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카락 굵기 백만분의 일 '양자거리' 측정

IT/과학

이데일리,

2025년 6월 06일, 오전 03:00

[이데일리 강민구 기자] 국내 연구진이 머리카락 굵기의 백만분의 일 수준의 거리를 수치화해 측정할 수 있는 ‘양자거리’ 측정 방법을 개발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김근수 연세대 교수 연구팀과 양범정 서울대 교수 연구팀이 고체 물질 속 전자의 양자거리를 측정했다고 6일 밝혔다.

김근수 연세대 교수(왼쪽)와 양범정 서울대 교수(오른쪽).(사진=과학기술정보통신부)
양자거리란 미시세계 입자 간 양자역학적 유사성을 수치로 나타내는 물리량이다. 두 입자가 완전히 똑같은 양자 상태일 때 최솟값 0, 완전히 다르면 최댓값 1이 되는데, 양자 컴퓨팅과 양자 센싱 분야에서 양자 연산의 정확도 평가와 상태변화 추적을 위해 필수적인 정보로 여겨진다.

최근 고체 물질 속 전자의 양자거리는 물질의 기본 성질을 표현하는 것을 넘어 초전도와 같은 난해한 물리 현상들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는 것이 밝혀지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이를 정확히 측정하려는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지만, 현재까지는 고체 속 전자의 양자거리를 간접 측정한 사례만 보고됐고, 직접 측정하는 방법은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양자거리 측정 개념도.(자료=과학기술정보통신부)
공동 연구팀은 구조가 비교적 단순한 물질인 흑린에 주목하고 연구를 고도화했다. 이론그룹인 양범정 교수 연구팀은 흑린의 단순한 조성과 대칭 구조로 전자의 양자거리가 위상차(파장이 동일한 두 파동의 최댓값 사이의 위치 간격)에 의해 결정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후 실험그룹인 김근수 교수 연구팀이 각분해광전자분광 실험에서 편광된 빛을 이용하면 전자 간 위상차에 따라 검출 신호의 세기가 달라진다는 점에 착안해 흑린 속 전자의 위상차를 정밀하게 측정하고, 이를 통해 양자거리를 정밀하게 추출했다.

김근수 교수와 양범정 교수는 “건축물을 안전하게 세우기 위해 정확한 거리 측정이 필수인 것처럼, 오류없이 정확하게 동작하는 양자 기술 개발에도 정확한 양자거리 측정이 반드시 필요하다”며 “양자 컴퓨팅, 양자 센싱과 같은 다양한 양자 기술 전반에 기초 도구로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사이언스(Science)’에 6일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