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서구의 한 청년 임대주택에 지원한 20대 직장인 김모 씨는 최근 입주 신청 과정을 설명하며 이같이 말했다. 주거비를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해 저렴한 임대주택을 찾았지만 소득·자산 증명 서류만으로는 부족했다. 공동체 생활 경험과 향후 활동 계획을 자기소개서로 작성하고 이를 뒷받침할 자료까지 제출해야 했다. 김씨는 “합격자에 들지 못해 12월까지 추가 합격 소식이 없으면 다른 월셋집을 알아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서울 전월세 시장의 주거비 부담이 커지는 가운데 청년들이 저렴한 임대료의 공공 임대 주택에 입주하기 위해 자기소개서까지 쓰고 있다. 공동체 생활 경험 등이 입주 심사에 반영되기 때문이다. 주택별 특성에 맞는 입주자를 선발하기 위한 취지지만 정성평가 비중이 과도한 데다 불확실성을 키운다는 지적도 나온다.
서울 시내 빌라 단지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모집 공고에 따르면 신청자들은 △기존 거주 주택과 주거 갈등 △공동주택 갈등 대처 방법 △공동체 생활 경험 △공동체 활동 계획 △경제적 상황 등을 각 400자씩 작성해야 했다. 자기소개서에 기재한 활동을 증명할 자료도 제출해야 한다. 다만 입주자 최종선정의 세부 사항은 공개되지 않는다. 소득과 자산뿐 아니라 공동체 생활 적합성과 향후 활동 계획까지 평가받는 셈이다.
특화형 매입임대는 공공이 주택을 확보한 뒤 민간 운영기관에 운영을 맡기는 방식이다. 주택별 특성에 맞는 입주자를 선발하도록 운영기관에 일정한 자율성이 주어진다. 서대문구의 한 청년 임대주택은 예술인을 대상으로 공급하며, 신청자에게 예술 활동 경력을 확인할 수 있는 포트폴리오를 요구한다. 올해 해당 주택에 입주한 A씨는 “1차 서류전형에 이어 면접까지 보고 합격했다”며 “전공 분야에서 해온 활동과 다른 입주자들과 잘 지낼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고 말했다.
구로구에서 모집한 한 임대주택의 모집 공고에 선정 기준이 적혀 있다. (사진=입주자 모집 공고문 갈무리)
그럼에도 청년들이 복잡한 절차를 감수하는 것은 저렴한 임대료 때문이다. 실제 서울 임대차 시장에서는 전세의 월세화와 임대료 부담 확대가 이어지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전용면적 40㎡ 이하 초소형 오피스텔 월 임대료는 2024년 9월 75만8000원에서 올해 9월 81만1700원으로 뛰었다. A씨는 “전세 매물이 없는 상황에서 싼값에 오래 살 수 있으니 감지덕지”라고 말했다. 해당 주택들은 보증금 1000만원 이하, 월세 30만원 안팎으로 주변 시세보다 저렴하게 공급된다.
앞서 이재명 대통령은 6월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 전세 물량 감소를 시장의 정상화 과정이라는 취지로 설명했지만 무주택 청년들의 주거비 부담은 여전히 큰 것이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임대주택에 관심이 쏠리며 입주 기회를 얻기 위해 자기소개서와 포트폴리오까지 준비하는 모습이다.
특화형 임대주택의 취지를 고려하면 관련 경험과 활동을 확인할 자료 제출은 불가피하지만, 이를 당락을 좌우하는 주요 평가 수단으로 삼는 것은 과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주택의 특성에 맞는 입주자를 선별하되 평가의 객관성과 예측 가능성도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준형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자기소개서처럼 정성적인 자료로 입주자를 평가하면 심사 기준이 불분명해 지원자도 결과를 납득하기 어려울 수 있다”며 “정량적 지표를 중심으로 평가하고 정성적 요소는 가점 등 보조 수단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창업이나 예술처럼 특정 테마에 맞는 지원자를 모집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운영기관의 주관적 판단에 따라 입주자가 선정될 수 있다는 불확실성을 줄일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