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치성 뇌질환 치료 가능성↑…KAIST, '유연 광자극 기기' 개발

IT/과학

이데일리,

2025년 7월 06일, 오후 01:37

[이데일리 최연두 기자] 빛으로 뇌세포를 정밀하게 자극해 뇌질환을 연구·치료하는 ‘광유전학’ 기술이 주목받는 가운데, KAIST 연구진이 이 기술을 인체에 실제 적용할 수 있는 삽입형 의료기기를 개발했다.

어드밴스드 펑셔널 머터리얼즈 (Advanced Functional Materials) 논문지의 전면표지 그림(사진=KAIST)


6일 KAIST는 전기·전자공학부 최경철 교수와 이현주 연구팀이 공동 연구를 통해 유연한 마이크로 유기발광다이오드(OLED·올레드)가 집적된 광유전학용 뉴럴 프로브 개발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광유전학은 특정 파장의 빛에 반응하는 단백질을 뇌세포에 주입한 뒤 빛을 쏘아 뇌세포를 직접 조절하는 기술이다. 이 기술은 파킨슨병·우울증·치매 등 난치성 뇌질환의 원인을 규명하고 새로운 치료법을 찾는 데 유용하지만, 빛을 뇌 깊은 곳까지 정확하게 전달하는 것이 큰 과제였다.

광유전학 연구에서는 수십 년간 외부 광원으로부터 깊은 뇌 영역까지 빛을 전달하기 위해 광섬유가 사용돼왔다. 하지만 이는 딱딱하고 두꺼운 구조 때문에 뇌 조직을 손상시키거나 자유로운 움직임을 제한하는 등의 단점이 있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KAIST 전기·전자공학부 최경철 교수와 이현주 연구팀은 얇고 유연한 마이크로 OLED를 활용한 삽입형 뉴럴 프로브를 개발했다. 이 프로브는 마치 실처럼 얇고 부드러워 뇌 속 깊은 곳까지 삽입해도 조직 손상을 최소화하면서도 정밀한 빛 자극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이 장치는 가로 폭이 머리카락보다 가는 260~600마이크로미터(㎛) 수준이다. 산화알루미늄/파릴렌-C(Al2O3/parylene-C)로 구성된 초박막 유연 봉지막을 얇은 탐침 형태로 만들어졌다. 수분과 산소가 많은 생체 내 환경에서 OLED의 구동 신뢰성을 높이며 생체 삽입 시 조직 손상을 최소화하기 위함이다.

또한, 이번에 개발된 기기는 총 8개의 초소형 OLED를 독립적으로 작동시켜 다양한 부위의 뇌세포를 개별적으로 자극할 수 있다. 특히 OLED는 원하는 위치에 정확하게 빛을 쏠 수 있어, 뇌 회로의 작동 방식을 더욱 정밀하게 분석할 수 있다는 것이 공동연구팀 측의 설명이다.

마이크로 OLED 집적 광유전학용 유연 뉴럴 프로브 (a) 모식도, (b) 다중 레이어 구조 (c) 마이크로 OLED 개별 픽셀 구동 시연 (d) 프로브 위 집적된 마이크로 OLED의 전기광학적 특성 그래프(사진=KAIST)


이번 기기는 기존 삽입형 장치처럼 외부 보조장치를 사용하지 않아도 뇌에 쉽게 삽입할 수 있다. 연구팀은 실제 실험에서 광유전학에 많이 쓰이는 470나노미터 빛을 1밀리와트/제곱밀리미터(㎟당 1㎽) 이상 출력해, 뇌세포 자극에 필요한 기준을 충분히 충족했다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는 나노기술 분야의 세계적 학술지인 ‘어드밴스드 펑셔널 머터리얼즈(Advanced Functional Materials)’에 3월 온라인 게재됐고, 7월에는 해당 저널의 표지 논문으로 선정되는 성과도 거뒀다.

최경철 교수 연구팀의 이소민 박사는 “이번 연구는 기존 연구를 넘어 유연 프로브 형태에 최초로 개발해 보고된 사례”라며 “유연 OLED가 인체 삽입형 측정 및 치료 의료기기로서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