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12년만 iOS 대대적 개편...“시리 고도화 시간 필요”(종합)

IT/과학

이데일리,

2025년 6월 10일, 오전 08:45

[이데일리 윤정훈 기자] 애플이 세계개발자회의(WWDC25)에서 아이폰, 맥북 등에 적용하는 운영체제인 iOS 체제를 12년 만에 전면적으로 개선했다고 밝혔다. 이번 행사에서 깜짝 신제품이나 혁신적인 인공지능(AI) 기술 발표는 빠져 애플이 AI 경쟁에서 한동안 뒤처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애플 세계개발자회의(WWDC25)에서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 담당 수석 부사장 크레이그 페더리기가 발표를 하고 있다(사진= AFP)
◇“개인화된 시리 출시에 시간 필요”...‘리퀴드 글래스’ OS 디자인 선봬

이날 미국 캘리포니아주 쿠퍼티노 본사에서 열린 WWDC25에서 크레이그 페더리기 애플의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 수석 부사장은 올해 출시 예정이었던 애플 시리(Siri) 업그레이드 버전을 아직 출시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그는 “시리도 크게 발전해 더욱 자연스럽고 유용해졌다”며 “잘 알겠지만, 우리는 시리가 당신의 개인적 맥락을 더욱 잘 파악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의 높은 기준에 다다르려면 아직 시간이 필요하다”며 “이 부분에 대해서는 앞으로 계속해서 소식을 전해드리겠다”고 덧붙였다.

애플은 당초 작년 음성 비서 시리에 생성형 AI를 탑재해서 개인화된 AI로 발전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계획과 달리 아직까지 개인화된 시리는 출시되지 않은 상황이다.

대신 이날 애플은 대대적인 iOS 개편을 발표했다. 새로운 소프트웨어 디자인은 ‘비전프로 헤드셋’에서 영감을 받았고, 이름은 ‘리퀴드 글래스(Liquid Glass)’다.

리퀴드 글래스가 적용된 OS 체제는 전 보다 생동감이 커졌고, 동시에 동적으로 변형돼 콘텐츠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돕는다. 알림창의 경우 배경 화면이 가려졌던 것과 달리 반투명으로 뒷배경 화면이 그대로 살아나는 듯한 모양새다.

(사진=애플)
새로운 디자인은 iOS 26, iPadOS 26, macOS Tahoe 26, watchOS 26, tvOS 26 1 등 플랫폼 전반에 걸쳐 최초로 적용되어 각 플랫폼의 고유한 특징을 유지하면서도 더욱 조화로운 디자인을 구현한다. 아이패드, 애플워치, 애플TV, 비전프로 등 애플 전 기기에 적용될 예정이다.

애플의 리퀴드 글래스 도입은 아이폰 운영체제 iOS7이 출시됐던 2013년 이후 12년 만의 가장 대대적인 소프트웨어 변화다. 애플은 iOS7 출시 때부터 현재와 같은 아이콘 형태의 운영체제를 유지해오고 있다.

운영체제를 해당 출시 연도에 맞춰 ‘iOS26’과 같이 통일하기로 했다. 애플은 새 회계연도를 시작하는 오는 10월부터 새 운영체제를 출시한다.

앨런 다이 애플 휴먼 인터페이스 디자인 부사장은 “애플은 항상 기술과 상호작용을 직관적이고, 아름답고 즐겁게 만들기 위해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간의 심도 있는 통합을 지향해 왔다”며 “유리의 광학적 특성과 애플만이 구현할 수 있는 유동성을 결합해 콘텐츠나 상황에 따라 변화한다. 미래의 새로운 경험을 위한 기반을 마련하고, 궁극적으로 가장 단순한 상호작용조차도 더욱 재미있고 마법처럼 만들어 줄 것”이라고 설명했다.

◇“개발자 애플 AI에 직접 접근 용이” 파운데이션 모델 프레임워크 공개


애플이 야심차게 발표한 파운데이션 모델 프레임워크는 전세계 개발자들이 애플의 온디바이스 AI 기능을 직접 사용할 수 있도록 문을 열어줬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이번 발표는 AI 환경을 변화시킬 뿐만 아니라, 클라우드 AI에 대한 의존도가 점점 높아지는 세상에서 개인정보 보호, 속도, 오프라인 접근성을 우선시하며 AI 시대를 향한 애플의 치열한 경쟁 의지를 보여준다.

파운데이션 모델 프레임워크는 개발자에게 iOS, macOS, iPadOS 등에 내장된 애플의 방대한 언어 및 AI 모델에 직접 접근할 수 있는 기능을 제공한다. 이 모델은 실시간 번역, 비주얼 인텔리전스, 이미지 플레이그라운드와 같은 잘 알려진 기능들을 지원한다. 이 새로운 기능을 통해 개발자는 이제 애플 기기에서 로컬로 실행되는 스마트한 AI 기반 경험을 앱 내에서 구축할 수 있으며, 인터넷에 계속 연결하지 않아도 된다. 경쟁사가 제시하는 클라우드 중심의 AI 모델과는 다른 방식이다.

(사진=애플)
파운데이션 모델 프레임워크의 특징은 △오프라인 기능 △개인정보 보호를 위한 설계 △개발자 친화적 통합 등이다. 우선 인터넷 연결 없이도 AI 작업을 수행할 수 있으므로 이 기술은 대역폭이 낮은 지역에서도 접근성과 안정성이 뛰어나다. 또 모든 AI 계산은 기기 내에서 이뤄지기 때문에 개인 정보 보호를 중시하는 환경에서 사용자 데이터가 기기를 벗어날 필요가 없다. 더불어 애플이 선호하는 프로그래밍 언어인 Swift를 통해 접근 가능한 이 프레임워크는 최소한의 복잡성으로 정교한 AI 기능을 앱에 내장하는 과정을 간소화했다.

예를 들어 인기 있는 저널링 앱인 ‘데이원’은 사용자 입력을 기반으로 맞춤형 글쓰기 프롬프트와 지능형 콘텐츠 제안을 제공하며, 이는 모두 개인 정보 보호를 위해 오프라인으로 처리된다.

하이킹 지도 앱 ‘올트레일’은 AI를 활용하여 개인화된 하이킹 경로를 제안하고 실시간 환경 통찰력을 제공해 클라우드 연결에 의존하지 않고도 자연어로 검색하고 답변을 얻을 수 있다.

이외 AI 스팸차단 기능과 챗GPT를 사용해서 만든 ‘이미지 플레이그라운드’ 앱 활용 등도 소개했다.

AI 기술을 활용해 스팸 전화나 스팸 문자를 미리 차단해주는 ‘스크리닝’ 기능도 추가됐다.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올 경우, 아이폰은 이용자의 전화 알람을 울리지 않는다. 하지만 전화를 건 사람이 음성 사서함에 통화 목적과 자신의 이름을 남길 경우, 기기는 실시간으로 이 내용을 텍스트로 변환해 이용자에게 알려준다.

이미지 플레이그라운드에서는 특정 이모티콘이나 이미지를 생성할 수 있고, 기존의 사진의 스타일 변경도 챗GPT에게 앱 안에서 바로 주문하고 결과물을 받아볼 수 있다.

다만 AI 기술 발표에도 시장 반응은 시큰둥하다. 애플 주가는 이날 전날 대비 1.21% 하락한 201.45달러에 마감했다.

블룸버그는 “작년 WWDC에서 애플 인텔리전스 플랫폼을 공개한 이후, 애플은 새로운 기능 출시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였으며, 실리콘 밸리 경쟁사들에 비해 기술력도 뒤떨어졌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