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화진 칼럼] 머스크의 경쟁자는 머스크?

IT/과학

뉴스1,

2025년 12월 12일, 오후 02:00


구글 공동창업자 에릭 슈밋은 지난 2일 하버드대 정책대학원 토론회에서 4년 내로 인공지능(AI)이 완성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완성된다고 함은 AI가 스스로 학습할 능력을 갖춘다는 뜻이다. 그래서 슈밋은 AI의 자율학습 능력 통제가 필수적이라고 경고했다.

AI가 통제 가능하고, 우리가 걱정하는 것과 달리 유익하게만 활용된다면 AI가 지속돼야 할 텐데, 문제는 AI가 잡아먹는다는 전기다. AI 데이터센터는 엄청난 전기 에너지를 소비한다. 그중 40%가 컴퓨팅과 서버 운용에 사용되고 39%가 냉각 시스템에 쓰인다.

소형모듈원자로(SMR) 건설이 해법으로 거론되지만, 시간이 오래 걸릴 것이고 원자로가 안고 있는 문제는 그대로 있다. SMR은 안전성 우려 때문에 제작 기준이 통상적인 원자력발전소보다 더 엄격하다. 현재 미국에는 단 한 기도 없고 이웃 캐나다가 시작했다. SMR 건설 인가에는 최소 12년이 소요된다고 한다.

머스크의 스페이스X는 화성에 가서 사람들이 살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는 것이 목표지만 우선은 자금 마련을 위해 저궤도 위성들을 올려 인터넷 서비스를 한다. 스타링크다. 남의 위성을 올려주는 사업도 한다. 그 기술을 써서 궤도에 데이터센터를 올리면 어떨까. 컴퓨팅과 서버 운용은 어떻게 할지 몰라도 일단 냉각수 문제는 해결된다. 우주 공간은 영하 270도다.

전력 문제 해결에는 헬륨3가 대안이다. 문제는 헬륨3가 희귀광물이어서 1톤에 30억 달러, 즉 1g에 3000달러 정도로 비싸다. 그런데 헬륨3가 많이 있는 곳이 있다. 달이다. 벌써 달에 있는 헬륨3 채굴을 위해 회사가 하나 세워졌고 투자 유치 중이다.

스페이스X의 올해 매출은 150억 달러 정도로 예상되고 있는데, 내년에는 200억 달러로 늘어날 것이라 한다. 그리고 스페이스X는 기업공개를 준비 중이다. 약 300억 달러를 조달한다는 계획으로 내년 중 IPO가 성공하면 약 1조 5000억 달러(2200조 원) 정도의 기업가치로, 단숨에 시가총액 글로벌 10대 기업 안에 들게 된다. 지금까지 IPO로 1조 달러 이상의 기업가치를 달성한 기업은 2019년에 기업을 공개한 사우디아라비아의 아람코(290억 달러)가 유일하다. 다른 테크기업들도 마음이 바빠져서 오픈AI도 상장을 생각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스페이스X는 신규 자금을 우주 데이터센터 건설에 사용할 계획을 갖고 있다. 원래 머스크는 기술혁신에 방해가 되는 투자자들의 간섭을 받기 싫어서 기업공개를 피해 왔는데 스타링크가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달성하면서 생각이 달라진 것 같다. 외부 투자를 받기 시작하면 기술 개발이 더 빨라질 수 있다는 유혹이 있다. 헬륨3 채굴에 필요한 달 기지까지 추가한다면 IPO 플랜이 달라질 것이다.

인류가 필요로 하는 연산의 총량이 급격히 늘어나 지구라는 인프라가 감당할 수 없게 되면 탈출구는 달과 화성밖에 없다. 지구 최대 규모 데이터센터인 xAI 데이터센터가 1.1GW급이라 하고 향후 100GW, 나아가 100TW로까지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고 한다. 일본 전체의 2025년 여름 피크치가 159.2GW였다. IAEA는 2030년 데이터센터 전체 전력사용량이 수백GW가 될 것으로 본다.

이 수요를 궤도에서 다 감당할 수가 없다. 너무 비용이 높다. 100GW를 위해서는 최소 100만 기의 위성이 궤도에 올라가야 한다. 현재 스타링크 위성 수가 9000대다. 스페이스X는 매년 2000기 안팎을 올릴 수 있는 정도다. 달에서 위성을 제작해서 지구 궤도에 보내면 중력 때문에 발생하는 비용이 현저히 낮아진다.

아르테미스 프로젝트는 미국의 나사가 달에 우주기지를 구축한다는 것이다. 2027년에 스페이스X의 스타십이 달에 내리게 된다. 그리 멀지 않다. 데이터센터를 포함한 기지 건설 자재와 로봇이 당연히 실리게 될 것이다.

머스크의 예상 내지 목표는 인류가 풍족하면서도 지금보다 덜 힘들게, 따라서 덜 싸우는 것이라고 한다. 덜 일 해도 되면 가능해질 것이고 AI의 도움이 필수다. 그러나 AI는 전기를 먹고 지구는 전기가 부족하다. 다시 답은 달과 우주에 있다.

최근에 알려진 테슬라의 머스크 보상패키지는 시총 8조 5000억 달러를 달성하면 거의 1조 달러를 주식으로 받는다는 것인데 조건은 재직 중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스페이스X가 공개되고 그 경영만 맡게 될 때를 대비한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금융계에서는 만일 스페이스X 공개가 성공한다면 머스크가 테슬라와 스페이스X 간 양자택일을 해야 할 것으로 본다. 아무도 시총 1조 달러가 넘는 두 기업을 동시에 경영할 수 없다는 것이다.

김화진 미시간대학교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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