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종상 툴젠 대표 “연내 RNP 특허·신약 기술수출 각각 성과낼 것”

IT/과학

이데일리,

2026년 1월 07일, 오후 03:45

[이데일리 나은경 기자] 최근 미국에서 잇따라 유전자가위 복합체(RNP) 특허 등록에 성공한 툴젠(199800)이 올해부터 공격적으로 매출을 내겠다고 자신했다. 올해가 ‘특허 수익화 원년’이 될 것이라고 밝힌 유종상 툴젠 대표이사는 한동안 지지부진했던 신약개발에 대해서도 죽상경화성 심혈관질환(ASCVD) 치료제를 중심으로 기술수출 결실을 맺겠다고 했다.

툴젠에서 특허전략을 총괄하는 김유리 최고법률책임자(CLO·부사장)는 6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에서 개최한 IR 종료 후 이데일리와 만나 “버텍스와의 계약이 이뤄진다면 총 선급금은 최소 1억 달러(약 1400억원)에 플러스 알파(α)가 되지 않겠나, 그렇게 보고 있다”고 말했다.

레퍼런스가 된 1억 달러는 버텍스 파마슈티컬(VRTX)이 세계 최초 유전자가위 치료제인 ‘카스거비’의 상용화를 앞두고 에디타스메디신(EDIT)과 계약을 맺으면서 지급하겠다고 밝힌 전체 선급금 규모다. 다만 당시 버텍스는 선급금 절반에 해당하는 5000만 달러만 먼저 에디타스메디신에 지급하고 나머지는 조건부로 지급하겠다며 남겨뒀다. 김 부사장은 “선급금 지급에 조건을 건 이유는 (툴젠, 브로드연구소, CVC그룹이 진행 중인) 저촉심사 리스크가 있기 때문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했다.

유종상 툴젠 대표이사가 6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에서 열린 기업설명회(IR)에서 주주들의 질문에 대답하고 있다. (사진=이데일리 나은경 기자)




◇RNP로 카스거비서 최대 年1000억 로열티 기대



툴젠이 최소 에디타스메디신보다 ‘플러스 알파’를 더 받을 것이라고 생각한 이유는 최근 주목받고 있는 RNP 특허 때문이다. 이 특허는 가위 역할을 하는 카스9 단백질과 타깃 DNA를 찾는 가이드RNA(gRNA)를 복합체로 만들어 세포 내로 전달하는 기술이다. 이 기술을 활용하면 표적이탈 현상으로 인한 부작용을 줄일 수 있다.

김 부사장은 “RNP 특허는 진행 중인 저촉심사와 무관하고 세계에서 우리밖에 보유한 곳이 없어 (에디타스메디신 사례처럼) 선급금 지급에 조건부라는 단서가 걸릴 이유도 없다”고 강조했다. 툴젠은 2023년부터 RNP 특허등록을 위해 준비해왔다. 지난해 11월 미국에서 첫 RNP 특허 등록에 성공하면서 잔뜩 고무된 분위기다.

툴젠은 RNP 기술이 카스거비에 사용됐음을 입증함으로써 카스거비 매출의 최소 3%를 수령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김 부사장은 “버텍스는 최근 카스거비를 5~11세 소아 환자에게 투약했을 때도 12세 이상 환자군과 유사한 안전성과 치료 효과가 확인됐다는 임상 3상 결과를 발표했다”며 “올해 상반기 중 해당 연령대에 대한 글로벌 허가를 진행할 텐데 카스거비 처방 대상 환자가 늘어나 카스거비가 블록버스터 의약품으로 성장하는 모멘텀이 될 것”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버텍스의 목표치를 기반으로 카스거비의 피크 세일즈를 감안하면 툴젠이 수령할 수 있는 로열티 비중을 최소 3%로 잡아도 연간 1000억원을 로열티로 벌 수 있다. 특히 RNP 기술은 유전자가위 치료제 개발에 있어 핵심 기술이므로 로열티 산정에 이 같은 사항도 고려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RNP 특허는 저촉심사와 별개이므로 원천특허의 저촉심사가 종료되기 전에도 수익화가 가능하다는 것이 툴젠측 주장이다. 이 때문에 버텍스와도 RNP 특허를 원천특허와 묶어 패키지딜을 맺거나 RNP 관련 딜을 먼저 끝내고 후에 저촉심사 결과에 따라 원천특허 관련 딜을 추가로 맺는 것이 가능하다.

