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이번에 트렌딩에 오른 모델은 LG AI연구원의 ‘K-엑사원(EXAONE)’, 업스테이지의 ‘솔라 오픈’, SK텔레콤의 ‘A.X K1’이다. 해당 게시물에는 이홍락 LG AI연구원 원장과 김성훈 업스테이지 대표 등 국내 개발 주체들도 댓글로 참여하며 성과에 호응했다. 국내 기업이 공개한 복수의 AI 모델이 동시에 글로벌 오픈소스 커뮤니티의 주목을 받은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클렘 들랑그 허깅페이스 CEO는 “한국은 국가 차원의 오픈소스 AI 지원 덕분에 요즘 트렌딩 모델 3개를 보유하고 있다”며 “AI 이야기에서는 미국과 중국을 주로 다루지만, 오픈소스 덕분에 모든 나라가 직접 만드는 주체가 될 수 있고 그래야 한다”고 밝혔다.
글로벌 오픈소스 벤치마크에서 LG 7위·네이버 11위
성과는 수치로도 확인됐다. 글로벌 AI 벤치마크 기관 Artificial Analysis가 집계한 ‘Artificial Analysis Intelligence Index(AAII)’ 오픈 웨이트(Open Weights) 모델 순위에서 LG AI연구원의 K-엑사원은 7위, 네이버클라우드의 HyperCLOVA xSEED Think(32B)는 11위를 기록했다. 1~15위 모델을 국가별로 보면 중국이 8개로 가장 많았고, 미국이 4개, 한국이 2개, 프랑스가 1개였다.
오픈 웨이트는 학습이 끝난 AI 모델의 가중치(weight)를 외부에 공개해 사용자가 직접 모델을 실행·검증하거나 용도에 맞게 개조할 수 있도록 한 형태다. 반대로 가중치를 공개하지 않고 API나 서비스 형태로만 제공되는 모델은 폐쇄형(독점) 모델로 분류된다. 대표적인 오픈 웨이트 모델로는 GLM-4.7(지푸AI), DeepSeek V3.2(딥시크), Llama(메타) 등이, 폐쇄형 모델로는 GPT-4 계열(오픈AI)과 Claude(앤트로픽) 등이 꼽힌다. 구글은 Gemini는 폐쇄형으로 운영하면서도 Gemma는 오픈 모델로 공개하는 등 병행 전략을 취하고 있다.
“4개월 만의 성과”…평가 핵심은 ‘투명성’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프로젝트는 2025년 8월 기획돼 10개 컨소시엄 중 LG AI연구원, 업스테이지, 네이버클라우드, NC AI, SK텔레콤 등 5개 팀이 선정됐다. 정부로부터 GPU와 학습 데이터를 지원받아 본격 개발에 착수한 기간은 9월부터 연말까지 약 4개월이었다. 짧은 기간에도 글로벌 커뮤니티 반응과 벤치마크 성과가 나온 점은 단기간의 가시적 결과로 평가될 수 있다.
하정우 AI미래기획수석은 “AI 분야에서 중국 기업들의 활약이 두드러진 가운데, 우리도 그동안 축적한 민간 기업과 학계의 역량에 정부가 원팀으로 결합하면서 불과 4개월 만에 의미 있는 성과를 만들어 냈다”며 “이번 AAII 성과와 Epoch AI의 국가대표 AI 모델 전원 등재, 허깅페이스 트렌딩 성과를 함께 보면, 한국 AI 경쟁력이 미국과 중국에 이어 상위권으로 도약하며 격차를 줄여가고 있음을 다시 한번 보여준다”고 밝혔다.
다만 성과가 커질수록 검증의 기준도 높아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내 기술 현실에서 글로벌 오픈소스 활용은 불가피하다는 공감대가 있지만, 쟁점은 ‘활용 자체’가 아니라 출처 공개와 라이선스 준수, 투명성, 그리고 라이선스 관리 체계라는 것이다.
배경훈 부총리는 해외 호평을 언급하면서도 ‘프롬 스크래치(처음부터 개발)’ 논쟁을 전제로 “평가는 객관적이고 공정해야 하며, 윤리적으로도 공감 가능한 수준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성과가 커질수록 검증과 윤리 기준을 더 엄격히 적용해야 한다는 메시지로 해석된다.
TTA 기술검증 진행…“벤치마크·검증 제도화해야”
현재 프로젝트 참여 5개 팀은 최종 파일과 복수의 중간 체크포인트를 제출했으며, 15일까지 TTA(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 기술 검증과 전문가 평가 절차가 진행 중이다. 전문가들은 국제적 호평이 확산될수록, 검증 체계와 벤치마크 활용을 제도화해 신뢰를 유지하는 것이 다음 과제가 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강상기 한양대 AI솔루션센터장은 “오픈소스를 썼다면 무엇을 썼는지 명확히 밝히고, 법적·윤리적으로 문제가 없는지 사전에 검토해 컨펌받는 절차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모델 가중치는 공개하더라도 소스코드는 대부분 공개하지 않는다”며 “공개하면 경쟁사가 분석해 좋은 부분만 가져갈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중국계 유사성 논란 등)악의적인 공격에 대비해 최소한의 대응 논리는 준비돼 있어야 한다”며 “어느 수준까지 공개·대응할지는 업계 전체가 고민해야 할 숙제”라고 덧붙였다.
‘오픈’과 ‘클로즈’ 투트랙…공공·국방은 통제형이 현실론
정책 방향을 두고는 ‘오픈’과 ‘클로즈’를 병행하는 투트랙 전략이 현실적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배주호 한국외대 교수(Language & AI 융합학부)는 “미국은 핵심 모델을 점차 폐쇄형으로 전환하고, 중국은 일부 방법론과 코드를 공개하되 핵심은 내부에 두는 방식으로 전략을 가져간다”며 “공공·국방·소버린 목적의 AI는 완전한 오픈보다 통제가 가능한 폐쇄형 트랙이 현실적”이라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