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산 모델 활용은 한계”… 韓 대표 AI, 스타트업·대기업 전면전

IT/과학

이데일리,

2025년 7월 07일, 오전 11:58

[이데일리 김현아 기자]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추진 중인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개발 지원 사업에서는 글로벌 오픈소스 모델을 단순히 미세조정(파인튜닝)한 방식은 사실상 높은 평가를 받기 어려울 전망이다.

총 1936억 원의 예산이 투입되는 이번 사업에 IT 업계의 이목이 집중된 가운데, 과기정통부는 “글로벌 모델을 참고하더라도 라이선스 충돌 없이 기술적 독자성이 확보돼야 자체 모델로 간주된다”는 방침을 분명히 했다. 특히 기존 모델을 가져와 단순히 파인튜닝만 한 경우는 독자 개발로 인정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국산 LLM 개발 사업에 대기업·스타트업 총출동

오는 21일 오후 4시 마감을 앞둔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개발 지원 사업에 국내 주요 AI 기업들의 참여 경쟁이 본격화되고 있다. 트릴리온랩스, 코난테크놀로지, 모레, 업스테이지 등 유망 스타트업과 함께 네이버, LG AI연구원, KT 등 대기업도 정예팀 선발에 관심을 보여 컨소시엄 방식의 도전도 가시화될 전망이다.

검색 전문기업 코난테크놀로지는 김영섬 대표가 직접 이번 프로젝트를 진두지휘하고 있다. 131억 개 파라미터 모델의 학습을 마쳤으며, 자체 벡터 검색 기술과 검색증강(RAG)을 접목한 점이 특징이다. 과거 네이버 지식검색과 경쟁했던 기술력을 바탕으로 검색 특화 AI 모델을 앞세워 승부를 건다.

AI 인프라 소프트웨어 분야에서 강점을 보유한 모레는 가상화 기반 GPU 최적화 기술을 앞세워 도전장을 냈다. 고성능 GPU, NPU 자원과 호환되는 인프라 기술을 기반으로 1020억 파라미터 규모의 오픈소스 모델 ‘모티프(Motif)’를 허깅페이스에 공개한 바 있다. 모레는 인프라-모델-서비스를 수직 통합한 국내 유일의 플레이어로 평가받고 있다.

네이버 출신의 신재민 대표(34)가 이끄는 트릴리온랩스는 사전학습부터 자체 수행하는 스타트업으로 주목받고 있다. 210억 개 파라미터 모델과 700억 개 규모의 차세대 모델을 개발 중이다. 구현모 KAIST 겸임교수는 “트릴리온랩스의 개발 속도는 상상을 초월한다”며 “머지않아 글로벌 최고 수준에 도달할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국내 거대언어모델(LLM) 시장을 선도해온 네이버는 ‘하이퍼클로바X’에 이어, 30억·15억·5억 파라미터 규모의 경량 모델 ‘하이퍼클로바X 시드’를 오픈소스로 공개했다. 출시 한 달 만에 다운로드 수 30만 건을 돌파하며 개발자 커뮤니티의 주목을 받고 있다. 김유원 네이버클라우드 대표는 “초기엔 부담도 있었지만, 대승적 차원에서 프로젝트 참여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LG AI연구원은 추론형 LLM ‘엑사원 딥’을 공개하고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320억 개 파라미터 모델은 딥시크보다 5% 작은 규모로 글로벌 최고 수준의 성능을 달성했고, 경량형 78억 개 모델은 OpenAI의 o1-mini보다도 우수한 성능을 보인다. 온디바이스 모델도 함께 개발하며 LG전자·LG유플러스 등과 공동 고도화를 추진 중이다. KT도 최근 ‘믿:음 2.0’ 모델을 오픈소스로 공개하며 이번 프로젝트 참여를 공식화했다.

과기정통부 “파인튜닝 방식에 부정적”

지난달 27일 열린 설명회에서 정부가 “파인튜닝도 기술력”이라고 언급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막대한 국가 예산이 투입되는 독자 AI 모델 개발 사업이 외산 모델 기반의 서비스 기업들까지 포함시키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됐다.

이에 대해 과기정통부 고위 관계자는 “단순히 외국 모델을 가져와 미세조정(fine-tuning·파인튜닝)하는 방식은 우리 실력 향상에 큰 도움이 안 된다고 본다”며, 독자적인 스크래치 모델 개발의 필요성을 분명히 했다. 그는 “독자 모델 개발의 목적은 단지 결과물이 아닌, 처음부터 끝까지 직접 만드는 과정에서 얻는 경험과 학습이 핵심”이라며 “정부는 독자 AI 개발과 외산 활용을 통한 빠른 AX(AI전환)라는 투트랙 전략이나, 이 프로젝트는 기술 주권 확보를 위한 독립 모델 개발 사업”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