하는 정책이다.

공공과 민간의 경쟁이 아니라 사업성과 속도의 경쟁이 필요한 시점이다. 공공은 민간이 하지 못하는 일을 하고 민간은 잘할 수 있는 일을 더 빠르게 추진하도록 해야 한다. 주택 공급의 목적은 공공의 역할을 확대하는 것도, 민간의 이익을 보장하는 것도 아니다. 수요자가 필요로 하는 주택을 적기에 공급하는 것이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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