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AI 주소 혁명, 길 잃은 내 택배를 구하다

IT/과학

이데일리,

2025년 7월 12일, 오후 03:34

[LX공간정보연구원 스마트도시기획 그룹장 배성훈] 우리 일상의 동맥이라 불리는 택배와 배달 서비스 뒤에는 여전히 ‘배송지 찾기’에 고군분투하는 종사자들의 숨은 노고가 존재합니다.

신축 건물이라 지도에 표시되지 않거나, 동·호수가 복잡한 아파트 단지 앞에서 길을 헤매는 시간은 고스란히 극심한 스트레스와 높은 사고 위험으로 이어집니다.

이러한 근본적인 문제는 주소(이름)와 지도(공간) 정보가 각기 다른 목적으로 발전해 오면서도 완전히 연동되지 못한 구조적 한계에서 비롯됐습니다.

그 결과 물류의 비효율성이 고스란히 쌓이며 국내 물류비는 GDP 대비 9.4% 수준에 이릅니다. 이는 미국이나 일본보다 높은 수치로 국가 경쟁력을 갉아먹는 ‘보이지 않는 족쇄’가 되고 있습니다.

LX공간정보연구원 스마트도시기획 그룹장 배성훈
해결의 실마리는 해외 선진 사례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아일랜드는 전체 주소의 35%가 지도에 제대로 표시되지 않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모든 건물 현관에 고유번호 ‘Eircode’를 부여했습니다. 그 결과, 첫 배송 실패율을 2% 이하로 획기적으로 낮췄습니다.

영국은 ‘UPRN’을 국가 표준으로 삼아, 물류를 물론 행정·복지 데이터를 연결하는 ‘황금 열쇠’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사회 전반의 효율을 높이고 있습니다.

우리도 이제 모든 건물과 출입문에 고유한 디지털 주소를 부여해야 할 때입니다.

그리고 이를 정부가 구축 중인 3차원 ‘디지털 트윈 국토’와 연결해야 합니다.

이 정밀한 디지털 지도 위에서 AI는 비로소 그 진가를 발휘할 수 있습니다. 단순히 최단 거리를 계산하는 수준을 넘어 실시간 교통상황, 날씨, 건물 출입구 특성까지 종합해 수백 개 배송지를 잇는 최적 경로를 초 단위로 재계산할 수 있습니다.

맥킨지 보고서에 따르면 이러한 AI 기반 경로 최적화는 배송 시간을 최대 20%, 연료비를 25%까지 절감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혁신은 길 위의 시간을 줄여 노동자의 삶을 지키는 ‘따뜻한 성장’이자, 물류 산업 고도화를 통해 데이터 과학자 등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자율주행 로봇과 드론 배송 시대를 앞당기는 ‘진짜성장’의 초석이 됩니다.

이는 단순히 물류 산업만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정밀한 위치 정보는 긴급구조, 스마트시티 운영 등 도시의 모든 기능을 지능화하는 핵심 기반이 됩니다. 데이터 통합이라는 혁신을 통해 고질적인 비효율을 해결하고 새로운 성장 동력을 만드는 일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입니다.

관련 부처의 긴밀한 협력으로 모두가 혜택을 누리는 미래를 서둘러 열어야 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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