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상적으로 오너나 경영진의 증여는 주가가 저점이라는 내부 판단을 반영하는 것으로 해석돼 호재로 인식된다. 앞서 에이비엘바이오(298380), 삼천당제약(000250)의 증여 이후 주가 흐름을 봐도 긍정적 신호로 읽힌다는 게 바이오업계의 반응이다. 단 증여만으로 주가 상승을 예단하는 것은 무리라는 지적도 제기됐다.
◇락업 해제 직후 매각 대신 증여 선택…"절세 위한 결정"
김주희 인벤티지랩 대표 (사진=인벤티지랩)
경영진이 락업 해제 직후 현금화(매각)가 아닌 증여를 나란히 선택했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일반적으로 가족 증여는 현재 주가가 낮다고 판단할 때 이뤄진다. 증여세는 증여 당시 시가를 기준으로 산정되기 때문에 주가가 낮아야 면세 효과가 크기 때문이다.
인벤티지랩 관계자는 "증여에 특별한 배경이 있는 것은 아니고 세제상 혜택을 받기 위한 결정으로 보인다"고 언급했다.
주식시장에서는 이를 호재로 인식하는 분위기가 읽힌다. 지난 2일 주가가 전일 대비 4900원(7.47%) 오른 데 이어 3일 7800원(11.06%), 4일 1만8900원(24.14%) 급등했다. 지난 1일 6만5600원이었던 주가가 4일 9만7200원으로 3일 만에 48.17% 오른 셈이다.
주가 상승에 힘입어 인벤티지랩의 시가총액은 지난 3일 9685억원까지 오르며 1조원대 시가총액을 넘보다 4일 1조2023억원으로 시총 1조원대의 벽을 뚫었다.
바이오업계에서도 이를 두고 내부자들이 기업가치가 저평가됐다고 판단하고 있으며 기업가치 성장에 대한 자신감이 뒷받침됐을 것으로 보고 있다.
바이오업계 관계자는 "임원이 동시에 가족 증여를 결정했다는 것은 향후 기업가치 상승에 대한 자신감이 공유되고 있다는 의미로 읽힌다"며 "증여만으로 주가 상승을 보장할 수는 없지만 일단 긍정적 신호로 보일 여지는 충분하다"고 평했다.
◇ 앞서 증여 결정한 바이오기업들의 주가 흐름은?
실제로 국내 바이오업계에서 오너나 대표이사의 가족 증여 이후 주가가 상승한 사례는 드물지 않다. 올해만 해도 에이비엘바이오(298380), 삼천당제약(000250)이 증여 결정 이후 주가가 올랐다. 주식시장에서 '증여는 내부자의 주가 바닥 판단에 따른 것'이라는 해석이 따라붙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래픽=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에이비엘바이오는 2개월 만인 4월 7일 GSK에 4조1000억원 규모의 기술이전 계약 체결 소식을 알렸다. 이날 에이비엘바이오의 주가는 4만4250원으로 상한가를 기록하고 다음날 15.25% 급등해 5만1000원까지 올랐다. 증여 공시 당시 주가(3만9450원)보다 주가가 29.3% 상승한 셈이다. 이후 1개월간 상승세를 보이며 연초 1조5040억원대였던 시총은 3조원대로 올라섰다.
그뿐만 아니라 지난달 12일 릴리와 3조8000억원 규모 빅딜을 성사시키며 에이비엘바이오의 주가는 이틀 연속 상한가를 기록하며 16만3500원으로 뛰었다. 에이비엘바이오의 시총은 지난달 28일 10조원대를 돌파했으며, 주가는 4일 20만1000원에 장을 마치며 20만원대를 기록했다. 현 주가는 증여 당시 대비 409.5% 증가한 것이다.
삼천당제약도 지난 6월 24일 윤대인 회장이 보유 지분 전량을 장녀인 윤은화 씨와 사위인 전인석 삼천당제약 대표에게 절반씩 증여하겠다는 계획을 공시했다. 증여 계획을 공시하기 전날(6월 23일) 삼천당제약의 주가는 16만6400원이었다.
증여를 완료한 지난 7월 24일 주가는 22만5500원으로 35.52% 올랐다. 이후 삼천당제약은 상승세를 보이며 지난 9월 23일 장 중 한 때 26만8500원으로 최고가를 기록하기도 했다. 이는 증여 공시 전날 주가 대비 61.36% 오른 수치다. 최근 주가는 22만원대로 형성돼 있다.
◇ "증여=상승 공식은 없다"…신중론도 팽팽
반면 증여가 반드시 주가 상승을 담보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에서 주의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바이오업계 관계자는 "증여가 주가 침체기에 있을 때 실행되는 경우가 많지만 증여가 기업가치에 변동을 주는 이벤트는 아니다"며 "주식 증여가 반드시 주가 상승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에서 투자자들이 신중하게 판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올해 경보제약(214390)과 환인제약(016580) 등도 오너 일가가 증여를 실시했다. 하지만 10%대 반등에 그쳐 시장 평균 범위 수준의 주가 변동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증여는 기업 실적과 무관하며 모멘텀을 대체할 수 없다는 점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이장한 종근당(185750) 회장은 지난 7월 31일 경보제약 지분 전량을 자녀들에게 증여하겠다고 공시했다. 이 회장은 9월 30일 주식 35만7503주와 12만1860주를 각각 장남 이주원 씨, 차녀 이주아 씨에게 넘겼다. 증여 공시 전일 5150원이었던 주가는 증여를 완료한 30일 5880원으로 14.17% 올랐다. 10월 2일 장 중 한 때 6750원(31.07% 상승)까지 올랐으나 4일 기준 6070원선(17.86% 상승)으로 내려앉은 상태다.
이광식 환인제약 대표이사 회장은 지난 9월 29일 지분의 절반인 186만주(지분율 10%)를 10월 30일 장남 이원범 대표이사 사장에게 증여하겠다고 공시했다. 증여 완료 뒤 이원범 사장은 환인제약의 최대주주(지분율 13.27%)로 올라서며 오너 2세 경영체제로 전환했다. 승계 작업이 사실상 마무리된 셈이다.
환인제약의 주가는 증여 결정 공시 전거래일인 9월 26일 1만580원에서 10월 30일 1만1340원으로 7.18% 올랐다. 4일 현재 주가는 1만1580원으로 증여 결정 공시 직전보다 9.45% 상승했다.
바이오업계 관계자는 "임원진의 주식 증여는 향후 긍정적인 이슈가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줄 수 있다"며 "증여 후 얼마 안 돼 정말로 좋은 이슈가 생기면 내부자 정보 거래 의혹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가장 안전한 증여 시점은 향후에도 별다른 변화가 없을 것으로 예상될 때"라고 말했다.
또 다른 바이오업계 관계자는 "증여를 주가 저점 시그널로 활용하려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며 "드물겠지만 헬릭스미스(084990)처럼 증여를 악용한 사례도 있지 않나"라고 우려했다. 김선영 헬릭스미스 대표는 두 차례나 장남인 김홍근 씨에게 증여하겠다고 결정했다가 이를 번복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