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탭 되살리는 카카오톡…인스타 반발과 똑 닮았다

IT/과학

이데일리,

2025년 10월 03일, 오전 10:00

[이데일리 이소현 기자] 지난 한 주 카카오톡은 ‘5000만 국민 메신저’라는 무게를 뼈저리게 실감했다. 카카오가 15년 만에 내놓은 카카오톡 대규모 개편은 기대와 달리 ‘1점 테러’ 리뷰를 불러왔고, 결국 지난달 29일 업데이트 시행 6일 만에 가장 불만이 컸던 기존 친구탭을 복원하기로 했다.

홍민택 카카오 최고제품책임자(CPO)가 23일 경기 용인시 카카오AI캠퍼스에서 열린 ‘이프(if) 카카오’ 콘퍼런스에서 발표를 하고 있다.(사진=카카오)
‘카톡 친구’는 진짜 친구가 아니었다

이용자들은 왜 이번 개편을 ‘개악’이라고 평가했을까. 답은 카카오 경영진과 이용자 인식의 괴리에서 나온다.

개발을 총괄한 홍민택 최고제품책임자(CPO)는 지난달 23일 개발자 컨퍼런스 ‘이프카카오’에서 “카카오톡 이용자는 평균 420명 이상의 친구와 연결돼 하루 427건 이상의 메시지를 주고받지만, 정작 친구들의 일상은 알기 어렵다”고 했다. 그는 “프로필을 단순히 사진과 텍스트가 아닌 관심사·취향·일상으로 입체적으로 표현할 수 있도록 바꿨다”며 이번 개편 배경을 설명했다.

하지만 카카오가 정의한 ‘친구’와 실제 이용자가 받아들이는 ‘친구’는 달랐다. 많은 이용자에게 친구탭은 단순한 ‘지인 저장소’에 불과하다. 수년 전 연락 끊긴 동창, 업무상 연결된 사람, 스쳐 지나간 인연까지 뒤섞여 있다. 여기에 오랫동안 교류 없는 이들의 소식이 바뀐 피드에 무차별적으로 노출되며 피로감이 커졌고, 친구목록 접근 절차마저 불편해지자 불만은 극대화됐다.

홍 CPO는 “팀장이나 회사 사람들에게까지 내 일상을 보여주고 싶지 않다는 우려를 반영했다”며 공개 범위를 세분화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용자들은 이를 오히려 설명서를 봐야 쓸 수 있는 앱으로 느꼈다.

정신아 카카오 대표가 23일 경기 용인시 카카오AI캠퍼스에서 열린 ‘이프(if) 카카오’ 콘퍼런스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사진=카카오)
‘공짜 메시지’ 혁신 잊지 말아야

비판은 UI 불편을 넘어 ‘정체성 훼손’으로 이어졌다. 카카오는 이번 개편을 통해 이용자 체류 시간을 20% 이상 늘리겠다는 목표를 내걸었다. 친구탭에 광고 노출 지면을 확대하고, 숏폼 콘텐츠를 통합해 수익을 다각화한다는 전략이었다.

그러나 이용자들은 이를 “메신저 본질을 버리고 SNS·광고 플랫폼으로 변질됐다”고 받아들였다. 2010년 무료 메시지 혁신으로 탄생한 ‘국민 앱’ 카카오톡이 이제는 광고 피로도와 불편함을 키운다는 아쉬움이 컸다.

해외 빅테크도 같은 실수

이런 현상은 카카오만의 문제가 아니다. 글로벌 빅테크도 비슷한 성장통을 겪었다.

대표적으로 인스타그램은 2022년 ‘숏폼’ 열풍을 몰고 온 중국 동영상 플랫폼 ‘틱톡’을 모방해 풀 스크린 영상 피드를 테스트했다가 거센 반발에 직면했다. “정체성을 잃었다”, “사진이 안 보인다”는 불만이 폭주했고, 카일리 제너·킴 카다시안 등 유명 셀럽도 “인스타그램을 다시 인스타그램답게 만들라”고 목소리를 냈다. 결국 인스타그램은 CEO가 직접 나서 개편을 철회하고 빠른 사과로 위기를 관리했다.

인스타그램, 릴스 첫 화면 배치 시범 운영(사진=메타코리아)
메타는 다시 인스타그램의 숏폼 동영상 서비스인 ‘릴스(Reels)’를 모바일 앱 홈 화면의 첫 번째 탭으로 배치하는 실험에 나섰다. 이번 테스트는 지난 2일에 한국과 인도를 대상으로 시작했으며, 2022년과 다른점이라면 이용자들에게 새로운 홈 화면 적용 여부를 선택할 수 있는 옵션을 제공한 것이다. 적용 후에도 설정을 통해 기존 화면으로 돌아갈 수 있어 이용자 선택권을 보장하고 있다.

커뮤니티 플랫폼 레딧은 새 디자인을 도입하면서도 기존 이용자를 위해 ‘옛 레딧(Old Reddit)’을 선택할 수 있는 옵션을 영구 제공했다. 자율권을 준 덕분에 충성 이용자의 이탈을 막을 수 있었다.

카카오 역시 이용자의 반발을 수용해 업데이트 일주일도 안 돼 원상복구라는 이례적 조치를 단행했지만, 경영진이 보여준 리더십은 달랐다. 인스타그램 CEO는 당시 직접 대외 메시지를 냈고, 이번엔 개편 사항에 대해 이용자에게 선택권을 줬다.

다만 카카오 경영진은 카카오톡 개편 발표 때와 달리 사내망 공지로만 카카오톡 개편과 관련해 빠르게 소통하지 못한 점에 대해 유감을 표하고 현재 상황을 설명하는 취지를 공유했다.

카카오가 15년 만에 개편한 친구탭(사진=카카오)
신뢰 회복의 시간

카카오는 친구탭을 복원하되 새 피드형 게시물은 별도 ‘소식’ 메뉴로 분리해 남기겠다고 밝혔다. 강제적 UX 변경 대신 선택 옵션으로 전환해 수익화와 사용자 경험을 함께 잡겠다는 의지다. 복원 시점은 4분기로 예정됐다. 카카오 관계자는 “친구탭 개선 계획 외에도 여러 UX, UI 개선 작업을 지속적으로 진행 중”이라며 “앞으로도 다양한 피드백을 적극적으로 경청, 반영하여 이용자들이 더욱 편리하게 카카오톡을 사용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 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람도 기업도 실수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그 실수를 어떻게 해결하느냐의 과정이다. 해외 빅테크 사례에서 보듯 빠른 인정과 진정성 있는 소통은 위기를 기회로 바꿀 수 있다. 카카오는 이번 일을 계기로 이용자의 편리와 신뢰를 회복해 ‘국민 메신저’의 무게를 다시 증명할 수 있을지 4분기가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쓰는이에 집중, 쓰기좋게 맞춤’ 카카오톡 개편 티저(사진=카카오)

추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