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의 은마아파트 일대 전경(사진=연합뉴스)
재건축을 마친 단지에서도 부담금 부과가 현실화하고 있다. 서초구는 9일 반포현대(현 반포센트레빌아스테리움) 재건축조합에 재초환 부담금을 사전통지할 예정이다. 2021년 준공된 이 단지는 강남권에서 억대 부담금 부과 절차가 본격화하는 첫 사례가 될 전망이다. 조합원 1인당 평균 부담금은 2억 2000만원대로 추산된다. 향후 의견 제출과 자료 검토를 거쳐 1억원 초반대로 줄어들 가능성도 거론된다.
재초환 부담은 일부 강남 재건축 단지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조은희 국민의힘 의원실이 공개한 ‘재건축 초과이익 부담금 현황’에 따르면 지난 8월 기준 서울에서 재초환 부담금 부과가 예상되는 단지는 46곳으로, 예상 부담금 총액은 2조 1690억원에 달한다.
서초구 반포3주구를 재건축한 래미안 트리니원은 예상 부담금이 5149억 4844만원으로 조합원 1인당 평균 약 3억 2000만원 수준이다. 용산구 이촌동 한강맨션은 총 4722억 5528만원으로, 조합원 1인당 약 6억 8000만원이 예상된다. 영등포구 신길10구역도 예상 부담금이 1435억 8029만원에 이른다.
재초환은 재건축으로 발생한 초과이익의 최대 50%를 부담금으로 환수하는 제도다. 정상적인 집값 상승분과 개발비용 등을 제외한 이익을 기준으로 산정한다. 2006년 도입된 이후 시행 유예와 재시행을 거쳤으며, 2024년에는 부담금 면제 기준이 기존 3000만원에서 8000만원으로 높아졌다. 1세대 1주택 장기보유자에 대한 최대 70% 감면 혜택도 도입됐지만 주요 단지에서는 여전히 억대 부담금이 예고되고 있다.
정비업계가 우려하는 것은 재초환 부담이 재건축 사업의 경제성을 떨어뜨리고 사업 추진을 늦출 수 있다는 점이다. 재건축은 조합원들이 공사비와 금융비용 등을 부담하고 일반분양 수입으로 사업비 일부를 충당하는 구조다. 최근 공사비 상승으로 추가분담금이 늘어난 상황에서 수억원대 재초환 부담까지 더해지면 조합원들이 감당해야 할 비용이 한층 커지게 된다.
부담금 산정 구조도 사업의 불확실성을 높이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재초환은 재건축이 끝난 뒤 주택가격과 개발비용 등을 반영해 최종 부담금이 결정된다. 사업 초기에는 향후 집값과 공사비 변동을 정확하게 예측하기 어려운 만큼 조합원들이 실제 부담할 비용을 가늠하기 쉽지 않다. 재건축으로 늘어난 주택 가치를 매각해 현금화하지 않아도 부담금을 납부해야 한다는 점도 논란이다.
문제는 재건축 사업이 지연될 경우 서울의 주택 공급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이다. 서울시 통계에 따르면 지난 6월 기준 착공 전 재건축 사업지는 175곳이다. 이 가운데 민간 사업이 170곳으로 전체의 97.1%를 차지한다. 이들 사업지의 공급 예정 물량은 20만 7184가구에 달한다. 재건축 사업이 실제 착공과 입주로 이어지는 속도가 서울의 향후 주택 공급을 좌우하는 셈이다.
정부와 여당은 민간 재건축·재개발 사업의 용적률을 법적 상한의 1.2배까지 높이는 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일반분양 물량을 늘려 조합원 부담을 낮추고 정비사업의 사업성을 개선하겠다는 취지다. 그러나 용적률 상향으로 개발이익이 늘어나면 재초환 부담금도 증가할 수 있어 사업성 개선 효과가 제한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급 확대를 위해 마련한 규제 완화 조치의 효과가 재초환 부담으로 줄어들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재초환 폐지 또는 부담 완화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서초구는 지난 4일 국토교통부에 재초환 폐지를 촉구하는 건의문과 주민 탄원서를 전달했다. 국회에는 김은혜 국민의힘 의원이 발의한 재초환 폐지안과 조정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부담금 경감안이 계류 중이다. 국토부는 국회 논의를 통해 합리적인 방안이 정해지면 따르겠다는 입장이다.
실제 부담금 부과를 둘러싼 법령 해석도 정리되지 않은 상태다. 서초구는 2021년 준공된 반포현대의 부담금을 올해 12월 30일까지 부과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반면 국토부는 2024년 개정법의 특례규정을 적용해 시한을 2029년까지로 볼 수 있는지 올해 안에 법률 검토를 마칠 계획이다.
전문가들은 개발이익 환수 원칙을 유지하면서도 정비사업의 사업성을 고려해 제도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재건축사업의 장기간에 걸쳐 초과이익을 산정하는 구조 자체가 사업의 불확실성을 키운다”며 “환수의 원칙은 유지하되 부담금의 예측 가능성을 높이고 실제 사업비를 합리적으로 반영하며 공급에 기여하는 사업에는 인센티브를 제공해야 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