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진 네이버 창업자 겸 이사회 의장이 21일 서울 중구 소공동 한국은행에서 열린 ‘2026년 한국은행·네이버 공동 AX 콘퍼런스’에서 개회사를 하기 위해 단상으로 향하고 있다.(사진=방인권 기자)
네이버는 국가대표 AI 추가 공모에 불참을 선언한 이후 ‘소버린 AI(데이터 주권)’을 중심으로 보안과 데이터 관리가 중요한 중앙부처와 주요 금융기관의 공공 AI 전환(AX) 가속화로 위기를 정면 돌파하겠다는 구상이다.
세계 중앙은행 첫 ‘자체 AI’ 구축
이 의장이 직접 현장을 챙긴 이번 프로젝트의 결과물은 한국은행의 자체 AI인 ‘보키’(BOKI·Bank Of Korea Intelligence)다. 중앙은행 환경에 맞춰 민관 협력으로 구현된 전용 AI 플랫폼이다. 전 세계 중앙은행 가운데 자체 AI 플랫폼을 실제 운영 단계에 적용한 것은 한국은행이 처음이다.
보키는 네이버의 인공지능 기술 하이퍼클로바X에 한국은행이 가진 약 140만건의 내부 전문 데이터를 학습시켜 만들었다. 단순히 일반적인 지식을 알려주는 것을 넘어 한국의 경제 상황, 통화 정책, 복잡한 금융 법규 등에 특화된 답변을 내놓는다.
쉽게 말해 한국은행 임직원들만 쓸 수 있는 ‘챗GPT’ 같은 생성형 AI가 생긴 것이다. 보키는 금리 결정의 기초가 되는 방대한 경제 지표를 실시간으로 분석 보조함으로써 한국은행의 통화 정책 수립 과정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한국은행은 보키를 이용하면 임직원들의 업무 처리 속도가 획기적으로 빨라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으며, 대국민 서비스 확대에도 적극 활용할 계획이다.
네이버는 이번 프로젝트에서 ‘소버린 AI’의 가치를 극대화했다고 강조했다. 챗GPT와 같은 일반 생성형 AI는 관련 질문 내용이 외부로 나갈 수 있지만, 보키는 한국은행 내부의 폐쇄된 네트워크(온프레미스) 안에만 설치돼 있다. 이에 국가 기밀이나 민감한 경제 데이터를 넣고 질문해도 밖으로 유출될 걱정이 전혀 없다 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김유원 네이버클라우드 대표는 “중앙은행이 요구하는 최고 수준의 보안 환경에서 AI 기술을 실제 업무에 적용한 글로벌 선도 사례”라고 평가했다.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 겸 이사회 의장이 21일 서울 중구 소공동 한국은행에서 열린 ‘2026년 한국은행·네이버 공동 AX 콘퍼런스’에서 개회사를 하고 있다.(사진=방인권 기자)
이 의장도 이날 인사말을 통해서 AX에서 ‘데이터 주권’과 ‘신뢰’를 핵심 가치로 제시했다. 그는 “국가 경제의 근간이 되는 한국은행의 방대한 데이터는 그 자체로 대한민국의 중대한 전략 자산”이라며 “이번 프로젝트는 기술의 속도뿐 아니라 신뢰와 안정성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공감대 아래 팀네이버의 모든 역량을 집중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AI 시대 일하는 방식 전환에 대한 기대감도 드러냈다. 이 의장은 “한국은행의 일하는 문화에 실질적인 혁신을 더하고, 국가 금융 경제 분석 역량을 한 단계 높여 국가 전반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밑거름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실제 이번 서비스를 통해 한은 임직원들은 자료 검색과 요약, 질의응답, 번역은 물론 경제 현안 분석과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까지 폭넓게 지원받을 수 있게 됐다.
이어 AI 시대 민관 협력의 중요성도 역설했다. 이 의장은 “기관과 기업에 진정으로 필요한 역량은 성공적인 협력을 이끌어내는 ‘유연한 DNA’를 확보하는 것”이라며 “공공과 민간이 만들어가는 AI 시대에 협력의 모범 사례가 될 수 있도록 끝까지 책임감을 갖고 프로젝트에 임하겠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