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PU 26만 장 시대…NPU와 병행 육성 필수

IT/과학

이데일리,

2025년 11월 02일, 오후 07:07

[이데일리 김현아 기자] 한국이 2030년까지 엔비디아 GPU 26만 장을 단계적으로 도입하기로 하면서, 국내 AI 전략의 중심축이 ‘연산 자원 확보’에서 ‘피지컬 AI(로봇·모빌리티·스마트팩토리)’ 실현으로 옮겨가고 있다.

세계 3위 GPU 보유국으로 도약하게 됐지만, 동시에 국산 NPU(인공지능 전용 반도체)의 성장 기반이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GPU와 NPU의 투트랙 병행 육성 없이는 한국 AI 자립은 반쪽짜리에 그칠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AI 업계 환영…피지컬 AI 선도 위한 ‘시드 투자’

국내 AI 업계는 이번 결정을 환영하며 “피지컬 AI 시대의 승부수를 위한 기반이 마련됐다”고 평가한다. 현재 국내 가동 중인 GPU는 4만 장 수준에 불과해, 기업과 대학·연구기관 모두 학습 자원 부족에 시달려왔다. 엔비디아 최신 GPU는 글로벌 수요 급증으로 확보가 어려웠던 만큼, 이번 대규모 도입은 산업계의 오랜 숙원 해결로 받아들여진다.

GPU는 내년부터 순차적으로 공급돼 총 30만 장 규모로 확대된다. 이 중 5만 장은 정부가 조달해 국가AI컴퓨팅센터에 투입하고, 대학·스타트업 등에 개방형 클라우드 형태로 제공된다. 나머지 25만 장은 민간이 직접 구매한다.

네이버(6만 장), SK·삼성·현대차(각 5만 장)가 주요 확보 기업으로, 네이버와 SK는 ‘GPU as a Service’ 사업을 강화하고, 삼성·SK는 반도체·데이터센터 AI 역량 확충에 집중한다. 현대차는 로봇·모빌리티 분야에서 GPU를 적극 투입할 계획이다.

이로써 한국은 미국(약 2000만 장), 중국(약 150만 장)에 이어 세계 3위 GPU 보유국으로 올라서게 된다. 하정우 대통령비서실 AI미래기획수석은 “GPU 확충은 국내 AI 생태계를 글로벌 수준으로 끌어올릴 시드 투자”라고 말했다. 조준희 한국인공지능·소프트웨어산업협회장은 “정부와 대기업이 원팀으로 글로벌 협력 모델을 만든 상징적 사례”라고 평가했다.

토종 NPU 기업엔 ‘양날의 검’…“투트랙 전략 절실”

반면 이번 결정은 국가AI컴퓨팅센터의 ‘2030년까지 국산 AI칩(NPU) 50% 의무 사용’ 조항 폐지와 맞물리며, 리벨리온·퓨리오사AI 등 토종 NPU 기업의 성장 여력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지난 5월 국가AI컴퓨팅센터에 엔비디아 GPU 1만 장을 도입할 때도 특정 기업 의존도를 줄이자는 의견이 많았다”며 “이번에 NPU 의무 비율까지 사라지면, 국내 NPU 기업들은 해외 시장 진출이나 인수합병(M&A)을 통해 돌파구를 찾아야 할 것”이라고 걱정했다.

이에 대해 하정우 수석은 “거대언어모델(LLM)뿐 아니라 로봇·모빌리티 등 피지컬 AI를 위한 파운데이션 모델 학습에는 막대한 연산 자원이 필요하다”며 “GPU 확보는 현 단계에서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5~10년 뒤를 내다보면 국산 NPU 내재화 역량을 키우는 것은 필수 과제”라며 “GPU로 대규모 모델을 학습하고, 실제 산업 현장과 로봇·자동차 운영 단계에서는 저전력·고효율 NPU가 중심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결국 이번 GPU 대규모 도입은 피지컬 AI 학습 인프라를 위한 ‘시드 투자’이자, 국산 NPU를 인퍼런스(추론)·엣지·공공조달 중심으로 육성하는 투트랙 전략의 신호탄으로 해석된다.

국산 NPU, 글로벌 무대서 존재감 확대

국내 NPU 기업들도 글로벌 AI 생태계 속에서 점차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리벨리온은 APEC 경제전시관과 사우디 아람코의 ‘테크쉬프트(TechShift)’ 행사에 잇따라 참여하며, 한국을 넘어 ‘아시아 AI 허브’ 시장을 겨냥한 행보를 보였다. 자사의 추론 특화 NPU를 의료 AI 기업 루닛의 암 진단 알고리즘과 결합해 의료 버티컬 AI 상용화를 앞당긴다는 계획이다.

퓨리오사AI는 뤼튼테크놀로지스, LG AI연구원, 와이즈넛 등과 협력해 AI 반도체 생태계 확장에 나섰고, 딥엑스는 중국 바이두의 AI 프레임워크 생태계 내 20여 고객사에 ‘DX-M1’을 공급하며 해외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인텔리빅스는 모빌린트의 국산 AI 반도체를 활용해 ‘산불 조기경보 시스템’을 구현, 공공 안전 분야에서의 응용 가능성을 입증했다.

업계는 “GPU 의존이 심화될수록 NPU 병행 육성의 중요성은 커진다”며 “정부와 민간이 균형 잡힌 생태계를 구축해야 진정한 AI 자립이 가능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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