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전부터 경고했는데…클라우드 이중화 ‘말뿐’

IT/과학

이데일리,

2025년 10월 03일, 오전 10:23

[이데일리 안유리 기자] 정부 산하 정책 연구기관이 이미 10년 전부터 공공 시스템의 안정적 운영을 위해 클라우드 이중화 필요성을 제언해왔던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예산 제약과 행정 절차 지연으로 실질적 이중화가 이뤄지지 못했고, 결국 최근 발생한 국가정보자원관리원 대전 본원 화재로 국가 기반 전산망이 마비되는 사태가 현실화됐다.

전문가들은 “예견된 재난이 결국 터진 것”이라며, 공공 클라우드 운영 패러다임을 근본적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국가정보자원관리원(국정자원) 화재로 정부24, 온라인 복지 서비스 등 주요 업무시스템이 중단된 9월 29일 경기 수원시 망포역 무인민원발급기에 관련 안내문이 게시돼 있다. (뉴시스)
정보통신산업진흥원(NIPA) 산하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SPRi)는 지난 2015년 3월 발간한 ‘공공 클라우드 도입 기준 수립을 위한 제언

보고서를 통해, 공공기관의 클라우드 도입 시 반드시 이중화와 백업 체계를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고서는 “안전한 위치 확보, 이중화 및 백업, 보안성 검증을 위한 정부 프로그램 마련, 사후 조치 구체화” 등을 핵심 과제로 제시하며, 이러한 안전 조치들을 법제화하고 정책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고 거듭 제언했다.

보고서는 특히 인프라형 클라우드(IaaS) 활용 시에는 사고·파산에 대비해 데이터 회수·파기가 가능하도록 이중화 설계를 필수적으로 진행하고, 주기적으로 스냅샷을 사내 백업할 것을 권고했다. 이어 “클라우드 데이터센터의 위치는 자연재해 등으로 인한 사고가 거의 없는 곳으로 물색할 필요가 있으며, 민간 퍼블릭 클라우드를 활용할 때에도 해당 사항을 확인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 보고서는 2025년 9월 공공부문 민간 클라우드 이용을 규정한 클라우드컴퓨팅법 시행을 앞두고 나왔다. 보고서의 내용이 반영돼, ‘클라우드컴퓨팅서비스 정보보호에 관한 기준’(과학기술정보통신부 고시)에 보안 요구 사항으로 ‘중요장비 이중화 및 백업체계 구축’ 여부가 담겼다.

공공 클라우드의 이중화와 안전조치 필요성은 최근 감사원 지적에서도 재차 확인됐다. 감사원은 2024년 감사 보고서에서 행정안전부가 2021년 40개 기관의 296개 업무 시스템을 공공·민간 클라우드센터로 이관했지만, 이 중 37개 기관 257개 시스템은 주센터에만 백업이 이뤄졌다고 지적하며, 재난 상황 대비를 위해 핵심 장비의 이중화가 필요하다고 권고했다.

이처럼 제언과 지적이 반복되면서 이중화와 안전조치는 기준 사항으로 명시됐으나, 예산 부족과 행정 지연으로 실제 이행은 미흡했다. 행정안전부는 지난해 이중화 예산으로 75억6,200만원을 요구했지만, 기획재정부는 이 중 61%를 삭감해 29억5,500만원만 반영했다. 이 같은 문제는 1일 열린 국정감사에서도 도마 위에 올랐다.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은 “빠른 시일 내 이중화를 완성하겠다”며 “국회에서 증액해주면 기획재정부와 협의해 예산을 확보하고, 부족하다면 예비비를 투입해서라도 필요한 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윤 장관은 액티브-액티브 방식의 경우 최대 1조원의 예산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이에 따라 평상시에는 단일 센터로 운영하다가 비상시에 전환하는 액티브-스탠바이 방식도 대안으로 거론되고 있다

추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