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G드라이브는 중앙부처 공무원들이 문서와 보고서를 저장하는 클라우드형 공동 자료 저장소다. 그러나 대용량·저성능 스토리지 구조임에도 외부 백업 시스템이 전혀 없어, 이번 화재로 방대한 행정 데이터가 한순간에 소실됐다.
박태웅 국가AI전략위원회 공공 인공지능 전환(AX) 분과장(녹서포럼 의장)은 “보고도 믿을 수가 없다. 2025년에 이 지경으로 어처구니가 없이 일을 해왔다니”라며 “개인 PC에 저장하지 말고 G드라이브를 쓰라고 해놓고 정작 G드라이브는 백업을 안 해서 다 날려먹었다니”라고 지적했다.
IT업계 관계자들도 “2018년 이후 ‘PC 저장 금지’ 원칙은 사실상 단일 실패 지점(Single Point of Failure)을 스스로 만든 셈”이라며 “2025년에 이 같은 구시대적 관리가 이뤄졌다는 게 충격”이라고 꼬집었다.
모바일 신분증이 보여준 블록체인의 힘
반면 모바일 신분증은 달랐다. 초창기 공무원증은 대전에만 단일 노드를 두고 운영돼 화재 당시 정상 작동하지 못했지만, 국민용 모바일 신분증은 블록체인의 원리에 따라 전국 여러 지역에 분산된 노드 위에서 운영돼 정상적으로 작동했다. 다만 신규 발급 창구가 국가정보자원관리원에 집중돼 있었기에 신규 발급만 중단됐다.
김승주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공무원 모바일 신분증은 대전에만 노드가 있어 화재 당시 작동하지 못했다”며 “전 국민용 모바일 신분증은 다중 지역 노드 덕분에 화재 상황에서도 정상 운영됐고, 다만 발급 시스템은 중앙 집중화돼 있어 신규 발급은 불가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공무원증도 분산형으로 개선해 단일 실패 지점을 보완해야 한다”며 “이번 사고는 블록체인 필요성을 역설적으로 보여줬다. 향후에는 자기 주권 신원(Self-Sovereign Identity)개념을 살려 고정된 식별자를 없애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다만 전문가들은 “블록체인 = 자동 복구”라는 단순한 등식은 과장이라고 지적한다.
블록체인은 데이터를 여러 노드에 복제·분산 저장해 단일 센터 소실 시 전체 데이터가 사라질 가능성은 낮다.
그러나 모든 원본 파일을 온체인에 저장하지 않고, 보통은 분산형 파일 저장·공유 시스템(IPFS)등 분산 스토리지에 두고 블록체인에는 해시값만 기록한다.
따라서 복구가 쉽다기보다는 소실 위험을 줄이는 구조이며, 효과는 노드 수·지리적 분산 정도·운영 체계에 따라 달라진다.
즉 블록체인은 재해복구(DR) 체계의 대체제가 아니라 보완재이며, 반드시 백업·재해대응 프로세스와 결합해야 한다.

27일 밤 대전 유성구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 현장에서 소방대원들이 불에 탄 리튬이온 배터리를 소화수조로 옮기고 있다.(사진=연합뉴스)
G드라이브 전소 사태는 공공데이터 관리 체계의 허점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단일 저장소·중앙집중 구조·백업 부재라는 삼중 리스크가 한 번의 화재로 현실화된 것이다.
이제 공공 데이터 보존 전략은 “어디에 저장할 것인가”에서 “어떻게 분산해 리스크를 최소화할 것인가”로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 힘을 얻고 있다.
정부와 국회 차원에서 논의되는 ‘디지털자산 육성 기본법’, ‘블록체인 기반 공공서비스 확장안’ 역시 같은 맥락이다. 데이터가 중앙에만 쌓이는 시대는 이미 끝났다. G드라이브 화재 사태는 공공 클라우드 관리가 블록체인 분산 저장 구조로 이동해야 할 필요성을 극명하게 보여준 사건으로 기록될 것이다.
한편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2일 오전 6시 현재 전체 647개 장애 시스템 중 110개 시스템이 재가동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