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지웅 한국인공지능클라우드산업협회장(kt클라우드 대표)은 최근 서울 서초구 JW메리어트 호텔에서 열린 ‘클라우드 人(인)의 밤’ 행사에서 이데일리와 만나 국내 클라우드 산업이 글로벌 AI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현행 규제 패러다임을 ‘네거티브’ 방식으로 완전히 전환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최지웅 한국인공지능클라우드산업협회장이 지난 18일 서울 서초구 JW메리어트 호텔에서 열린 ‘클라우드인의 밤’ 행사에서 발표하고 있다 (사진=윤정훈 기자)
최 회장은 현재 민간 중심의 클라우드 보안인증(CSAP)과 국가정보원의 국가망보안체계(N2SF) 등이 혼재된 상황을 지적하며, 기업들이 중복 규제로 인해 막대한 비용과 시간을 낭비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현재 국내는 ‘허용된 것 외에는 모두 금지’하는 포지티브 규제 체계를 따르고 있다. 최 회장은 “정부가 무조건 막아놓고 ‘이것만 해줄게’라는 식으로 가다 보니 산업 현장의 탄력성이 없다”며 “금지 사항만 명시하고 나머지는 자유롭게 허용하는 네거티브 규제로 가야 민간 인프라의 강점이 공공에 이식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 현장에서는 클라우드 서비스가 공공에 공급되려면 국정원의 보안성 검토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CSAP를 모두 거쳐야 하는 ‘이중 규제’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이에 정부도 내년부터 CSAP 없이도 공공에 서비스를 공급할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을 준비 중이지만, 산업계는 보다 근본적인 ‘민간 중심 거버넌스’ 확립을 요구하고 있다.
특히 클라우드 업계는 지난 9월 발생한 국가정보자원관리원(국정자원) 대전센터 화재 사태를 계기로 공공기관의 민간 클라우드 ‘의무화’를 주장한다. 당시 700여 개 정부 시스템이 멈춰 선 초유의 사태는 중앙집중형 구조의 한계를 여실히 드러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클라우드업계 관계자는 “정작 정부 시설은 재난에 무방비였으면서 민간에는 엄격한 잣대만 들이대고 있다”며 “공공 인프라의 복원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민간 클라우드의 ‘상’ 등급(국가 안보·외교 등 중요 시스템) 시장을 선제적으로 개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CSAP 상 등급 인증을 획득한 민간 사업자가 전무한 상황에서, 규제의 벽을 낮춰 민간의 고성능 인프라와 재해복구(DR) 시스템을 공공이 적극 활용해야 한다는 뜻이다.
◇제자리걸음 클라우드법...예산 축소 악순환
업계는 이같은 혼선을 막기 위해 10년간 방치돼 온 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클라우드법은 지난 2015년 9월 시행된 지 10년이 지났지만 그간 실질적 개정은 단 한차례에 그쳤다.
현재 클라우드법과 전자정부법 내 공공부문 민간 클라우드 도입 규정은 선언적인 ‘가능성’만 열어둔 수준이다. 각 부처의 하위 규정이 제대로 완비되지 않은 데다, 규정 간 연계 체계마저 불분명하다 보니 민간 사업자는 물론 클라우드를 도입하려는 공공부문 담당자들조차 제도적 불확실성 앞에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이같은 모호한 가이드라인은 공공부문의 민간 클라우드 도입 프로젝트를 지연시키고, 사업 추진 속도가 더뎌지면서 관련 예산까지 축소되는 악순환으로 이어지고 있다. 정부는 2030년까지 공공 시스템의 90%를 클라우드로 전환하겠다는 목표를 세웠지만, 현재 전환율은 45% 수준에 그친다. 더불어 행정안전부의 2026년 클라우드 관련 예산은 전년 대비 10% 삭감된 652억원으로 편성됐다.
최 회장은 2027년 클라우드 부문의 정부 예산 확보에도 힘쓸 전망이다. 최 회장은 “2026년 대한민국이 AI 3강(G3)으로 도약하려면 GPU 인프라와 데이터, 클라우드가 융합돼야 한다”며 “예산 확보를 위해서도 뛸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협회는 명칭을 ‘한국인공지능클라우드산업협회(KACI)’로 변경하고 재출범을 선언했다.
최 회장은 “AI와 데이터, 인프라의 유기적 융합 없이는 글로벌 경쟁에서 낙오할 수밖에 없다”며 “협회가 민·관·산·학·연을 잇는 컨트롤타워가 되어 실효성 있는 거버넌스 체계를 구축하는 데 앞장서겠다”고 밝혔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이해민 조국혁신당 의원과 최형두 국민의힘 의원 등도 “현장의 목소리가 예산과 입법에 반영될 수 있도록 국회가 힘을 모으겠다”며 화답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