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5만원짜리 폰 사면서 돈 버는 상황"…보조금 경쟁 뜨겁다

IT/과학

이데일리,

2025년 6월 09일, 오후 05:08

[이데일리 임유경 기자] SK텔레콤 해킹 사태로 촉발된 이동통신 3사의 번호이동 가입자 쟁탈전이 달아오른 가운데, 다음달 단통법(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 폐지 전까지가 통 큰 보조금 집행이 계속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동통신 3사가 단통법 폐지 전까지 집토끼 지키기’ 차원에서 마케팅비를 쓰다가 이후엔 눈치 싸움에 들어갈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9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이날 온라인 유통점 기준 갤럭시S25 플러스에 대한 번호이동 판매 장려금이 통신사별로 최대 53만~70만원으로 책정됐다. 도매점 기준으로는 47만원~55만원까지 지급된다. 아이폰16 프로에 대한 장려금은 온라인 기준 53만~63만원, 도매점 기준 47만~50만원으로 책정됐다.

장려금은 통신사가 대리점·판매점에 휴대폰을 판매하거나 신규 가입자를 유치하는 대가로 지급하는 데, 일부 성지 유통점에서는 최소 마진만 남기고 이를 고객 유치를 위한 보조금으로 활용하고 있다.


서울의 한 휴대폰 매장 앞으로 시민이 지나가고 있다.(사진=연합뉴스)
통신 3사는 최근 최신 스마트폰에 대한 공시지원금도 일제히 높였다. 지난 5일 통신 3사는 삼성전자가 지난달 출시한 초슬림폰 ‘갤럭시 S25 엣지’에 대한 공시지원금을 요금제별로 21만~50만원으로 책정했는데, 이는 출시 직후 6만6000~25만원이었던 것에서 최저 요금제 기준 3배, 최고 요금제 기준 2배씩 상향한 것이다.

지난달 25일에는 갤럭시 S25 시리즈에 대한 공시지원금을 요금제별로 43만4000~70만원으로 대폭 상향했다. 직전(3월13일) 공시지원금 규모는 21만~50만원이었다. KT와 LG유플러스는 지난달 애플 아이폰16에 대한 공시지원금도 28만1000~70만원으로, 직전(4월1일) 20만8000원~45만원에서 크게 높였다.

공시지원금과 장려금이 모두 상향되면서 최신 폰도 사실상 ‘공짜’폰이 됐다. 출고가 135만3000원인 갤럭시 S24 플러스의 경우 번호이동할 때 장려금 최대 70만원을 받고, 최대 공시지원금 70만원, 유통망 추가지원금(공시지원금의 15%) 10만5000원까지 받으면 오히려 폰을 사면서 돈을 받는 ‘마이너스 폰’이 된다.

이 같은 통신 3사 보조금 경쟁은 SK텔레콤 해킹 사태로 촉발됐다. 이번 사태 이후 SK텔레콤에서 이탈자한 가입자를 흡수하기 위해 KT와 LG유플러스가 마케팅 비용을 쓰기 시작했고,SK텔레콤도 방어에 나서면서다.


통신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 해킹 사고가 알려진 지난 4월22일부터 6월9일까지 SK텔레콤에서 타통신사로 번호이동한 고객은 52만1741명으로 나타났다. 이중 28만7413명이 KT로, 23만4328명이 LG유플러스로 통신사를 갈아탔다.

통신 업계는 SK텔레콤 해킹이 촉발한 보조금 경쟁이 적어도 단통법 폐지 시행일인 오는 7월22일까진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단통법이 살아 있는 지금은 ‘24개월 약정’이 기본이지 않냐”며 “법 폐지 2년간 약정으로 붙잡아둘 집토끼를 확보하기 위해 통신 3사가 모두 약간 과열 상태로 마케팅비를 집행할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

8월부터는 다소 보조금 경쟁이 주춤해질 가능성도 있다. 통신 3사가 보조금 경쟁을 지속할 동인이 부족하다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KT와 LG유플러스가 단 몇달 만에 수년치 번호이동 고객을 확보한 만큼 올해 목표치를 이미 달성했을 가능성이 크다”며 “SK텔레콤이 뺏긴 가입자를 찾아오기 위해 보조금을 푼다면 그때 방어하는 정도로 대응할 순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SK텔레콤이 신규 영업 중단이 해제된 후 뺏긴 가입자를 되찾기 위해 보조금 경쟁에 불을 지필지가 주목된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번 해킹 사태 수습과 유통망 보상금 지급 등으로 비용 지출이 예정돼 있어, 보조금을 많이 쓸 여력이 없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에 업계 괸계자는 “소비자 입장에선 향후 통신 3사의 마케팅 전략이 어떻게 바뀔지 모르기 때문에 6~7월에 보조금이 가장 많이 풀릴 지금이 휴대폰을 바꿀 적기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