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이번 청문회의 최대 쟁점은 쿠팡이 주장한 ‘국정원 개입설’이었다. 해롤드 로저스 쿠팡 대표는 개인정보 유출 사고를 자체 조사해 발표했다는 비판에 대해 “국정원 지시를 받았다”고 해명했지만, 국정원은 “유출자 접촉이나 포렌식 채취를 지시한 사실이 없다”며 즉각 반박했고 국회에 위증 고발까지 요청했다.
그럼에도 쿠팡은 청문회 과정에서 국정원 직원 3명과 접촉했고 증거물 회수와 포렌식 절차를 ‘허락’받았다는 취지로 답변하며 진실 공방을 이어갔다. 다만 조사 발표 결정은 “지시받은 게 아니다”라고 인정하며, 사실상 쿠팡의 독자적 판단이었음을 시인했다.
정부와 여당은 이를 “본질을 흐리는 물타기”로 규정했다.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이라는 핵심 문제를 ‘국가기관 개입’ 논란으로 전환하려 한다는 비판이다. 배경훈 부총리 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증거물 이송 과정에서 국정원의 협조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나 본질은 그게 아니다”며 “정부와 합의되지 않은 결과를 먼저 발표한 것은 악의적 의도가 있다고 본다”고 직격했다.
쿠팡이 자체 조사에서 “고객 계정 3000여 건만 확인됐고 나머지는 삭제됐다”고 주장한 데 대해서도 “민관합동조사단은 3300만 건이 넘는 이름·이메일 유출을 확인했다”며 “용의자 진술을 근거로 유출 규모를 축소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고 선을 그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가 김범석 의장 불출석 문제와 함께 로저스 대표 등 경영진을 위증 혐의로 고발하기로 의결하면서 사태는 본격 수사 단계로 넘어갔다.
쿠팡 (사진=뉴스1)
또 다른 파장은 5개월 분량의 홈페이지 접속 로그가 삭제된 사실이 확인되면서 불거졌다. 개인정보 유출 사고 이후 핵심 로그 기록이 사라졌다는 점에서 증거 인멸 의혹이 짙어졌고, 과기정통부는 정보통신망법 위반으로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정부가 지난 11월 19일 자료 보전 명령을 내렸음에도 핵심 기록이 남아 있지 않다는 점에서 고의적 방치 여부가 쟁점이다. 민관합동조사단에 따르면 쿠팡은 조사단이 요구한 160여건의 자료 중 약 50여건만 제출했고, 로우데이터 등 핵심 자료는 내놓지 않았다.
또 미국 본사 쿠팡Inc.에서 파견된 140명 인력의 비자 적법성과 세금 문제 역시 의문으로 남았다. 이해민 의원은 청문회에서 미국 조지아주 한국인 근로자 구금 사태를 언급하며 비자와 세금 의무 이행 여부를 따졌지만, 쿠팡은 “적법하다”는 원론적 입장만 반복하며 구체 자료 제출은 회피했다.
◇ 5개 부처 동시 압박…‘보안 사고’ 넘어 ‘지배구조 검증’으로
6개 상임위 연석 청문회를 기점으로 정부 대응은 단순 사고 수습을 넘어 쿠팡의 준법 의지와 지배 구조 전반을 점검하는 국면으로 확산되고 있다. 과기정통부가 확인한 로그 삭제 문제와 자체 조사 신뢰성, 증거 인멸 여부를 둘러싼 경찰 수사 결과에 따라 법적 책임 공방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동시에 공정거래위원회는 김범석 의장의 총수 지정 문제를, 국세청은 세무 검증 가능성을 예고하며 지배구조와 회계 투명성까지 살펴보겠다는 입장이다. 여기에 산재 은폐 의혹을 조사 중인 고용노동부, 임직원 체류 자격을 점검하는 법무부까지 가세하며, 쿠팡을 향한 정부의 전방위 압박이 본격화되는 양상이다.
향후 사태는 국회가 김범석 의장의 출석을 압박할 수 있는 국정조사를 추진함에 따라 중대 분수령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31일 ‘쿠팡 불법행위 국정조사 요구서’를 제출했다. 여야 이견이 없는 만큼 의결까지 빠르게 추진될 가능성이 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