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페이 ‘3시간30분 먹통’… 생활금융 인프라 신뢰성 시험대에(종합)

IT/과학

이데일리,

2025년 6월 02일, 오후 07:04

[이데일리 윤정훈·임유경 기자]
(사진=삼성페이)
“삼성페이만 믿고 지갑을 안 들고 나왔는데, 편의점에서 결제가 안 돼 당황했어요.”


국내 성인의 약 70%가 사용하는 삼성전자의 모바일 결제 서비스 ‘삼성페이’가 2일 오전 3시간 30분 동안 중단되면서 출근길 시민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

삼성전자는 사태 발생 약 2시간 뒤에야 공지문을 올려 ‘늑장 대응’이라는 비판을 받았으며, 서비스 정상화 이후에도 장애 원인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은 내놓지 않아 이용자들의 불만이 이어졌다.

삼성전자에 따르면 이날 오전 6시 30분경부터 오전 10시까지 삼성페이 결제 오류가 발생했다. 결제를 위해 지문을 인식하거나 비밀번호를 입력하면 ‘삼성월렛을 사용할 수 없음’이라는 알림창이 뜨며 결제가 차단됐다. 초기에는 일부 사용자만 오류를 겪었지만, 시간이 지나며 온·오프라인 대부분의 결제가 중단됐다. 삼성전자가 주무부처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사고를 신고한 시점은 이날 오전 7시 3분이다.

삼성멤버스와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피해 사례가 잇따라 올라왔다. “편의점에서 계좌이체로 겨우 결제했다”, “삼성페이가 안 돼서 주차장에서 뒤차가 줄지어 기다렸다”, “교통카드 기능도 먹통이라 버스를 타지 못했다”, “식당에서 결제가 안 돼서 자리를 뜨지 못하고 있다” 등 시민들의 불편이 이어졌다.

문제가 발생한 플랫폼은 삼성페이가 포함된 ‘삼성월렛’이었으며, 이용 통신사와는 무관하게 광범위한 피해가 발생했다.

반면, 네이버페이·카카오페이 등과 연동된 삼성페이는 정상적으로 작동했으며, 교통카드 기능에서도 별다른 오류는 발생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장애 원인에 대해 삼성전자 관계자는 “일부 신용카드사와 전용선 네트워크 간 장애가 발생한 것으로 보이며, 정확한 원인은 현재 파악 중”이라고 밝혔다.

다만 장애 발생 후 첫 공지가 약 2시간이나 지연됐고, 오류 공지와 정상화 공지가 현재 모두 삭제된 점 등으로 인해, 생활금융 인프라로서 삼성페이의 공공성 강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삼성전자가 방송통신발전법상 재난관리 의무 대상 사업자인 만큼, 지난해 재난 대응 훈련을 실시한 바 있다.


특히 지난해 ‘2024년 정보통신 사고·재난 대응 안전한국훈련’에서는 삼성SDS 데이터센터 내 리튬배터리 화재로 전력이 차단되고, 이로 인해 삼성페이 서비스가 전면 중단되는 상황을 가정한 시나리오 훈련이 진행됐다. 당시 삼성SDS는 배터리실 화재 상시 모니터링 체계와 전력 공급망 이원화를 구축했으며, 삼성전자는 삼성페이 서비스 다중화를 통해 통신 장애에 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이번 사태에서는 화재가 아닌 신용카드사와의 전용회선 장애로 인해 서비스가 수 시간 동안 중단됐다. 더욱이 오류 발생 약 2시간이 지난 오전 9시경에야 첫 공지가 게시됐고, 정상화 이후에는 관련 공지조차 삭제하는 등 삼성전자의 소극적인 대응이 도마에 올랐다.

이에 생활 인프라로 자리잡은 플랫폼에 대한 정부 차원의 보다 철저한 대비 체계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다시금 제기되고 있다.

임종인 고려대학교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삼성페이는 단순한 민간 서비스가 아니라 사실상 생활 인프라로 자리잡고 있다”며 “이러한 플랫폼일수록 문제가 발생했을 때 체계적인 대응 시나리오와 복구 절차를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최근에는 인공지능(AI)을 활용해 장애 원인을 신속히 진단하고 대응 시나리오를 준비하는 것도 가능하다”며 “카카오 장애나 SK텔레콤 사례에서 보듯 국민 생활과 밀접한 플랫폼일수록 위기 대응 역량을 갖추는 것이 기업의 중요한 사회적 책임”이라고 강조했다.

삼성전자의 모바일 결제 서비스인 삼성페이가 전국적으로 오류가 발생하면서 갤럭시 이용자들이 불편함을 겪고 있다. 삼성전자에 따르면 2일 오전 7시경부터 삼성페이 결제 오류가 발생해 이용자들의 결제가 정상처리되지 않는 상태다. 사진은 휴대 전화에 공지된 카드 결제 오류 안내문.(사진=노진환 기자)
[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삼성페이는 지난해 ‘삼성월렛’으로 통합되면서 단순한 결제 기능을 넘어 디지털 키, 티켓, 모바일 신분증 등 다양한 기능을 제공하는 ‘모바일 지갑’으로 확장되고 있다. 특히 삼성전자 스마트폰 사용자에게 기본으로 제공되는 서비스인 만큼, 일상에서의 의존도가 매우 높은 상황이다.

지난해 기준 누적 사용자 수는 약 1700만 명에 달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일평균 간편결제 서비스 이용 건수는 3000만 건을 넘어섰으며, 이 가운데 삼성페이를 포함한 휴대폰 제조사 기반 서비스가 약 30%의 비중을 차지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관계자는 “장애 발생 시점은 오전 6시 30분으로 보고받았으며, 신고 시점은 7시 3분이었다. 장애 상황을 파악하는 데 약 30분이 소요된 것으로, 신고 지연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장애 복구 시점은 오전 10시경으로 파악되지만, 정확한 시간은 현재 조사 중”이라며 “서비스 장애로 영향을 받은 가입자 수, 교통카드·신용카드 결제 등 어떤 서비스가 영향을 받았는지 역시 조사 중이며, 필요할 경우 현장 점검도 검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