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영상 SK텔레콤 대표는 4일 서울 을지로 본사에서 열린 긴급 기자간담회에서 “정부 민관합동조사단의 최종 조사 결과를 무겁게 받아들이며, 통렬히 반성하고 책임을 다하겠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날 SK텔레콤은 ‘책임과 약속’ 프로그램을 발표하고 △해지 고객 대상 위약금 전면 면제 및 환급 △총 5000억 원 규모의 고객 감사 패키지 제공 △7000억 원 규모의 정보보호 혁신 투자 계획 등 후속 조치를 공개했다.
회사는 향후 5년간 보안 인력을 두 배로 확대하고, 글로벌 보안 전문가 영입, 보안 전담 조직의 CEO 직속 격상, 정보보호 기금 조성 등 보안 체계 전면 재편에 나설 방침이다. SK텔레콤은 이번 조치가 단기 실적보다 장기적인 고객 신뢰 회복이 더 중요하다는 판단에 따른 결정이라고 밝혔다.

유영상 SKT 대표가 4일 서울 을지로 T타워에서 열린 긴급 기자 간담회에서 고개를 숙이고 사과하고 있다(사진=SKT)
이번 SKT 해킹 사고로 지난 4월 18일 이후 7월 14일까지 해지한 약정 고객은 위약금을 전액 면제받게 된다. 과거에 선택약정 할인에 따라 반환했던 위약금도 신청하면 환급받을 수 있다.
유 대표는 “정부의 위약금 면제 권고를 이사회에서 즉각 논의했고 전향적으로 수용하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단말기 할부금은 통신 약정과 무관한 구매계약이기 때문에 면제 대상에서 제외된다. SKT는 추후 위약금 환급 신청 절차를 T월드 홈페이지 등에서 상세히 안내할 예정이다.
SK브로드밴드의 IPTV·인터넷 해지에 따른 위약금은 이번 면제 조치에 포함되지 않는다. 별도 상품이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류제명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2차관은 이날 오전 브리핑에서 명확한 답변을 피했다. 류 차관은 “사업자와 이용자 간 계약은 개별적이고 특수한 성격이 있다”며 “정부가 이를 일률적으로 판단하기는 어렵다. 다만 SK텔레콤이 위약금 면제를 수용한 만큼, 향후 구체적인 기준과 절차를 마련해 제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SKT는 위약금 외에 고객 요금 할인혜택을 제공한다. SKT는 오는 7월 15일 0시 기준 자사 이용 고객과 알뜰폰 이용자 등 약 2400만 명을 대상으로 8월 통신요금의 50%를 자동 할인한다. 별도 신청 없이 월정액과 음성·문자·데이터 사용료가 일괄 할인되며, 알뜰폰 이용자도 동일한 혜택을 받는다.
여기에 8월부터 연말까지 전 고객에게 매월 50GB의 데이터를 추가 제공한다.
T멤버십 혜택도 고객 보상안으로 마련했다. SKT는 연말까지 매달 3곳의 제휴사를 선정해 10일 단위로 릴레이 형태의 대폭 할인을 제공한다. 뚜레쥬르(최대 50%), 도미노피자(최대 60%), 파리바게뜨(최대 50%) 등이 첫 번째 라인업이다. 신규 가입자도 기존 고객과 동일한 할인 혜택을 누릴 수 있다.
해킹 이후 해지한 고객이 3년 이내에 재가입할 경우, 멤버십 등급과 장기고객 혜택을 복원해준다. 단, 고객정보는 6개월간만 보관되기 때문에 이후 재가입을 원하는 고객은 T월드에서 정보보관 동의를 미리 신청해야 한다.

유영상 SK텔레콤 대표이사가 4일 서울 중구 SKT타워에서 정부의 해킹 사태 관련 최종 조사결과 발표 관련 입장 및 향후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사진=뉴스1)
SKT는 고객 신뢰 회복을 위한 근본 대책으로 정보보호 체계도 대대적으로 손본다. 유 대표는 “단기 실적 악화를 감수하더라도, 고객 신뢰 회복이 장기 생존의 열쇠”라며 5년간 7000억 원 규모의 정보보호 혁신안을 밝혔다.
지난 1일부로 삼성전자(005930)와 아마존을 거친 글로벌 보안 전문가 이종현 박사를 영입했고, 조만간 최고정보보호책임자(CISO)로 선임할 예정이다. 이외 정보보호 인력은 기존 대비 2배 수준인 150명으로 늘리고, 정보보호 생태계 활성화를 위한 100억원 규모의 기금도 신설한다.
이번 사태를 교훈 삼아 SKT는 미국 국립표준기술연구소(NIST)의 사이버보안 프레임워크 기준에 맞춰 3년 내 국내 최고, 5년 내 글로벌 최고 수준의 보안체계 달성한다는 목표다.
SKT는 글로벌 보안 솔루션 ‘짐페리움(Zimperium)’을 가입자 전원에게 올 하반기부터 1년간 무상 제공한다. 또 유심 복제 등 2차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사이버 침해 관련 보험 한도를 기존 10억원에서 1000억 원으로 100배 확대했다. 피해가 발생할 경우 외부 기관과 연계해 보상 프로세스도 직접 지원한다.
유영상 대표는 “통신과 AI 모두 잘하는 회사로 거듭나기 위해 신뢰 회복에 최선을 다하겠다”며 “이번 사태를 계기로 보안이 강한 기업, 고객이 안심할 수 있는 기업으로 완전히 달라질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