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AI기본법 시행, 韓 AIDC의 ‘전력 동맥경화’ 직시해야

IT/과학

이데일리,

2026년 1월 24일, 오후 04:00

[한성대학교 황동현 교수] 2026년 1월 22일, AI기본법이 공식 시행됐다. 대한민국이 인공지능을 국가 전략 산업으로 규정하고, 개발·활용·안전 등 체계를 법제화한 첫 출발점이다. 정부는 이를 통해 AI산업의 예측 가능성을 높이고, 글로벌 ‘AI 빅3’ 도약의 제도적 토대를 마련하겠다는 구상을 밝히고 있다.

그러나 법의 시행과 동시에 더 근본적인 질문이 제기된다. AI기본법이 제도적 골격이라면, 이를 떠받칠 실체는 GPU, 데이터센터, 전력망으로 구성된 AI 데이터센터(AIDC)다. 결국 AI를 실제로 움직이는 것은 코드가 아니라 전기와 땅이라는 질문으로 귀결된다. 이 인프라가 병목에 걸릴 경우, 어떤 정책도 실행 단계로 나아가기 어렵다.

한성대학교 황동현 교수
수도권으로 다시 쏠리는 AI 인프라

현재 국내 AIDC의 가장 큰 구조적 문제는 수도권 과밀이다. 한국데이터센터연합회(KDCC)에 따르면, 2024년 이후 신규 구축 승인을 신청한 데이터센터 물량의 80% 이상이 여전히 경기 용인, 판교, 하남 등 수도권에 몰려 있다. 이는 AI 연구 인력과 클라우드 운영 조직이 수도권에 집중된 탓에 기업들이 ‘네트워크 지연 시간’과 ‘인력 확보’라는 명분으로 수도권 회귀 본능을 보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러한 집중 현상이 단순한 기업 선호의 결과가 아니라, 산업과 인구 이동 구조가 다시 수도권으로 회귀하고 있다는 신호라는 점이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조선·자동차·방산 산업을 중심으로 울산·창원·구미 등 영남권이 산업 거점으로 주목받았지만, 최근 들어 AI 연구 인력, 클라우드 운영 조직, 데이터센터 투자까지 다시 용인·판교 중심으로 빨려 들어가는 현상이 가속되고 있다.

이는 지방이 산업 기반을 갖추지 못해서가 아니다. 오히려 전력·입지·규제·네트워크를 패키지로 제공하는 국가 전략이 부재한 상황에서, 기업 입장에서는 가장 위험이 적은 수도권으로 회귀할 수밖에 없는 구조가 만들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기업은 당연히 “전기 들어오고, 인력 있고, 네트워크 가까운 곳”을 선택한다.

전력 한계가 만든 ‘보이지 않는 상한선’

AI 데이터센터는 기존 인터넷 데이터센터와 차원이 다르다. 중대형 AIDC 한 곳이 요구하는 전력은 100~300MW, 초대형 클러스터는 1GW 이상에 달한다. 이는 중소 도시 전체 소비 전력과 맞먹는 규모다.​ 실제로 수도권 내 주요 데이터센터 사업지 여러 곳이 전력 인입 문제와 주민 갈등으로 착공조차 하지 못한 채 지연되고 있으며, 전력 계통 접속 대기 기간이 수년 단위로 늘어나는 사례도 적지 않다. 사실상 수도권 전력망은 AI 데이터센터를 더 수용하기 어려운 ‘전력 동맥경화’ 상태에 들어섰다고 봐야 한다.

최근 이재명 대통령이 AI·반도체 전략 보고회 등에서 ‘송전 거리 비례 요금제’ 등 전력정책 방향을 거론하며, ‘지역 균형발전과 산업 인프라 구축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는 수도권 중심의 인프라 구조로는 AI 확장이 불가능하다는 인식이 정책 메시지로 분명히 표출되고 있다.

산업·인구 편중이 만드는 이중 리스크

AIDC의 수도권 집중은 단순한 전력 문제가 아니다. 발전 설비와 재생에너지 인프라는 지방에 위치하지만, 연산과 부가가치는 수도권에서만 창출된다. 지방은 전력 생산과 환경 부담을 떠안고, 수도권은 AI 산업의 과실을 독점하는 구조다. 이런 불균형이 지속될 경우, 지방은 ‘AI를 위해 희생하는 공간’으로 인식되고, 데이터센터에 대한 사회적 수용성은 낮아질 수밖에 없다.

AI기본법이 추구하는 지속 가능한 AI 생태계 역시 이러한 구조 위에서는 성립하기 어렵다. AI 전환은 산업·인구·에너지·국토 구조를 동시에 움직이는 문제라는 점에서, 수도권 집중은 에너지 리스크이자 사회·정치 리스크다.

해법은 권역별 분업형 ‘AI 인프라 쿼터제’

단순한 위기 진단을 넘어, 이제는 구체적인 정량적 목표를 담은 로드맵이 가동되어야 한다. 현재 수도권에 편중된 80% 이상의 신규 AIDC 수요를 2030년까지 각 권역별로 20~30%씩 과감히 분산하는 ‘AI 인프라 쿼터제’와 ‘권역별 특화 전략’을 제안한다. 핵심은 이미 움직이고 있는 개별 프로젝트들을 하나의 국가 전략으로 묶는 것이다.

먼저 수도권은 판교·용인 일대의 AI 인력 풀과 생태계를 활용해 ‘추론 및 R&D 거점’으로 정예화해야 한다. 영남권(울산·경북·경남)은 원전·LNG 등 기저전원을 활용한 초대형 연산 거점으로 울산에서는 SK그룹과 글로벌 클라우드 기업이 약 7조 원 규모의 AI 데이터센터를 추진하며, LNG 냉열을 활용한 냉각 모델을 도입하고 있다.

호남권(전남·전북)은 재생에너지 기반 RE100·무탄소(CFE) 대응형 AIDC 거점으로 전남 해남 솔라시도는 5GW급 재생에너지 인프라를 기반으로 국가 AI 컴퓨팅센터 후보지로 주목받고 있다. 충청권은 정부 세종청사를 중심으로 행정·공공 데이터 주권을 수호하는 ‘국가 공공 AI 허브’로서 기능을 수행해야 한다.

재생에너지와 SMR, LNG 열병합 등 다양한 전원 구성이 있는 지역에 초거대 학습용 클러스터를 배치하고, 수도권에는 사용자와 가까운 경량·저전력형 AI 서비스를 배치하는 것이 물리적으로도 가장 효율적이다.

AI기본법 이후, 이제는 인프라의 시간이다

AI기본법 시행은 중요한 출발점이다. 그러나 법은 AI를 직접 작동시키지 않는다. 이를 움직이는 것은 전력, 입지, 인구, 산업 구조다.

수도권 집중이라는 구조적 병목을 해소하지 못한다면, 어떤 법과 예산도 실행 단계에서 멈출 수밖에 없다. AIDC는 단순한 산업 시설이 아니다. 그것은 국토 전략이자 에너지 전략이며, 인구 구조를 좌우하는 국가 인프라다. AI 시대의 승부는 기술이 아니라 구조에서 갈린다.

AI기본법 시행 첫날, 대한민국이 함께 던져야 할 질문은 분명하다.“우리는 AI를 어디에서, 어떤 구조로 키울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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