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LP-1, 치매藥 효과 ‘분분’…디앤디파마텍에 쏠린 눈

IT/과학

이데일리,

2025년 12월 12일, 오전 08:31

[이데일리 나은경 기자] 만병통치약으로 여겨졌던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GLP)-1 제제의 입지가 흔들리고 있다.

GLP-1 제제를 알츠하이머 치매 치료제로 개발하던 노보 노디스크가 임상 3상에서 실패에 직면했기 때문이다. 국내에서는 디앤디파마텍(347850)이 GLP-1 제제로 알츠하이머 치매 치료제를 개발 중이었기 때문에 노보 노디스크의 임상 실패가 디앤디파마텍에 영향을 미칠 지 주목된다.

*디앤디파마텍이 개발 중인 GLP-1 관련 신약후보물질 개발 현황 (자료=디앤디파마텍 홈페이지 갈무리)






GLP-1, 아밀로이드 베타 치료제와 병용 가능성 제기




노보 노디스크는 초기 단계의 알츠하이머 치매 환자를 대상으로 경구용 세마글루타이드(주사제 제품명 ‘위고비’, ‘오젬픽’)의 안전성 및 유효성을 평가한 EVOKE와 EVOKE+의 임상 3상 톱라인 결과가 통계적 유의성 입증에 실패했다고 지난달 24일(덴마크 현지시간) 밝혔다.

다만 바이오업계에서는 EVOKE 임상이 생체흡수율이 현저히 낮은 경구약으로 진행했다는 것과 GLP-1의 신경보호 효과는 확인됐음을 들어 GLP-1 제제의 알츠하이머 치매 치료제로서의 가능성 자체가 부정된 것은 아니라는 해석도 나온다. 치매를 비롯한 퇴행성 뇌질환은 다양한 원인으로 발병하는데 신경염증 역시 그중 하나라는 것이다.

최근 네이처에 게재된 논문(Liraglutide in mild to moderate Alzheimer’s disease: a phase 2b clinical trial)에서는 당뇨병 없는 경증–중등도 알츠하이머 치매 환자 204명에게 리라글루타이드나 위약을 주사한 결과 신경보호 효과를 보여줬다고 밝히고 있다.

이는 장기적으로 병의 진행 속도를 늦출 가능성이 있음을 보여준 연구로 여겨진다. 비록 임상 규모가 작아 추가적인 장기 연구가 필요하다고 언급돼 있으나 향후 아밀로이드 베타 응집을 억제하는 기전의 치료제와 GLP-1 제제의 병용 가능성이 제기된다.



◇ 디앤디파마텍 "회사 가치서 NLY01·NLY02 비중은 '0'"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진 지난달 25일 국내 신약개발회사 디앤디파마텍(347850)이 EVOKE의 유탄을 맞았다. 디앤디파마텍의 주가가 전거래일 대비 8.82% 하락한 것이다.

같은 날 5.58% 하락에 그친 노보 노디스크보다 큰 하락폭이어서 시장의 눈길을 끌었다. 디앤디파마텍 역시 파킨슨병·알츠하이머 치매 치료제로 개발 중인 GLP-1 제제가 있어 이에 대한 우려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디앤디파마텍은 현재 회사의 자산은 대사질환을 타깃으로 한 GLP-1 제제에 집중돼 있으므로 이로 인한 우려는 기우라고 설명했다.



디앤디파마텍 역시 신경염증 억제 기전을 가진 GLP-1 제제 NLY01을 알츠하이머 치매 및 파킨슨병 치료제로 개발해왔다. 임상 2상에서 통계적 유의성을 확보하지 못했지만 서브그룹 분석을 통해 염증 반응이 활발한 60세 미만의 젊은 파킨슨병 환자들에게서는 질병 조절 효과를 확인했다. 현재 NLY01은 미국 존스홉킨스 의과대학으로부터 다발성 경화증 2상 연구자 주도 임상을 진행하고 있다.

디앤디파마텍 관계자는 “젊은 파킨슨병 환자를 대상으로 NLY01의 질병 조절 효과를 확인했지만 이를 3상으로 확대해 진행하려면 1000억원 이상의 자금이 필요하다”며 “현재는 대사성 질환 치료제 개발에 회사의 자원을 집중하고 있고 NLY01에 회사의 자체적인 자금을 투입해 파킨슨병이나 알츠하이머 치매 치료제로 개발할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존스홉킨스에서 진행 중인 연구자 임상이 성공해 기술이전 가능성이 커진다면 그때는 딜을 적극 추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NLY01이 현재 회사의 가치에서 차지하는 부분도 거의 없다고 봤다. 디앤디파마텍 관계자는 “EVOKE 임상 실패 발표 후 디앤디파마텍의 주가도 하락했지만 이는 수급에 다른 조정이 미친 영향이 더 크다고 본다”며 “물론 EVOKE 임상이 성공했다면 좋았겠지만 디앤디파마텍은 NLY01에 추가적으로 자금 집행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또 "존스홉킨스에서 진행 중인 임상에서도 NLY01 임상 시약을 제공하는 것 외 추가 비용은 부담하지 않고 있어 기업가치에서 NLY01이 차지하는 비중은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디앤디파마텍이 보유한 자산 중 NLY01 외 퇴행성 뇌질환 치료제로 개발 중인 물질은 NLY02도 있다. 디앤디파마텍은 홈페이지를 통해 현재 NLY02이 1상 임상시험계획(IND 준비 단계(IND-Inabling)라고 밝히고 있다.

NLY02란 경구용 저분자화합물로 신경염증을 조절할 수 있는 타깃인 RIP2 카이네이즈(RIP2K)의 활성을 억제함으로서 퇴행성 뇌질환 진행을 효과적으로 조절하는 기전을 말한다.

디앤디파마텍 관계자는 “NLY02 역시 NLY01과 마찬가지로 신경염증을 억제해 뇌신경 세포를 보호하는 기전”이라며 “RIP2K는 신규 타깃이기 때문에 현재는 초기 연구 단계로 동물실험에서 가능성을 확인한 수준이다. 지금은 일단 MASH나 비만·당뇨 치료제 등을 타깃한 GLP-1 제제에 회사의 자원이 집중돼 있어 주력 파이프라인은 아니나 추후 파트너링 등 다양한 사업화 계획은 갖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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