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셀프조사’ 아니고 국정원 명령 따른 것”

IT/과학

이데일리,

2025년 12월 30일, 오후 02:50

[이데일리 윤정훈 기자]쿠팡이 개인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해 진행한 일련의 조사가 ‘자체 조사’가 아니라 국정원의 지시에 따른 불가피한 조치였다는 주장을 국회 청문회에서 공식화했다. 정부는 국정원이 쿠팡에 수사·조사 권한을 행사할 수 없다고 선을 그으며 진실공방을 이어갔다.

해럴드 로저스 쿠팡 임시 대표가 30일 국회 청문회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뉴시스)
해롤드 로저스 쿠팡 임시대표는 30일 국회에서 열린 ‘쿠팡 정보유출 및 불공정 거래 실태 파악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해 “회사가 발표한 조사 결과는 자의적 셀프 조사가 아니라 정부 지시에 따라 진행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황정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정부 지시에 따른 조사가 맞느냐”고 묻자 로저스 대표는 “그렇다”고 답하며, 협력한 기관으로 국가정보원을 직접 지목했다.

로저스 대표에 따르면 국정원은 쿠팡 측에 조사 협조를 요구했고, 이는 단순 권고가 아닌 법적 구속력이 있는 ‘지시·명령’으로 인식됐다는 설명이다. 그는 “해당 기관에서 정보 유출자에게 직접 연락하라고 여러 차례 요청했다”며 “처음에는 거부했지만, 한국법에 따라 따를 의무가 있다고 이해해 중국에 있던 피의자에 연락했다”고 밝혔다.

또 유출자가 사용한 하드디스크에 대한 포렌식 절차 역시 국정원의 요청에 따른 것이라고 주장했다. 로저스 대표는 “정부기관의 요청에 따라 포렌식 이미지(복사본)를 만들었고, 이를 해당 기관에 전달했다”며 “쿠팡이 자체적으로 포렌식 분석을 한 사실은 없다. 원본은 경찰이 보관하고 있다”고 선을 그었다.

로저스 대표는 이 과정에 김범석 쿠팡Inc 이사회 의장과 이 사안을 공유했지만, 최종 결정은 쿠팡 한국 법인이 내렸다고 밝혔다.

이 같은 발언은 쿠팡이 앞서 발표한 ‘유출 규모 3000건’ 조사 결과의 정당성을 뒷받침하려는 취지로 해석된다. 쿠팡은 지난 25일 정부 지시에 따라 유출자를 특정했고, 고객 정보 대량 유출이나 외부 판매는 없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경찰과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쿠팡과 해당 조사에 대해 협의한 적이 없다”고 반박하면서, 셀프 조사·사실 축소 논란이 증폭됐다.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정통부 장관은 국회에서 쿠팡의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배 부총리는 “포렌식 검사 주체는 민관합동조사단과 개인정보보호위원회, 경찰청”이라며 “최종 결과가 나오기 전에 기업이 조사 결과를 단정적으로 발표한 것은 해서는 안 될 일”이라고 지적했다.

배 부총리는 “국정원은 이송 과정에서의 보안 우려를 이유로 협조했을 뿐, 쿠팡에 조사나 발표를 지시할 권한은 없다”고 강조했다.

추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