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포함 국제연구진, 지구 최대 10배 '슈퍼지구' 발견

IT/과학

이데일리,

2025년 4월 25일, 오전 03:00

[이데일리 강민구 기자] 한국천문연구원이 참여한 국제 공동연구진이 외계행성탐색시스템(KMTNet)의 관측 자료를 활용해 토성보다 먼 궤도를 공전하는 장주기 슈퍼지구형 외계행성을 발견했다.

‘슈퍼지구’란 지구처럼 암석으로 이루어져 있으면서, 질량이 지구의 약 1배에서 10배 사이인 행성을 의미한다. 외계행성은 태양이 아닌 다른 별(모성)을 중심으로 공전하는 행성으로, 이번에 발견된 행성은 공전주기가 1년 이상인 장주기 외계행성이다.

외계행성 탐색시스템.(사진=한국천문연구원)
이번에 발견된 외계행성 ‘OGLE-2016-BLG-0007Lb’는 지구 질량의 약 1.3배에 해당하는 슈퍼지구형 행성이다. 이 행성은 태양 질량의 약 0.6배에 해당하는 별(모성)으로부터 약 15억 km 떨어진 거리, 즉 태양-지구 거리의 약 10배 떨어진 궤도를 공전하고 있으며, 지구로부터는 약 1만 4000광년 떨어져 있다. 지금까지 발견된 장주기 슈퍼지구 중 가장 질량이 작고, 모성과의 거리도 가장 먼 행성으로, 공전주기는 약 40년으로 추정된다.

연구진은 KMTNet을 활용해 기존 관측 시스템으로는 발견이 어려웠던 다수의 장주기 슈퍼지구를 찾아냈다. 이를 통해 지구형 행성과 목성형 행성을 포함하는 장주기 외계행성 표본을 구축할 수 있었다. 2016년부터 2019년까지 발견된 63개의 외계행성 표본을 분석한 결과, 행성의 빈도수 분포가 슈퍼지구형과 목성형 행성에 해당하는 쌍봉 형태를 이루고 있음이 확인됐다.

통계적으로 100개의 별 중 슈퍼지구형 행성은 약 35개, 목성형 행성은 약 12개 존재하는 것으로 계산됐다. 이는 지구형 행성과 목성형 행성이 각각 서로 다른 형성 과정을 거쳤다는 이론적 예측을 뒷받침하며, 우주에는 장주기 외계행성 중 지구형 행성이 더 많다는 사실을 시사한다.

2023년 7월 30일까지 발견된 외계행성 약 5000여개에 대한 행성 공전주기에 따른 행성/모성 질량비(q) 분포.(자료=한국천문연구원)
행성은 일반적으로 지구형(암석형) 행성과 목성형(가스형) 행성으로 나뉘며, 이들은 서로 다른 형성 과정을 통해 탄생한다. 따라서 장주기 지구형 행성과 목성형 행성 역시 서로 다른 과정을 거쳐 형성된다면, 이들의 빈도수 분포는 이른바 쌍봉 형태를 보일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이를 뒷받침할 관측적 증거는 그동안 확인되지 않았다.

기존 연구에 따르면 장주기 외계행성 중 상당수가 지구형일 것으로 예측됐지만, 실제 관측에서는 대부분이 목성형 행성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이론과 관측 간의 불일치는 천문학계의 주요한 과제로 남아 있었다.

외계행성 탐색을 위해 다양한 관측 기법이 개발되어 왔으며, 각 기법은 서로 다른 특성을 지닌 외계행성을 발견하는 데 강점을 가지고 있어 상호 보완적인 역할을 해왔다. 이 가운데 한국천문연구원이 개발·운영 중인 KMTNet은 미시중력렌즈 방식을 활용하여 장주기 외계행성을 발견하는 데 특화된 시스템이다.

현재까지 전 세계에서 미시중력렌즈 방법으로 발견된 외계행성은 약 300개이며, 이 중 KMTNet 가동 이후 직접 발견한 외계행성은 총 227개에 달한다.

이번 연구 결과는 오는 25일 국제학술지 ‘사이언스(Science)’에 게재된다. 연구팀은 앞으로 KMTNet을 활용해 더 많은 외계행성 표본을 확보하고, 이를 바탕으로 정밀한 관측과 분석을 이어갈 계획이다.

정연길 한국천문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이번 연구를 통해 이론적으로 예측됐던 지구형 행성과 목성형 행성의 서로 다른 형성 과정을 관측적으로 입증했으며, 장주기 슈퍼지구가 우주에 많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며 “외계행성 연구는 행성의 형성과 진화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단서를 제공한다”고 밝혔다.

윤영빈 우주항공청장은 “우리나라가 자체 개발해 운영 중인 KMTNet의 우수한 성능 덕분에 미시중력렌즈 방식을 통한 외계행성 탐색에서 세계적 선도 역할을 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국내 장비를 활용한 과학적 성과가 확대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