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해진 네이버 이사회 의장이 5일(현지시간) 미국 실리콘벨리 포시즌 호텔에서 열린 네이버 벤처스 네트워킹 행사에서 발표를 하고 있다. (네이버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2025.6.8/뉴스1
조직 문화를 다 잡고 새로운 경쟁력을 갖추려는 움직이지만 구성원들 사이에서는 과거 성과 중심의 강압적인 조직 문화로 돌아가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감지된다.
'AI 성장' 글로벌 광폭 행보…해외 투자 협력·법인 신설
이 의장은 최근 해외를 연이어 방문하며 AI 기술 협력을 위한 글로벌 동맹을 강화했다. 다양한 분야의 AI 사업 확장을 위한 법인 설립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10일 IT 업계에 따르면 네이버는 미국 실리콘밸리의 경쟁력 있는 스타트업을 발굴하는 신설 투자법인 '네이버 벤처스'를 설립했다. 신설 법인은 이달 중 설립 절차를 마무리하고 다양한 국적·분야 스타트업과 협력할 예정이다.
지난달에는 대만에서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와 만나 소버린AI 구축과 대규모 AI 데이터센터 사업 확장 방안 등을 논의했다. 이달 3일(현지시간) 최수연 대표 등 네이버 경영진은 미국에서 넷플릭스 경영진과 만나 협업 가능성을 확인하기도 했다.
인도와 스페인 등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기 위한 대표 직속 테크비즈니스 부문도 신설했다. 헬스케어 분야에 AI 기술을 접목해 사업 경쟁력 강화를 목표로 한다.

네이버는 지난 22일 엔비디아 주요 경영진과 대만 엔비디아 오피스에서 미팅을 통해 소버린AI 구축 및 대규모 AI 데이터센터 사업 확장 방안 등에 대해 논의했다고 23일 밝혔다. 최수연 네이버 대표(왼쪽부터), 이해진 네이버 이사회 의장, 젠슨 황 엔비디아 CEO, 제이 퓨리 인비디아 총괄 부사장, 김유원 네이버클라우드 대표가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네이버클라우드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025.5.23/뉴스1
레벨제·최측근 기용은 평가 엇갈려…기업 쇄신이냐 강압 회귀냐
사업 성장에 고삐를 죄는 기조는 인사와 관련 제도에서도 드러난다.
이 의장 복귀 후 네이버는 근속 연수에 상관없이 직원의 업무 능력을 평가하는 '레벨제'를 도입하기로 했다. 글로벌 AI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고 조직 쇄신을 독려하려는 취지로 풀이된다.
레벨제는 직원의 역량을 평가해 레벨을 부여하고 성과 보상과 연동하는 구조다. 2020년 도입하려 했지만 경쟁이 과열될 수 있다는 내부 반발로 무산됐다.
네이버 관계자는 "직원 성장을 위해서 다양한 방안을 계속 모색해 왔다"며 레벨제 도입 배경을 설명했다.
지난달 19일 출범한 테크비즈니스 부문에는 최인혁 대표가 초대 수장으로 앉았다.
최 대표는 네이버 설립 초창기 멤버이자 이 의장의 최측근으로 꼽힌다. 최 대표 복귀에 이 의장의 판단이 크게 작용했다고 풀이되는 이유다.
최 대표를 재기용하자 네이버 내부에서는 과거 강압적 조직 문화로의 회귀라는 목소리가 나왔다. 최 대표는 당시 직원이 직장 내 괴롭힘으로 숨지자 도의적 책임을 지고 최고운영책임자(COO) 자리에서 물러났다.
오세윤 네이버 노조(민주노총 화섬식품노조 네이버지회·공동성명) 지회장은 "최인혁이란 인물은 압박해서 성과를 냈던 네이버의 강압적 조직문화를 상징한다"며 "이 의장이 이사회에 돌아오면서 최 대표를 복귀시키는 건 구성원을 압박하는 조직문화를 되돌리려는 게 아니냐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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