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DS(삼성에스디에스(018260))는 23일 오픈AI의 ‘챗GPT 엔터프라이즈’를 국내 기업 고객에게 공식 제공하고 기술 지원까지 수행하는 리셀러 파트너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국내 기업이 챗GPT 엔터프라이즈를 기업 고객에게 ‘공식 리셀러’ 형태로 공급하는 것은 삼성SDS가 처음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1일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샘 올트먼 오픈AI 대표와 ‘글로벌 AI 핵심 인프라 구축을 위한 상호 협력 LOI(의향서) 체결식’에서 악수하는 모습. 삼성은 오픈AI의 전략적 파트너사로서 반도체, 데이터센터, 클라우드, 해양 기술 등 각사의 핵심 역량을 결집시켜 전방위적인 협력 체계를 구축할 예정이다. (사진=삼성전자)
이번 계약은 지난 10월 1일 이재용 회장과 올트먼 CEO가 체결한 ‘글로벌 AI 핵심 인프라 구축’ 관련 구매의향서(LOI)에서 예고된 협력의 연장선으로 해석된다. 당시 삼성SDS가 오픈AI의 차세대 AI 데이터센터 프로젝트(‘스타게이트’) 설계·구축·운영에 협력하고, 오픈AI는 해당 인프라에서 AI 모델을 공급하는 방안을 추진한다고 양측이 밝힌 바 있다.
삼성SDS는 기업 고객이 기존 업무 시스템과 오픈AI 모델을 API로 연결해 활용할 수 있도록 컨설팅부터 구축, 운영까지 전 과정을 지원하는 ‘엔드투엔드’ 서비스를 내세웠다. 외부 AI를 업무에 적용하는 과정의 복잡도를 낮춰 도입 속도를 끌어올리겠다는 전략이다.
API 연동·컨설팅·운영까지 ‘엔드투엔드’…기업 AX 장벽 낮춘다
챗GPT 엔터프라이즈는 기업용 보안·개인정보 보호 체계를 기반으로, 확장된 컨텍스트 윈도우와 고급 데이터 분석, 커스터마이징 등 기업 활용에 특화된 기능을 제공하는 상품으로 알려져 있다. 삼성SDS는 기술 지원·컨설팅·보안 서비스로 도입부터 운영·관리까지 지원하고, 오픈AI API 기반 구축·운영 서비스도 병행할 계획이다.
오픈AI 코리아 김경훈 총괄 대표는 “국내 기업들의 AI 전환을 지원하는 것이 목표”라며 “삼성SDS와의 리셀러 계약을 통해 기업용 오픈AI 서비스가 더 많은 국내 기업에 확산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삼성SDS 이호준 클라우드서비스사업부장(부사장)도 “국내 기업에 최초로 제공하며 AX 혁신을 선도하겠다”며 공급 확대 의지를 내놨다.
이번 행보는 독자 AI 모델 개발만으로 승부하기보다, 검증된 글로벌 모델을 도입해 국내 산업 환경에 맞게 최적화하는 흐름과도 맞닿아 있다. 앞서 지난 8월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에서 경계현 삼성전자 고문(전 반도체 사업부장)이 해외 AI 모델 도입 후 국내 현지화 전략의 필요성을 언급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삼성SDS 이호준 클라우드서비스사업부장(부사장·왼쪽)과 오픈AI 코리아 김경훈 총괄 대표가 삼성SDS 잠실캠퍼스에서 국내 기업 최초로 리셀러 파트너 계약을 체결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국내 기업용 AI 시장에서는 통신·클라우드 사업자들이 글로벌 빅테크와 손잡고 B2B 공략을 강화하고 있다. KT는 마이크로소프트(MS)와 협력해 ‘시큐어 퍼블릭 클라우드’를 지난달 12일 국내 출시하며 금융·제조 등 규제 산업군을 겨냥한 보안·데이터 주권을 전면에 내세웠다.
하지만 삼성SDS가 오픈AI ‘챗GPT 엔터프라이즈’의 공식 리셀러로 나서면서 기업 고객 유치 경쟁은 재편될 가능성이 있다. KT가 MS를 택한 배경 중 하나로 오픈AI 기술 활용이 거론돼 온 데다, 김영섭 KT 대표도 2024년 10월 “MS가 가진 오픈AI 기술력 등 강력한 기술 파트너십을 활용해 상용화에서 뒤처지지 않기 위한 판단”이라는 취지로 언급한 바 있다.
업계에서는 오픈AI의 멀티 클라우드 확장 움직임, 기업용 솔루션 출시 속도, KT 경영 환경 변화 가능성 등이 맞물리며 국내 기업용 AI솔루션 시장의 경쟁 구도가 한층 복잡해질 것으로 본다.
KT의 축이 MS 클라우드인 애저(Azure)와 Azure OpenAI 등 MS 생태계에 놓여 있다면, 삼성SDS는 오픈AI 엔터프라이즈를 ‘공식 유통·지원’하는 채널을 먼저 확보했다는 점에서 국내 기업용 생성형 AI 시장의 판을 흔들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