유종상 대표는 “진핵세포 원천특허라는 한 다리로만 서 있던 툴젠이 RNP 특허까지 확보하면서 양다리로 설 수 있게 됐다”며 “RNP 특허는 신약개발사뿐 아니라 이종장기 개발사, 식물종자 연구소에서도 두루 쓰인다. 카스거비로 먼저 수익화의 물꼬를 트고 잇따라 RNP 수익화 사업을 이어나가기 위해 툴젠의 RNP 기술을 활용했을 것으로 여겨지는 잠재 고객사들을 열심히 목록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아직 세계에 유전자가위 치료제는 카스거비가 유일한 상황이다. 툴젠이 IR에서 RNP 기술을 사용했을 것이라고 언급한 크리스퍼 테라퓨틱스(CRSP)의 CTX112도 아직 임상 1상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버텍스 이후 다른 회사들과의 RNP 특허 관련 추가 수익화 시점은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현재 미국에서 툴젠이 특허등록하려는 10개의 RNP 특허 중 핵심은 진핵세포에 적용된 RNP 기술에 대한 것이다. 이 특허의 적용범위가 가장 넓어 향후 수익화의 핵심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진행 중인 원천특허 저촉심사를 문제로 등록허가통지(NoA) 단계까지 갔다가 2023년 승인 통보가 철회된 것도 이 특허다.

이에 대해 김 부사장은 “앞서 미국에서 승인 철회됐던 RNP 특허는 등록을 포기한 것이 아니다. 하지만 넓은 범위의 특허이기 때문에 RNP 자체의 진보성을 인정받아야 한다”며 “앞서 유럽에서는 관련 특허 2건이 등록됐기 때문에 이를 근거로 특허심사 하이웨이(PPH·Patent Prosecution Highway) 제도를 통해 특허 등록을 재시도할 예정”이라고 했다.

PPH란 출원인이 동일한 발명을 2개국 이상의 특허청에 출원해 어느 한 국가에서 등록결정서나 특허 가능 통지서를 받은 경우 이를 다른 국가에 제출해 우선심사를 신청하는 제도다.

김유리 툴젠 최고법률책임자(CLO·부사장)가 6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에서 열린 기업설명회(IR)에서 발표하고 있다. (사진=이데일리 나은경 기자)




◇신약개발도 다시 불 붙인다…연내 기술수출 목표



이번 IR은 RNP 특허 위주로 이뤄져 신약개발 관련 내용은 크게 다뤄지지 않았다. 하지만 IR 이후 이데일리와 만난 유 대표는 ‘신약개발은 특허수익화 시점 이후로 미뤄진 것이냐’는 질문에 “그렇지 않다”며 “연내 GEB-200 기술수출 성과를 내는 것이 목표”라고 강조했다.

툴젠은 지난해 홍콩의 진에딧바이오와 GEB-200 공동개발 계약을 맺었다. GEB-200은 진에딧바이오가 죽상경화성 심혈관질환 치료제로 개발하던 물질이다. 지난해 계약으로 툴젠은 유전자 교정 기술을 GEB-200 개발을 위해 제공하게 된다.

죽상경화성 심혈관질환은 혈관벽 내부에 콜레스테롤 등이 쌓여 혈관이 좁아지는 전신성 질환이다. GEB-200는 이 질환의 유전적 위험인자인 지질단백질(Lp(a)) 수치를 유전자가위 기술을 활용해 영구히 낮추고자 한다. 만성질환인 심혈관질환을 단 한 번의 GEB-200 투여로 근본치료하는 것이 목표다.

유 대표는 “GEB-200은 현재 영장류 대상 시험을 마쳤고 연내 비임상독성시험(GLP톡스)까지 마무리할 예정”이라며 “우리 목표는 임상 1상에 들어가기 전 기술수출하는 것으로, GEB-200과 마찬가지로 심혈관질환에 대한 유전자편집 기술 치료제 VERVE-102를 벤치마킹 대상으로 보고 있다”고 부연했다.

지난해 6월 일라이 릴리는 유전자편집 기술 기반 치료제를 개발 중인 바이오텍 버브 테라퓨틱스(VERV)를 13억 달러(약 1조9000억원)에 인수한 바 있다. 버브 테라퓨틱스의 핵심 자산은 심혈관 치료제 후보물질 VERVE-102다. 일라이 릴리는 임상 1b상 중이던 VERVE-102 확보를 위해 조건부 가격 청구권(CVR)을 걸고 버브 테라퓨틱스를 인수했다.

다만 버브 테라퓨틱스의 사례를 향후 툴젠의 딜 규모를 가늠할 레퍼런스로 단순 비교하기는 무리가 있다. 앞선 딜은 파이프라인 하나의 기술수출이 아닌 기업인수 사례였고 버브 테라퓨틱스는 일라이 릴리가 인수하던 당시 총 2개의 임상 단계 신약후보물질과 3개의 임상 진입 이전 단계 후보물질을 보유하고 있어 13억 달러가 오롯이 VERVE-102의 가치라고 보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지난 2024년 11월 치료제사업본부장으로 영입한 미국 블루버드바이오 출신의 이백승 최고기술책임자(CTO)가 한동안 지지부진했던 툴젠의 신약개발을 진두지휘할 전망이다. 그동안 회사가 주력 파이프라인으로 밀었던 샤르코마리투스(CMT) 치료제 TGT-001는 후순위로 밀려나는 등 우선순위 재조정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유 대표는 “TGT-001도 개발을 중단한 것이 아니라 더 효율적인 전달체를 물색하는 과정”이라며 “조기 기술수출이라는 목표를 위해서는 TGT-001보다는 GEB-200가 적합하다 본 것”이라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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