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가 23일 서울 성수동 앤더슨씨에서 ‘넷플릭스 인사이트’를 개최했다. (왼쪽부터) 김태훈 팝 칼럼니스트, 김숙영 UCLA 연극·공연학과 교수, 국립박물관문화재단 상품유통전략팀 이승은 차장,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 이상윤 한류 PM이 패널로 참여해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사진=넷플릭스)
23일 서울 성수동 앤더슨씨에서 개최된 ‘넷플릭스 인사이트’ 행사는 K-컬처 트렌드가 한국과 글로벌 산업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발표가 진행됐다.
이날 발제자로 나선 김숙영 UCLA 교수는 “케데헌, BTS 등 K-컬처는 이제 미국 MZ세대의 일상적인 ‘루틴’으로 정착했다”며 “힘이 있는 한국문화가 온라인 소비 시대에 넷플릭스라는 확성기를 통해 대세로 가고 있다”고 진단했다.
유고브(YouGov) 조사에 따르면 미국 내 최다 스트리밍 한국 드라마 상위 20편이 모두 넷플릭스 콘텐츠였다. 상위 5개 드라마는 오징어게임, 케이팝데몬헌터스, 더글로리, 지금우리학교는 킹덤, 스위트홈 등 순이다.
김 교수는 이를 “불확실한 환경에서 자란 MZ세대의 합리적이고 개방적인 소비 특성이 온라인 플랫폼과 결합해 나타난 구조적 변화”라며 “라디오에선 K팝이 들리고, K팝 커버댄스가 유행하는 등 이제 K-컬처는 메이저 컬처가 됐다”고 분석했다.
◇‘뮷즈(MU:DS)’ 신드롬…연말까지 400억 매출 기대
이러한 문화적 영향력은 수치로 드러난다.
국립박물관문화재단에 따르면, 지난 10월 국립중앙박물관 누적 관람객은 사상 처음으로 500만 명을 돌파했다. 특히 박물관 굿즈 브랜드 ‘뮷즈(MU:DS)’의 매출은 전년 대비 85% 급증한 306억 원을 기록했다. 올 연말까지 400억원 돌파가 점쳐진다.
이승은 국립박물관문화재단 차장은 “넷플릭스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 공개 직후인 7월, 뮷즈 매출이 전월 대비 두 배로 뛰었다”며 “콘텐츠 속 유물을 보러 온 이들이 굿즈 구매로 이어지는 선순환이 일어났다”고 설명했다.
이는 단순히 물건을 파는 것이 아니라, 한국 고유의 ‘스토리’를 현대적으로 재맥락화해 프리미엄 가치를 창출한 결과다.
국립박물관은 내년 2월 밀라노 동계올림픽에서 뮷즈를 소개하고, 도쿄 박물관, 프랑스 국립박물관 등과 협업할 예정이다.
K-콘텐츠는 문화 수출의 첨병 역할도 하고 있다. 코트라(KOTRA)가 지난 11월 뉴욕에서 개최한 ‘한류 박람회’에는 2만여 명의 인파가 몰리며 1100만 달러 규모의 수출 계약이 성사됐다.
이상윤 코트라 한류 PM은 “K-뷰티가 미국 화장품 수입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대미 식품 수출이 연평균 10%씩 급증하는 배경에는 K-콘텐츠가 만든 ‘한국산’에 대한 신뢰와 선호도가 자리 잡고 있다”고 밝혔다.
◇흑백요리사 식당 148% 증가...관광 소비재 낙수효과↑
넷플릭스가 2016년 이후 한국에 쏟아부은 대규모 투자(2023년부터 4년간 3조 원 이상)는 국내 제작 생태계의 패러다임을 바꿨다. 100% 사전 제작과 고사양 기술 도입은 한국 영상 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제고했고, 사양 산업으로 분류되던 더빙·자막 업계는 작품당 50~60명의 인력이 투입되는 고용 창출 창구로 변모했다.
관광 산업 역시 ‘콘텐츠 효과’의 직접적 수혜자다. 2024년 한국문화관광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외래 관광객의 약 40%가 방문 동기로 ‘한류 콘텐츠’를 꼽았다. 실제 ‘폭싹 속았수다’ 방영 후 제주의 특정 해수욕장 차량 방문객이 96% 급증하고, ‘흑백요리사’ 출연 셰프 식당의 예약이 148% 증가하는 등 콘텐츠는 지역 경제 활성화로 연결되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 분석에 따르면 지난 11년간 K-콘텐츠 수출 규모는 약 4배 성장했다. 실제 작년 기준 넷플릭스 회원 10명 중 8명이 한국 콘텐츠를 시청했고, 이는 곧 한국 관광과 소비재 수출이라는 거대한 낙수효과로 이어지고 있다는 조사가 발표되기도 했다.
김태훈 팝칼럼니스트는 “지난 20년간 묵묵히 쌓아온 문화적 저력이 한순간에 폭발하고 있다”며 “열풍의 지속성을 의심하기 보다 이 현상을 어떻게 유지하고 확장할 것인가 고민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