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판도 바꿀 에이전틱 AI[김현정의 IT세상]

IT/과학

이데일리,

2025년 7월 07일, 오전 05:01

[김현정 한국IBM 컨설팅 대표]디지털 기술과 인공지능(AI)의 발전 속에서 새로운 시대를 이끌고 있는 주역은 바로 플랫폼 기업이다. 네이버, 카카오와 같은 국내 기업부터 글로벌 시장을 주도하는 구글, 아마존, 알리바바에 이르기까지 플랫폼 기업들은 인터넷과 모바일 기술을 기반으로 소비자와 기업 간의 연결을 혁신하며 성장해 왔다.

인터넷과 모바일 기술이 중심이었던 플랫폼 경제는 이제 새로운 전환점에 서 있다. AI 기술, 특히 자율적으로 의사결정을 내리고 행동할 수 있는 에이전틱 AI(agentic AI)는 단순한 자동화를 넘어 경제와 산업의 판도를 바꿀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 플랫폼 경제가 소비자와 기업을 연결하고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 냈다면 에이전틱 AI는 복잡한 문제를 해결하고 효율성을 극대화하며 더 깊은 수준의 혁신을 기져올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은 이미 플랫폼 경제에서 강력한 입지를 다졌다. 네이버와 카카오 같은 기업은 검색, 메신저, 전자상거래, 금융 등 다양한 분야에서 성공적으로 확장하며 일상 속 필수적인 서비스로 자리 잡았다. 배달의민족은 음식 배달을 넘어 물류와 데이터 분석으로 사업을 확장하며 기업 간 거래(B2B) 시장에서도 영향력을 키우고 있다. 이처럼 플랫폼은 소비자와 기업을 연결하고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창출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하지만 플랫폼은 연결과 중개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 복잡한 문제를 해결하거나 새로운 통찰력을 제공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예를 들어 공급망의 변동성을 실시간으로 조율하거나 데이터 기반의 자율적 의사결정을 내리는 일은 플랫폼만으로는 어렵다. 또한 시장이 성숙해지면서 경쟁 심화나 규제 장벽 같은 한계에 직면할 가능성도 크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고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기 위해서는 에이전틱 AI 같은 기술이 실마리가 될 수 있다.

에이전틱 AI는 사용자를 대신해 자율적으로 행동하고 실시간으로 의사결정을 내리는 기술이다. 이는 단순히 작업을 자동화하거나 추천하는 기존 시스템에서 벗어나 목표를 설정하고 맥락을 이해하며 스스로 판단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제조업에서는 AI를 공급망 문제를 실시간으로 해결하거나 기계 유지보수를 예측해 생산성을 높이는 데 활용하고 있다. 금융 분야에서는 사기 탐지, 규제 준수, 자산 관리 등을 AI가 자율적으로 처리하는 사례가 점차 늘어나고 있다. 이는 생산성을 높이는 것을 넘어 비즈니스의 운영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가능성을 제시한다.

하지만 에이전틱 AI의 도입은 기술적인 도전만큼이나 사회적·제도적 과제를 동반한다. 한국은 이미 디지털 뉴딜 정책과 5G 인프라를 통해 AI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지만 데이터 프라이버시와 AI 윤리 문제는 여전히 해결해야 할 중요한 과제다. 투명성과 신뢰를 기반으로 한 데이터 관리 체계와 AI 거버넌스가 확립되지 않으면 AI의 확산은 오히려 사회적 갈등과 불평등을 초래할 수 있다. 따라서 AI 기술의 발전과 함께 이를 뒷받침할 제도적 장치와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플랫폼 경제는 여전히 단기적인 성장의 중요한 동력으로 작용할 것이다. 하지만 10년 후를 내다보면 에이전틱 AI가 더 큰 변화를 가져올 가능성이 크다. 특히 플랫폼과 AI가 결합한 하이브리드 모델은 새로운 기회를 열어줄 것이다. 예를 들어 금융 플랫폼이 단순히 대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넘어 AI를 활용해 중소기업의 재무 관리를 돕고 투자 전략을 자동으로 최적화하는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물류 서비스에서도 AI가 실시간으로 경로를 최적화하고 비용을 절감하면서 효율성을 극대화할 수 있다.

결국 중요한 것은 기술 자체가 아니다. 기술을 어떻게 활용하고 이를 통해 어떤 가치를 만들어 내느냐가 핵심이다. 한국은 디지털 기술의 선도국으로서 플랫폼 경제와 AI 경제가 융합하는 새로운 시대를 열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