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M엔터테인먼트 시세조종 공모 의혹을 받는 카카오 창업자 김범수 경영쇄신위원장이 8월 29일 오후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법에서 열린 1심 결심공판에 출석하고 있다.(사진=연합)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5부(양환승 부장판사) 심리로 예정된 김 센터장의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 사건 선고는 오는 21일 오전 11시 이뤄질 예정이다.
김 센터장은 2023년 2월 SM 인수 과정에서 경쟁사인 하이브의 공개매수를 방해할 목적으로 SM 주식을 대량 매집해 주가를 조작했다는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작년 9월 첫 공판을 시작해 1년가량 재판을 이어온 결과 검찰은 지난 8월 29일 결심 공판에서 김 센터장에게 징역 15년의 중형을 구형했다. 검찰은 “피고인은 카카오 그룹의 총수이자 최종 의사 결정권자로 적법한 경쟁방법이 있음을 보고 받았음에도 지속적으로 반대하며 SM엔터테인먼트 인수를 지시했다”며 “범행 수익의 최종 귀속 주체로서 비난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밝혔다.
그러나 김 센터장을 비롯한 카카오 측에선 재판 내내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김 센터장은 지난달 결심 공판에서 최후 진술로 “카카오를 운영하면서 단 한 번도 불법적으로 사익을 보려고 어떤 일을 도모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번 사건의 쟁점인 공개매수 기간에 허용되는 장내매수 방법과 범위가 어디까지인지를 판단해 유무죄를 가릴 방침이다. 결국 이번 1심 선고는 카카오의 경영권 방어 행위를 어디까지 ‘적법한 경쟁’으로 인정할지에 대한 재판부의 판단에 달렸다.
같은 혐의를 받고 있는 카카오 법인, 홍은택 전 카카오 대표, 배재현 카카오 전 투자총괄대표, 강호중 CA협의체 사업전략팀장(전 투자전략실장),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법인, 김성수 전 카카오엔터 대표, 원아시아파트너스 등에 대한 선고도 나올 예정이다.

카카오의 SM 시세조종 재판 쟁점(표=이미나 기자)
이번 선고 결과는 카카오 그룹 전체의 불확실성을 해소하는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검찰이 카카오 법인에도 벌금형을 구형한만큼, 1심에서 벌금형 이상이 선고되면 카카오는 카카오뱅크의 대주주 적격성 상실 문제에 직면할 수 있다. 카카오는 카카오뱅크의 지분을 27.16% 보유한 대주주다. 현행 은행법상 금융회사의 대주주가 ‘금융관련 법령 위반으로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은 경우’에는 일정 기간 동안 대주주 자격을 상실한다. 이에 금융당국의 명령에 따라 카카오뱅크 보유 지분(10% 초과분)을 매각해야 할 가능성이 있다.
또 김 센터장의 사법 리스크가 장기화되면서 주력 신사업으로 추진 중인 스테이블코인 등 인허가에도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카카오는 스테이블코인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한 가운데 정신아 카카오 대표를 비롯해 신원근 카카오페이(377300)대표, 윤호영 카카오뱅크 대표가 공동 TF장을 맡고 있다.

정신아 카카오 대표(사진=카카오)
반면 무죄 선고 시 김 센터장의 사법 리스크가 해소되며 카카오는 경영 불확실성을 털어내고 미래 성장 동력 확보에 집중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다만 김 센터장이 암 진단으로 최근까지 8번의 항암 치료를 진행하는 등 건강 문제로 인해 경영 일선 복귀는 요원하다. 앞서 그는 지난 3월 암 치료를 위해 카카오그룹의 최고 의사결정 기구인 CA협의체 공동 의장직에서 물러나 수술 및 입원 등 치료에 집중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밝혔고, 이후 암이 재발해 지난 7월께 재수술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결심 공판에 출석한 김 센터장은 수척해진 모습이었다.
카카오는 현재 정신아 대표를 중심으로 비핵심 계열사를 정리해 그룹 내 계열사를 연내 80여개로 축소하는 등 강도 높은 경영 쇄신을 이어간다는 계획인 만큼, 사법 리스크 해소는 이 같은 ‘선택과 집중’ 전략의 성공 여부를 결정짓는 발판이 될 전망이다.
앞서 정 대표는 지난 13일 취임 이후 두번째 주주서한을 통해 “취임 직후 132개였던 계열사를 1년 반 만에 99개로 줄였고, 연말까지 80여개로 축소할 계획”이라며 “AI 시대에 핵심에 집중하기 위한 전략적 방향성이며, 사회적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카카오의 의지를 담은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