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범 2년 차 카카오 CA협의체, AI 시대 '옥상옥' 논란

IT/과학

이데일리,

2025년 11월 17일, 오전 11:21

[이데일리 이소현 기자] 카카오(035720) 그룹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고 있는 ‘CA(Corporate Alignment) 협의체’가 출범 2주년을 앞두고, 내부 조직과 계열사들 사이에서 ‘옥상옥’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SK수펙스(SUPEX)추구협의회를 벤치마킹해 계열사 간 전략 정렬과 의사결정 효율화를 목표로 출범했지만, 법적 근거가 모호한 독립기구가 지나치게 비대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때문에 인공지능(AI) 중심으로 조직을 재편하려는 카카오의 쇄신 방향과도 충돌한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카카오 CA 협의체(표=김정훈 기자)]
200여명 조직 비대화와 본체 기능 중복

16일 IT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2월 출범한 카카오 그룹의 CA협의체는 대표·비서·인사·재무·법무·홍보·대관 등 그룹 핵심 기능 전반을 아우르며 현재 150여 명 규모(TF 포함)로 확대된 것으로 알려졌다.

법적 근거가 없는 ‘독립기구’임에도 카카오 본사와 계열사들의 인사·재무·홍보 조직을 사실상 이중으로 운영해 비용 증가와 경영 효율성 저하를 초래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협의체 임원 대부분은 카카오 또는 모빌리티·게임즈·페이 등 주요 계열사 소속이거나 겸직 형태로 활동하고 있다. 특히 카카오는 전체 임원 중 상당수가 협의체에 연결 돼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카카오의 3분기 보고서 기준 등기임원 8명 중 3명(38%), 미등기임원 53명 중 18명(34%)이 협의체에서 직책을 맡고 있다.

주총 미승인 총괄의 인사권 행사에 내부 반발

CA협의체는 출범 당시 5개 위원회로 시작했으나, 김범수 창업자의 건강 문제 등으로 경영쇄신위원회가 해체되면서 현재는 전략·브랜드커뮤니케이션·ESG·책임경영 등 4개 위원회 체제로 재편됐다.

문제로 지적되는 부분은 협의체의 실권 구조다. 김범수 창업자의 비서 출신인 한 미등기 임원이 ‘CA협의체 총괄’ 직함을 갖고 인사 전반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내부에서는 사실상 ‘총괄대표’로 불리지만, 주주총회나 이사회 승인 없이 인사권을 행사하는 비선 조직이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한 협의체 관계자는 “CA협의체가 카카오 상급 임원 중심으로 구성돼 카카오뿐 아니라 계열사 인사 전반에도 영향력을 미치는 구조가 됐다”고 전했다.

또 다른 카카오 고위 임원은 “카카오 대표이사의 주요 스텝 조직이 협의체와 겸직되는 경우가 적지 않고, 실제로는 대표이사가 협의체 총괄의 지시를 따르는 모습이 관찰된다”며 “이 같은 권한 역전은 기업 지배구조의 정상적 작동 원리를 벗어난 것”이라고 지적했다.

카카오 CA협의체, AI 전환기 속 ‘옥상옥’ 논란…재정비 요구 확산

CA협의체는 최근 그룹 첫 전 직군 공개채용을 진행하고, 국내 4대 과학기술원과 500억원 규모의 AI 투자 협력을 이끌며 존재감을 드러냈다. 계열사 간 이해관계를 조율하고 컨센서스를 형성한 결과로 평가된다.

그러나 이러한 긍정적 성과와 별개로, 조직의 불투명성과 인사 갈등은 인력 이탈로 이어지고 있다.

특히 카카오가 AI 중심 사업구조로 재편하는 과정에서 비핵심 계열사를 정리하고 있는 상황을 고려하면, 현행 CA협의체는 의사결정 비효율을 초래하는 ‘옥상옥’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카카오 내부에서는 CA협의체를 주주총회에서 선임된 대표이사를 중심으로 재정비해야 한다는 요구가 힘을 얻고 있다. 한 고위 관계자는 “그룹 공동이익을 위한 협의체는 필요하지만, 카카오와 회계적으로 분리된 독립 조직으로 운영돼야 한다”며 “위원장·총괄의 위상, 권한, 책임 범위를 명확히 규정하고 주주·계열사에 대한 보고 의무를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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